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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철학수업〉
▲ 책겉그림 〈삶을 위한 철학수업〉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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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난 뒤였다. 지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는 어느 집사님 한 분을 뵈었다. 무척이나 오랜 만에 보는 얼굴이라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 분은 스스로 '투쟁하다 왔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투쟁을 말한 걸까? 나는 의아해 했다. 그리고서 잠시 생각했더니, 이내 답을 찾게 되었다.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 바로 그것이었다. 그 분이 지금 철도청의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그 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좋은 해결점을 속히 찾았으면 하고, 기도했다.

뭐든 그렇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작은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 집사님도 그렇고, 다른 노조에 가입한 분들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 같은 용기가 없이는 지금 이 시대에서는 자유를 얻기가 쉽지 않다. 불통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현 정부 아래선 더더욱 힘과 지혜를 내야 할 때다.

이진경의 <삶을 위한 철학수업>도 실은 그런 자유에 대한 용기를 북돋고 있는 책이다.  '삶과 자유' '만남과 자유' '능력과 자유' '자유와 욕망'이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정말로 자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그 같은 자유에는 저마다의 용기와 희생과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도 일깨워 준다.

"감옥에 갇힌 자만 그럴 리 없다. 정해진 삶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의 꿈도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역으로, 자신의 꿈이 정해진 궤도를 맴돌고 있다면, 우리는 어딘가에 갇힌 것이 틀림없다. 좀 더 난감한 것은 이처럼 갇혀 있어도 대개는 갇혀 있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77쪽)

삶과 자유, 그 중에서도 꿈과 자유에 관한 내용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 집>을 풀어가면서 이야기한 것이다.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적잖은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제한된 틀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진리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현실의 고통과 대면하는 지혜를 펼쳤다. 그들은 비루해지기 쉬운 세상과 야합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찌질하기 쉬운 일상에서 남다른 지혜와 용기를 냈다. 그리고 세상은 그들에 의해 사람다운 세상으로 변화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응답하라 1999>를 봤다. 재방송이었다. 그 내용은 IMF와 맞물린 회사부도와 줄도산, 정리해고와 가족의 이별 등이었다. 그 때에 맞춰 100통 가량 입사지원서를 넣은 어느 여자 청년이 최종 합격된 어느 증권회사에 취직도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 하여, 멀리 호주까지 날아 간 사연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울에 눌러 있을 자유를 선택하자니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암담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일자리를 찾자니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 결국 그녀는 먼 훗날의 사랑보다 당장에 먹고 살 길을 위해 그 먼 곳까지 찾아 간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유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과 결부돼 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행동하는 방향도 그렇다. 그 어떤 힘에 이끌려 사는 것도 그렇다. 그 모든 선택 상황 속에서 어떠한 제약과 구속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그렇다.

바로 그런 지혜를 얻고, 그런 지혜를 키우고, 그런 지혜를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한 글을 엮은  이 책은, 이전의 일방적이고 제한된 방식과는 달리 독자들과의 소통을 다하고 있다. 그의 다함 없는 지적 탐험이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 - 자유를 위한 작은 용기

이진경 지음, 문학동네(2013)


태그:#이진경 , #〈삶을 위한 철학수업〉, #응답하라 1999,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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