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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능선...
▲ 남해... 운암능선...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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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여행지(장소)는 출발 전부터 기대와 설렘을 동반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을 안고 이른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선다. 오늘은 남해 응봉산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남해는 첫걸음이다. 남해를 대표하는 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금산(해발705m)과 설흘산(481m), 응봉산(472m), 호구산(해발622m), 망운산(786m) 등이 있다. 남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다섯 개의 산외에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3위인 가천 다랑이 마을, 드라이브코스로 각광받는 나면 해안 관광도로에 접한 가천 가랑이논과 운대암, 법흥사, 망운사 등등의 사찰과 독일마을, 바람흔적미술관, 유배문학관 등등이 있다. 이렇게 가깝고 좋은 곳이 있는데 몰랐던 남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렜다.

응봉산에서 내다 본 에머랄드 빛 바다...
▲ 남해... 응봉산에서 내다 본 에머랄드 빛 바다...
ⓒ 최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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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응봉산 만나러 가는 길에 남해를 두루 보고 싶어 빠른 길을 두고 남해대교를 거쳐 남해 일주하듯 에둘러 가는 길을 택했다. 남해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남해에 반했다. 쨍하고 맑은 날이다. 에머랄드빛 바다와 맺힌 곳 없이 밝은 사람처럼 온 누리엔 햇살이 가득하고 아기자기하게 엎드린 사람 사는 집들이며 점을 찍은 듯한 섬들.

남해의 그 유명한 마늘밭에는 추운 겨울에도 불구하고 날선 푸르름으로 들판을 물들이고 있고 서리 맞고도 질긴 민초들의 삶처럼 파릇파릇한 시금치들이 돋아 있었다. 남해의 겨울 햇살은 은총처럼 가득 내리고 있었다.

남해 응봉산 만나러 가는 길. 산 중턱을 가로질러 난 길을 따라 구불구불 돌고 돌아 남해 남면 선구마을에 도착하였다. 선구마을은 남해의 안쪽 끝단에 자리하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선구마을 둔덕 위 정자나무 앞에서 모였다.

해풍은 높게 불었지만, 햇볕은 따사롭다. 마을 마을마다 집들은 저마다 바다를 해바라기 하듯 바다를 향해 문을 내고 언덕위에 앉았고 붉은 황토 빛 밭들이 언덕위에 펼쳐져 있다. 하늘은 맑고 푸른데다 두둥실 흰 구름 떠 있고 에머랄드빛 바다 빛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쏟아지는 햇살에 바다는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부시다.

응봉산 오름길에서 내려다 본 해안...
▲ 남해... 응봉산 오름길에서 내려다 본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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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운암능선...
▲ 남해... 응봉산 운암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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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모여 몸 풀기 운동을 하고 등산화를 고쳐 신고 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남해 응봉산은 어떤 산일까. 등산 초입쯤에 등산 안내도가 있다. 응봉산은 설흘산과 하나로 묶어 소개하고 있다. 보통은 설흘산과 응봉산을 함께 종주 산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설흘산에서 응봉산까지 능선길따라 하나로 넘나보다. 등산안내도에 소개 된 등산코스는 제1코스에서 5코스까지 소개되어 있다. 제1코스는 선구마을에서 칼바위를 타고 응봉산을 거쳐 설흘산, 가천 다랑이마을까지(약8km/3시간)이고, 제2코스는 홍현에서 설흘산, 응봉산, 가천마을(약3.98km/1시간30분)까지, 제3코스는 가천마을에서 응봉산, 설흘산, 가천마을(약4km/1시간30분), 제4코스는 가천마을을 기점으로 설흘산까지(약1km/30분), 제5코스는 가천마을을 기점으로 설흘산까지(약1km/30분)로 나뉘어져있다.

오늘 우리가 가는 코스는 조금 다르다. 남해 선구마을에서 시작해 운암능선을 타고 가다가 응봉산 정상을 만나고 육조바위를 지나 가천 다랑이마을로 내려설 생각이다. 이왕이면 응봉산 정상도 보고 설흘산까지 종주산행을 하고 싶지만 겨울 해는 짧고 일찍 길을 나섰다지만 오는 길에 시간을 많이 할애 해 두개의 산을 종주하기엔 일정이 너무 바쁘다. 설흘산은 다음을 기약하며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마침 점을 찍기로 했다.

응봉산...운암능선에서...
▲ 남해 응봉산...운암능선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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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쯤에 길을 낸 해안도로를 타고 에머랄드빛 바다를 보며 도착한 선구마을. 선구마을 언덕 위 정자나무 아래서부터 숲길로 들어섰다. 등산 안내도가 있는데서 조금 지나자 일본군이 파놓았다는 제법 깊은 바위동굴이 보인다. 동굴 옆을 지나 등산길 초입부터 앞으로 걷는 길이 만만찮음을 예고라도 하듯 울퉁불퉁한 바윗길로 이어진다.

바윗길 얼마쯤 지나 다시 숲길 이어지고 다시 바윗길 걷다가 흙길 이어진다. 또 조금 가다보니 거대한 바위벽이 눈앞에 가로막는다. 높고 넓은 바위벽 옆에 난 계단 길을 걸어 바위벽 옆을 통과한다. 계단 꼭대기에서 일별하는 겨울바다는 그 황홀함에 할말을 잃었다. 언어란 이럴 땐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순간은 벙어리나 마찬가지다. 바다를 향해 앉은 마을들도 보이고 바다 저 건너 섬 섬들이 점점이 바다에 뿌리내리고 있다.

응봉산 정상에서...
▲ 남해... 응봉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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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 남해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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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는 운암능선이 위세 등등하게 압도하고 있다. 아찔한 바위 등선길을 건너가야 한다. 이 암봉들을 넘기엔 먼저 뱃속이 허전하다. 능선 시작 지점 쯤에 바다가 잘 보이는 완만하게 경사진 바위자리에 모여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쳤다.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이다.

산행 중에 함께 먹는 점심식사는 언제나 행복하다. 우리는 매일 먹는 식사에서 대부분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함께 산행 와서 함께 도시락을 펼쳐놓고 나누어 먹는 식사처럼 이상적인 것도 없겠다.

우리들의 행복한 산상 만찬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전의를 다지며 운암능선 바위 위에 선다. 높은 바윗길 위에 바람이 높게 분다. 운암능선 암릉길은 남과 서쪽 사이로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길고도 높게 가로지르고 있다. 태풍이라도 부는 날엔 이 높은 성벽처럼 높이 솟은 바위 암봉들이 태풍을 온몸으로 막아 내기에도 넉넉할 것 같다.

운암능선은 북쪽 임포리 운암마을에서 보면 구름 같다고 해서 '운암'(雲岩)이라 부른다고 한다. 운암능선 바윗길을 건너기 전 멀리까지 우뚝우뚝 솟은 바윗길을 일별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여기서 기가 질린 사람들은 포기하고 우회로를 선택해 내려가고 바윗길 앞에서 바위만 봐도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배짱 두둑한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에 찬 발을 내디딘다.

운암능선 암릉길은 아찔하도록 위험한 구간도 많지만 높은 바윗길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와 주변 풍광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고 장쾌하다. 짧게 오르내리는 암봉이 연이어지고 바위 암봉을 넘고 또 넘고 넘었다. 잠깐 멈추어 서서 앞뒤를 돌아보면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선 일행들의 모습이 멋진 배경을 이룬다.

가천 다랑이마을에 산그림자 지고...
▲ 남해... 가천 다랑이마을에 산그림자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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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쯤 가다보니 바위 가장자리에 안전설치가 된 구간도 있고 그 구간을 지나 얼마 되지 않아 응봉산 정상이 나타났다. 응봉산 정상에 모여 우리가 처음 만난 응봉산에서 추억이 될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 하고 육조바위를 지나 설흘산을 가까이 둔 채로 하산 길로 내려선다. 이제는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가천 다랑이 마을에 내려서자 산그늘이 마을을 덮고 을씨년스러운 저녁풍경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가천 다랑이마을 해안가를 산책하고 싶지만, 갈 길은 멀고 해는 지고 사천에서 저녁도 먹어야 해서 아쉬움을 달래며 차에 올랐다. 창선대교 삼천포대교를 지나 삼천포 수산시장 맞은편에 있는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간다.

남해 응봉산을 만나러 가면서 잠깐 일별한 남해. 아직도 더 알고 싶고 남해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말로만 들었던 남해란 곳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던가 싶었다. 남해의 길, 남해의 바다와 다랑이 논밭들과 자연 경관.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었는데도 몰랐다. 몇 번 더 오면 남해를 좀 알 수 있을까.

우리가 매일 맞는 하루하루도 여행지에서처럼 설렘과 감탄이 저절로 터지고 생기 도는 것처럼 그렇게 살순 없을까. 기쁨과 슬픔에도 우리는 점점 무감동 무감각해진 채로 무디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여행지에서는 단순히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하늘과 바다가 푸르고 꽃이 피고 지는 것조차도 감탄하고 감동하는 것처럼 크고 작은 감동과 감탄과 감사를 일구면서 살 순 없을까. 오늘을 여행하듯 설렘으로 감동할 준비가 되어 맞이할 순 없을까.

가천 다랑이마을에 저녁이 내리면...
▲ 남해... 가천 다랑이마을에 저녁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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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늘 보던 얼굴조차도) 프랑수아 사강과 장 폴 사르트르가 만났을 때 "우리는 마치 기차역의 플랫폼에 서 있는 여행자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듯이 처음인 듯 마지막인 듯 혹은 언제 또 볼지 모르는 듯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처럼 만날 순 없을까. 마지막 악수를 나누듯이,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다는 듯이 간절함으로...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는 "당신이 결코 두 번 보게 되지 않을 것을 사랑"하라고 했다. 오늘 우리가 만난 사람, 오늘 우리가 만난 여행지... 매일을 기적처럼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 일이다. 오늘 함께 하는 사람, 오늘 내가 있는 장소와 일과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시간의 날실과 씨실을 아름답게 짤 일이다. 사랑하며, 사랑하며, 사랑하며 살 일이다. 감사하며, 감사하며, 감사하며 살 일이다.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과 이토록 아름다운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의 품에서 이 하루를 행복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늘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여간다.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3년 12월 28일(토) 아주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34명
3. 산행시간: 3시간 55분
4. 진행: 남해 남면 선구마을 정자(12:00)-동굴(12:07)-나무데크(1:00)-능선시작(1:15. 점심식사. 출발(2:00)-응봉산 정상(2:50)-하산(3:00)-육조바위(3:15)-나무데크(3:35)-시멘트도로(3:55)-가천 다랑이마을 주차장(3:55)

5. 교통
① 부산 화명동 포도원교회(8:35)-북부산IC(8:50)-문산휴게소(9:40)-진교IC(10:20)-남해대교(10:30)-이락사(10:40)-남해 다랑이 마을(11:35)-선구마을(11:50)
② 가천 다랑이 마을(4:15)-창선대교-삼천포대교-삼천포수산시장(5:20)-저녁식사 후 출발(6:45)-부산 포도원교회(8:30)



태그:#남해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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