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상속자들> 이민호

SBS <상속자들>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 화앤담픽쳐스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 분)은 참 잘 생겼다. 하지만 김탄은 '얼굴값'을 하지 않았다. 시답잖게 '밀당'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재력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감정에 충실했던 것, 그것이 김탄이 가진 최대의 매력이었다. 컴컴한 길을 가는 차은상(박신혜 분)을 위해 몰래 정원의 불을 켜 주었고, 은상이 학교에 오지 않은 날 수업 종이 울리기도 전에 가방을 들고 그를 찾으러 뛰쳐나갔다. 현실 속에 이런 남자가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김탄이 있어 <상속자들>의 판타지도 완성될 수 있었다.

그 김탄 덕에 이민호도 새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어느덧 많은 인기를 얻었고 후배들도 생겼다는 데서 오는 책임감, 꼭 예전에 했던 대로 연기할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 그리고 '직진'하는 사랑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는 확신. 이민호는 지금, 꽤 "행복하다".

"용기내 '직진', 둘이 함께 어려움 극복한 결말...최고였다"

 SBS <상속자들>에 출연한 배우 이민호

"이번에 모니터하면서 교복을 입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애틋함도 생겼다. 내가 언제 또 이런 친구들과 학원물을 하겠나, 하면서."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 길었던 촬영도 끝났고, 드라마도 끝났다.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나.
"단순하게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 걸 보여줬다기보다는 힘든 과정과 상황들을 극복하고 탄이가 남자로서 용기를 내 그 사랑을 이뤘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그래서 최고의 결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결국 용기를 냈고, 직진해서 마음을 얻었고, 둘이 함께 힘든 상황을 극복해 냈다. 그게 김은숙 작가님이 말하고 싶었던 '사랑'이었던 것 같다."

- 20대 중후반에 교복을 다시 입는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죄스러웠다. 내가 고등학생을…? (웃음) 또 확실히 동생들과 있다 보니 내가 나이가 들어 보이긴 하더라. 그나마 (고등학생이라고) 우겨서 끝까지 잘 마무리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주문을 걸었다. '나는 96년생이다~'. (웃음) 모니터하면서 교복을 입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애틋함도 생겼다. 내가 언제 또 이런 친구들과 학원물을 하겠나, 하면서."

- 촬영 중간 작가님이나 감독님과 소통한 부분은 있었나.
"사실 나는 작품을 시작하면 작가님과 통화하지 않는 편이다. 정말 의문이 들고, 상황이 앞 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면 모를까. 이번엔 그런 적이 없었다. 웬만하면 작가님의 생각이 들어 있는 대본에 나를 맞추고, 그걸 기본으로 감독님과 상의해 표현할 수 있는 걸 하는 스타일이다.

아, 이번엔 미국(촬영)에 다녀온 후 한 번 (작가님께) 전화를 드렸다. <꽃보나 남자> 땐 젓가락질하는 방법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방법 같은 설정을 많이 넣었는데, 이번엔 그간의 연기 스타일을 내려놓고 그저 대본 안의 감정선으로 편하게 연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탓에, 첫 촬영이었던 미국에 있는 한 달 동안은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전화를 드렸는데 '괜찮다, 그런 아련한 느낌도 잘하는지 몰랐네?' 하셔서 자신감을 얻었다."

- 그런데 탄이의 감정선이 유난히 널뛴 탓에 대본을 따라가기에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은상을 만날 때면 좋아 죽다가, 영도(김우빈 분)를 만나면 으르렁거리고, 또 아버지(정동환 분)나 원이 형(최진혁 분)을 볼 땐 뭔가 또 짠해지지 않았나.
"이런 장르를 하면 (감정이) 항상 널을 뛰게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잡고 가는 건 계속 해나가야 하는 숙제 중 하나다. 이번엔, 기본적으로 그 회의 감정선을 봤다. 어차피 모든 대본이 나온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한 회의 전체적인 감정선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고 '여기선 어느 정도는 풀어져야지'라는 식의 계산 아닌 계산을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상대 배우가 있을 때 작전을 짜고 연기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새로운 배우를 만날 땐 눈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로 연기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봐도 김탄은 본받을 게 있는 '남성'이다"

 SBS <상속자들> 이민호

"나는 <상속자들>의 김탄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는 다르게 철부지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김탄이 거쳐 온 과정을 봐라. 지금 내가 봐도 김탄은 본받을 게 있는 남성이다. 그런 부분들을 좀 내가 갖고 있지 않았을까…. (웃음)" ⓒ 화앤담픽쳐스


- 제작발표회 때 '미국 촬영 때 머리를 세워 보니 이마가 넓어 보여서 다시는 세우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는데, 결국 호텔 파티 신에서 또 세웠더라. (웃음)
"그게…고민이 컸다. 나름의 무언가를 극복해 낸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자리도 자리인 만큼 (이마를) 까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깐 탄' '안 깐 탄' 중엔 '안 깐 탄'이 더 마음에 든다. (웃음)"

- 은상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나 숟가락으로 사람도 다치게 해 봤다'는 대사가 있었다. 순간 <시티헌터>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라. 숟가락 하나로 상대를 제압했지 않나.
"그건 애드리브가 아니라 대본이었다. 진짜 김은숙 작가님이 완벽주의자이신 것 같은 게, 나오는 배우들의 대본을 다 챙겨보신 것 같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보면 어떤 게 배우로서의 장점인지, 어떤 부분을 이번 작품에서 부각시키고 싶으신지를 다 아신다. 대본도 그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9고, 10고, 이렇게 고치시는 걸 보면 정말 완벽주의자이신 거다."

- 그렇다면 김은숙 작가가 본 배우 이민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나는 <상속자들>의 김탄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는 다르게 철부지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김탄이 거쳐 온 과정을 봐라. 지금 내가 봐도 김탄은 본받을 게 있는 남성이다. 그런 부분들을 좀 내가 갖고 있지 않았을까…. (웃음) (김탄에게) 뭔가 진중하고 믿음직스러운 부분들을 넣어서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싶으셨을 것 같다."

- 촬영하고 나서 '아, 이건 잘했다' 싶은 신은 있었나.
"아버지에게 뺨 맞는 신이었다. 고개가 안 꺾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대본에도 '버티고 서있다'는 지문이 있었다. 실제론 (정동환) 선생님이 노하우가 있으셔서 별로 안 아팠는데, 모니터 보는 곳에서는 깜짝 놀랐다더라. 소리도 컸고, 바로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나서 다들 소리지를 뻔했다고 한다."

- 그런데 김탄은 정말 공부를 못 하는 건가?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50등 아니었나.
"(폭소) 처음엔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다. 원이 형을 배려해서 일부러 100등을 한 게 아니었나 싶었던 거지. 그런데…그냥 멍청한 거였다. (다시 웃음) 나는 단 한 번도 탄이가, 내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이 없었는데!"

"박신혜와의 키스신, '격하게 할 거야' 선전포고 했다"

 SBS <상속자들> 이민호 박신혜

"그전에도 김탄 같은 사랑을 추구하는 편이었지만, 상황 때문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상속자들> 덕분에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은 이런 거야'라고 확실히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됐다." ⓒ 화앤담픽쳐스


-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다. '나 너 좋아하냐' 식의 말투가 큰 인기를 얻었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인데, 참신하고 좋았다. 내가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 했을까? 앞으로 써먹어야지! (웃음)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식으로 진지하게 말하는 것보다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하는 게 오글거리지 않고 상대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지금부터 나 좋아해, 가능한 한 진심으로'라는 대사가 힘들었다. 여자 입장에선 모르겠지만, 남자 입장에선…하기 힘들다. (웃음)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왜 김은숙 작가님이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를 확실히 느꼈다. 순수하게 느껴지는 사랑만으로 진심을 통하게 하는 법을 아시는 분이다. 또 작가님을 떠나 드라마의 메시지가 참 크게 와 닿았다. 그전에도 김탄 같은 사랑을 추구하는 편이었지만, 상황 때문에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고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상속자들> 덕분에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은 이런 거야'라고 확실히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됐다."

- 키스신도…말 안하면 안 될 것 같다. '창고 키스'에서 은상이 앞치마를 벗기는 탄을 위해 어깨를 올려 주는 건…참, 야릇하더라. (웃음)
"(폭소) 그거, 대본에 '야하게'라고 써 있었다. 사실 나는 앞치마가 아니라 다른 걸 벗긴다는 생각이었다. (일동 폭소) 연기할 때 그런 신을 앞두고 상대 여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나는 그런 걸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키스신 찍을 때도 신혜에게 그랬다. '격하게 할 거야'. 그 정도만 언질을 주고 즉각적인 반응이나 교감을 보는 걸 좋아한다."

- 아무래도 으슥한 곳이라 분위기가 더 그랬다. (웃음)
"맞다. 장소가 중요했던 거다. 창고가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둘만 있으면 묘한 감정이 일어나는 게 있었다. 심지어 스태프도 물건 사이사이로 숨어서 눈만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창고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넣으신 것 같더라. 그 전에도 닿을락 말락 하는 게 있었지 않나."

- 다시 진지하게 돌아가겠다. 은상이 마지막 회에서 탄에게 '너도 시체보존선을 그려본 적이 있을까'라고 묻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정말 김탄도, 그려봤을까?
"물론. 아마 1번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탄이 정도의 그릇이라면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시체보존선을 그렸을 거다."

"김우빈, 인기 얻은 게 당연...동료이자 친구같은 배우"

 SBS <상속자들> 이민호

ⓒ 화앤담픽쳐스


 SBS <상속자들> 이민호 김우빈 박신혜

"막내일 땐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조금 더 할 수 있었고, 굳이 애써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책임감을 느끼다 보니 좀 더 노력하게 되고, (후배들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화앤담픽쳐스


- 그간 주연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본 경험은 많았지만, 후배 배우들과 이렇게 대거 촬영한 적은 없었다. 기분도 조금은 남달랐을 것 같은데.
"확실히 신경 쓸 것도 많고 책임감도 더 뒤따르더라. 사실 좋은 입장인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막내일 땐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조금 더 할 수 있었고, 굳이 애써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책임감을 느끼다 보니 좀 더 노력하게 되고, (후배들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들 잘 따라줬다. 다들 착했고, 정도 많이 들었다."

- 이 중 영도를 연기한 김우빈은 큰 인기를 얻었다.
"4회에서 5회 엔딩은 세 사람이 앞으로 삼각관계에 빠질 거라는 걸 암시하는 거였다. 탄이나 영도 둘 다 불같은 캐릭터라 맞부딪히면 화력이 셀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 엔딩을 찍을 때 실제론 김우빈과 처음 연기하는 거였는데, 딱 서서 눈을 보자마자 에너지가 느껴져서 '앞으로 긴장감 있는 삼각관계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다른 작품에선 어느 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남자 2번이 희생하거나. 여주인공이 희생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는 희생되는 캐릭터가 없었다. 그 영향이 영도에게도 분명히 있었을 거다. 지금 나이가 좀 든…남자 입장으로선 탄이 좀 더 멋있고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력은 영도에게 더 있었다. 엄마에 대한 아픔도 있었고, 아픈 첫사랑도 경험하게 되지 않나. 그러니 인기가 있는 게 당연했다.

생각해보면 <꽃보다 남자> 때 구준표도 그랬다. 1회가 끝나고 엄청 욕을 먹었다. 밑도 끝도 없이 남들을 괴롭히지 않나. 그런데 여자 주인공에 대한 마음을 한 번 드러내고는 시너지가 컸다. 그걸 내가 경험했던 만큼, 영도와 탄이 다른 매력을 갖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실제로 본 김우빈은 어떤 배우였나.
"욕심이 많은 친구다. 나름대로 아픔도 갖고 있는 것 같고, 분명 고생도 해 봤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과거에 고생하면서 겪었던 걸 똑같이 겪은 친구구나'라는 생각이었다. 한창 궁금할 것도 많을 땐데 그걸 솔직하게 물어봐 줬고, 나도 내가 아는 한에서 솔직히 말해주려 했다.

사실 모든 20대 배우는 똑같은 입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하며 커나가는 과정에 있는 거다. 다 같이 최선을 다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끌어내 더 좋은 30대를 맞이하는 게 20대 배우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동질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선배라는 생각은 없었다. 동료이자 친구같다는 생각이 컸다."

- 마지막으로 <상속자들>을 사랑해준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일단 <상속자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이 드라마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2014년엔 정말 부지런히! 열심히! 작품에 임해서 남은 20대의 2년 동안 많은 작품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이민호 상속자들 김은숙 김우빈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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