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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올린 두 팔과 두 발의 가벼운 스텝은 보는 이들의 기분까지 즐겁게 했다. 발로 박자로 맞추거나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는 관객들도 보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진풍경이 안겨준 설렘은 크리스마스의 예기치 못한 깜짝 선물만큼이나 반가웠다.

사계절의 느낌을 담아낸 친숙한 멜로디와 맞물린 스토리 라인은 관객들이 보다 쉽게 춤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이해를 돕는다.
 사계절의 느낌을 담아낸 친숙한 멜로디와 맞물린 스토리 라인은 관객들이 보다 쉽게 춤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이해를 돕는다.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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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끝자락에서 만난 국립무용단의 신작 <윈터드림>은 국립무용단에서 지금껏 선보여온 작품들 중에 가장 젊은 무대였다. 꿈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디션에 도전하는 젊은 무용수들의 이야기인 만큼, 송설과 송지영을 포함한 14명의 인턴 무용수들이 무대에 섰다. 수석무용수이자 안무가 이정윤은 과거 최고의 무용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뮤즈를 잃은 뒤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브라운 역으로 출연했다.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한 막스 리히터의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의 음악이 무대를 감싼다. 현악기들 사이로 들려오는 차분한 선율의 피아노 라이브 연주는 귀를 간질이며 묘하게도 그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고, 사계절의 느낌을 담아낸 친숙한 멜로디와 맞물린 스토리 라인은 관객들이 보다 쉽게 춤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이해를 돕는다.

웅크리고 잠든 브라운(이정윤)의 꿈속에 나타난 뮤즈 그린(송지영)은 그가 무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고, 현실을 일깨운다.
 웅크리고 잠든 브라운(이정윤)의 꿈속에 나타난 뮤즈 그린(송지영)은 그가 무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고, 현실을 일깨운다.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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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놓지도 미래를 꿈꾸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잠든 브라운(이정윤)의 꿈속에 나타난 뮤즈 그린(송지영)은 그가 무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고, 현실을 일깨운다. 꿈에서 깨어난 브라운은 과거에 머물러있던 무대를 다시금 꿈의 무대로 만들기 위한 오디션을 시작하고, 젊은 무용수들의 열정이 담긴 도전은 또 다른 주역인 레드(송설)와 화이트(박혜지, 이요음)를 탄생시키며 막이 내린다.

브라운과 그린의 2인무가 몽환적이면서 정적이라면, 레드와 화이트의 안무를 비롯한 군무는 큰 동작과 경쾌한 스텝으로 활기차다. 특히, 꿈의 무대를 향한 무용수들의 갈망과 도전을 상징하는 원형의 메인 무대를 4등분해 조명을 비춰 공간을 만들고, 화이트를 중심으로 다른 무용수들이 에워싼 상태에서 보여주는 독무와 군무의 조화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젊은 무용수들의 열정이 담긴 도전은 또 다른 주역인 레드(송설)와 화이트(박혜지, 이요음)를 탄생시키며 막이 내린다.
 젊은 무용수들의 열정이 담긴 도전은 또 다른 주역인 레드(송설)와 화이트(박혜지, 이요음)를 탄생시키며 막이 내린다.
ⓒ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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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의 땀방울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리며 무대 위로 흩어지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옆 좌석 여고생은 눈물을 훔쳐냈다. 입김을 불어넣은 풍선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듯, 가슴속 깊이 따뜻한 기운이 차올랐다. 아무리 매서운 겨울이라도 그 끝에는 반드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고통과 시련도 뜨거운 열정 앞에서는 꺾이기 마련이다. <윈터드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을 외치며 꿈을 향해 일보 전진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한다. 우리에게 겨울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지선의 공연樂서, #문화공감, #국립무용단,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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