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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남자들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제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을 남자들이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제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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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시가현(滋賀縣) 히노초(日野町) 고노(小野) 마을에서 지내는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8시 무렵 마을  남자들이 마을 공동창고에 모여서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준비를 합니다. 이미 잘라다 놓은 나무를 정리하여 남녀 신상을 잘라서 만들고, 젓가락으로 사용될 나무를 자르고, 볏짚으로 금줄로 사용할 새끼줄을 꼬았습니다.

고노 마을은 모두 30 세대가 살고 있는데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올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제관을 비롯한 남자 10 명, 어린이 8 명이 모여서 같이 준비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마을 어르신들과 더불어 산신제를 준비하고 두 곳에서 같이 산신제를 지냈습니다.

오전 11시 쯤 준비가 모두 끝나고 먼저 어린이 산신제를 위해서 준비한 산신제 제물을 리어카에 싣고 마을을 가로질러서 산신단에 갔습니다. 산신제는 마을 한 가운데 산 입구에 있는 큰 신목 아래에서 지냈습니다.

마을길에서 산신단이 있는 산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준비한 소금을 서로 상대 몸에 뿌리면서 부정을 씻는 행동을 했습니다. 산신단에 도착하여 먼저 작년 산신제 때 진열해 놓은 제물을 정리하고 올 새로 준비한 제물을 펼쳐 놓았습니다.

제물은 나무를 알파벳 Y 자 형으로 자라서 만든 남녀 신상 두 구와 찹쌀떡, 밀감, 쌀, 술 등입니다. 제물을 펼쳐놓은 다음 신목 앞에 있는 나무 사이에 금줄을 걸어놓고 참가자 모두가 알파벳 J 자 모양을 된 나무 가지를 금줄에 걸치고 흔들면서 제관의 앞소리에 따라서 참가자들이 뒤 소리를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이 산신제 제물을 리어카에 싣고 산신단 입구로 이동하여 소금으로 부정을 씻고, 제물을 차려놓고 주연승을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이 산신제 제물을 리어카에 싣고 산신단 입구로 이동하여 소금으로 부정을 씻고, 제물을 차려놓고 주연승을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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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내용은 산신에게 풍요와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 줄을 힘껏 당겨서 줄을 끊어버렸습니다. 이 줄을 끊는 것은 건물 준공식 때 테이프를 끊는 것과 같이 이제부터 올해도 산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좋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산신제가 끝나자 미키라고 하여 참가자들이 쌀 몇 톨 받아서 먹고,  술을 모두가 나누어서 마셨습니다.

어린이 산신제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 산신제 제물을 모두 마을 회관 방안에 진열해 놓고 간단한 제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제물을 모두 들고 마을 뒷산 중턱에 있는 산신당으로 갔습니다.

산신제 제물로는 금줄, 나무를 잘라서 만든 남녀 신상, 찹쌀떡, 술, 쌀, 정어리, 자른 당근과 배추 뿌리들이 사용됩니다. 제물을 차려놓고, 금줄을 친 다음 이곳에서도 줄을 나무로 걸치고 줄을 흔들면서 노래를 하는 주연승(注連繩)을 했습니다.

산신제가 끝나고 마을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제물로 차려 놓았던 정어리를 구워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산신제를 모두 마치고 마을 남자들은 모두 마을 회관에 모여서 음복을 했습니다. 음복을 할 때는 주로 스시나 김밥, 오조니라고 하는 일본식 떡국 등을 먹습니다.

   마을 남자들이 마을 뒷산 산신목으로 정해진 나무 앞에서 금줄을 치고 산신제를 지낸 다음 정어리를 구워서 먹고 있습니다.
 마을 남자들이 마을 뒷산 산신목으로 정해진 나무 앞에서 금줄을 치고 산신제를 지낸 다음 정어리를 구워서 먹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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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히노초 고노마을은 마을 앞에 있는 기시츠(鬼室) 신사로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기시츠 신사는 백제 왕족 귀실집사(鬼室集斯)의 무덤이라는 설이 있고, 영을 모셔놓은 곳이라고도 합니다. 귀실집사의 아버지 복신(福信) 장군은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은산별신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한 뒤 백제 귀족 600 여 명이 일본으로 이주하여 일본 왕실의 도움을 받아 살았습니다. 이들 백제 귀족의 우두머리가 귀실집사였으며 이곳 기시츠 신사가 그의 무덤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백제 귀족들이 모여 살던 곳이 이곳 시가현 고노지역이라고 합니다. 

시가현에 정착한 백제 사람들은 벼농사 기술 등 여러 가지 선진 기술은 전했다고 합니다. 벼농사의 전파는 벼농사뿐만 아니라 농기구, 농사기술, 관개 시설의 설치와 이용, 파종과 수확 시기를 파악하는 천문 지식 등 종합적인 문화 현상을 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현 전 지역에서 산신제는 100 여 곳 이상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 산신제 역시 대륙 문화의 영향이 강하고, 히노가와 강을 중심으로 주변의 고노초와 가모초(蒲生町) 등에서 많이 행해지는 것을 보면 대륙적인 백제문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산신에게 풍요와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소박한 행사 역시 단순한 인간의 소망에서 시작된 것이기 보다는 대륙적인 문화 교류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을 섬기는 신앙은 남쪽의 바다 문화보다는 산이 많은 대륙의 문화 흔적입니다. 산신제가 일본뿐만 아니고 한국에서도 행해지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가현 히노초 고노 마을에 있는 기시츠 신사 먼 경치와 신사 본전 뒤쪽에 있는 무덤 표지석입니다.
 시가현 히노초 고노 마을에 있는 기시츠 신사 먼 경치와 신사 본전 뒤쪽에 있는 무덤 표지석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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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시가현#고노초#귀실 신사#정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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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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