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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 한명숙 전 총리(사진 왼쪽부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남윤인순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참석해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와 민주진보진영의 집권을 촉구하며 '혁신'과 '통합'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1년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 한명숙 전 총리(사진 왼쪽부터),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남윤인순 내가꿈꾸는나라 공동준비위원장,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 공동대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참석해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와 민주진보진영의 집권을 촉구하며 '혁신'과 '통합'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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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 전 일이 됐습니다. 2011년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가 주도했던 야권 대통합 추진모임 '혁신과 통합'은 그해 9월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평소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던 시민운동가들이 나섰으니 앞으로 한국정치에 꽤 많은 변화가 올 거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당시 만해도 정치에 몸을 담그지 않았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영화배우 문성근씨(국민의 명령 대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남윤인순 한국여성연합 대표, 이학영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등 내로라하는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전격 참여했지요.

국회와 정당을 출입하는 기자인 터라 가끔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들은 한국정치 안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는데, 아마도 그런 질문은 우리 정치 안에서 그분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당시 혁신과 통합은 연합정당 모델을 제시하면서 통합 이후 각당의 정체성을 보장하고 집권 이후에는 연합정부를 구성한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선 전부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적어도 그 당시엔 이 같은 논의가 매우 활발했지요.

8 : 2의 기울어진 운동장...보수와 진보의 균형은?

2년 전에도 한국정치의 화두는 '혁신과 통합'이었습니다. 이념지형이 8 : 2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추려면 제대로 된 야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성정당인 민주당의 혁신이 요구된다, 또 혁신된 민주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확대되려면 더 많은 세력이 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등이 주된 논의들이었죠.

무엇보다 한국사회 새 정치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두 가지 과제가 수반돼야 한다고 판단한 이들은 혁신과 통합으로 세력화 한 뒤, 시민통합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띄웠습니다.

시민의 바다에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그들은 2012년 4월 총선을 석달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었습니다. 1.15전당대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당원 12만명, 시민 65만명 등 77만명으로 구성된 정당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인단의 참여로 대표에 선출됐지요.

한 국가에서 야당 대표를 뽑는데 약 80만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일각에선 '친노세력'이 떼로 참여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100만 규모의 시민이 모여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정집단의 어떤 몰이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판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토록 힘을 몰아 탄생시킨 민주통합당은 1년 만에 닻을 내렸고 민주당으로 개명했으며 당원중심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민주통합당은 총선에서 졌고, 대선에서도 패배했습니다. 국민들은 두 번의 큰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제1야당의 현주소를 지난 1년간 '멘붕'인 채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답답한 이들은 민주당에 욕설을 퍼붓고, 아무리 욕한들 변화가 없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민주당 곁을 떠났으며 혹자는 아예 정치무관심층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로 너무 아프면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과 막장드라마

검찰이 국정원 선거 개입이 의심되는 트위터 글 121만 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11월 21일 오후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수사방해 규탄 및 해임요구'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황교안 법무부장관 사퇴와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 광화문광장에 선 민주당 "특검 수용하라" 검찰이 국정원 선거 개입이 의심되는 트위터 글 121만 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11월 21일 오후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수사방해 규탄 및 해임요구'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황교안 법무부장관 사퇴와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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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이후 대개의 정치민심은 아무리 시민적 지지를 보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만한 정당이 없어서 너무 헛헛하다는 듯이 보입니다. 어느 정당이든 힘을 보태주고 싶어도 딱히 맘에 끌리는 정당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지난 1년간 다들 그렇게 뿔뿔이 흩어져 한국정치가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쪽으로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그냥 봐 넘기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진실규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지요. 사실상의 정치적 내전 상태로 1년, 지금 이 순간도 그 흑막의 전쟁은 계속됩니다. 이 사건의 진실규명이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까,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국민들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여론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든 지난 대선의 비밀을 장막 안에 가두고 싶은 새누리당은 박근혜정권의 정당성과 성과를 홍보하기에 급급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그 내밀한 장막을 걷어내고 진실의 내막을 캐내려고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127명 국회의원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 댓글의혹사건에서 촉발된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으로 전선을 확대했고 국정원 개혁입법 특위까지 마련했으니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손에 쥘만한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시민사회 쪽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4자회담을 통해 특검을 추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국정원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 이른바 '양특'을 받는 단계에서 특검 자체가 실종된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특검이 어렵게 됐다면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개혁입법의 성과를 내야 하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회의 예산통제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9개 개혁안에 합의하라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별로 받을 뜻이 없어 보입니다.

사사건건 논의는 무성하지만 워낙 견해차가 커 합의가 좀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합의 없이 대립과 갈등만 반복되는 지난한 정치. 국민은 피로감이 크고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언급한 연말 대회전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특별한 일 없이 201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 안에서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대선불복과 종북...내년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프레임

민주당이 무언가 끊임없이 시도는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지층을 만족시킬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다 분명한 의제설정과 투쟁력이 담보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설전만 벌이며 상황을 끌고 가는 것은 아닌가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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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정부여당의 반발이겠지요. 모든 문제에 대해 종북과 대선불복 프레임을 짜고 야권을 그 안에 가두니 그에 대항할 적절한 카드를 마련하지 못한 민주당은 판판이 그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새누리당은 종북과 대선불복 프레임을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민주당이 이 프레임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이 이걸 뛰어넘는 새로운 어젠다나 프레임을 내놔야 하는데 민주당이 무엇으로 이 산을 넘을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민주당 안에 진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투쟁할 세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2011년 혁신과 통합으로 기성정당인 민주당으로 들어간 진보운동가들이 정당정치 안에서 진보적 개혁의제를 구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권 안에서 어떻게든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자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한 뚜렷한 성과는 아직 없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1년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등 무수한 정치적 대결국면에서 무언가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과 자성도 나옵니다.

이같은 우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아주 이례적으로 철도파업에 참가한 8천여명의 조합원 전원을 직위해제했고 파업지도부는 물론 실무급 간부들에 대해서도 체포영장과 검거명령을 내렸습니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을 약속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지난 대선 때 했던 공약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한 마디로 입을 싹 씻고 말았습니다.

도처에서 국민들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인사를 건네며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청와대는 대선 1주년 평가에서 박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 걸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챙기는 쪽으로 움직인 점을 큰 변화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합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자평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헐!"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문제는 진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는데 지난한 정치과정에서 민주당 안의 진보는 얼마나 많은 진보적 개혁이슈들을 관철하고 행동하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선 1주년을 맞이한 19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에 대해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은 단 한발자국도 미래를 향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민생은 파탄 나고,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국민안녕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1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 공약은 실종되고, 서민 압박, 재벌 편들기 정책만이 난무하고 있다. 희망과 포부에 가득차야 할 1년이 절망의 1년, 후회의 1년으로 뒤바뀐 것은 온전히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책임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1년 전의 대선 패배를 거울삼아 행동하는 민주당, 책임 있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한 정진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힌다. 국정원개혁특위를 통한 국정원 개혁, 특검제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다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혁신과 통합으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했던 민주당, 그 안에 행동하는 진보의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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