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7일부터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독일·프랑스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2014년 2월 7일부터 열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독일·프랑스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 소치올림픽 공식 누리집


세계 각국 정상들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불참을 통보해 개최국 러시아를 난감케 하고 있다.

AP·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스의 고위 인사가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독일 대통령실도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소치 동계올림픽 불참을 확인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는 기꺼이 참석했기에 불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독일 대통령실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독일 유력지 <슈피겔>은 가우크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소수자 차별과 야당 타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 '동성애 통제법'에 국제사회 우려

가우크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인권 문제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푸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가우크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러시아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고, 푸틴 대통령과 만나지도 않았다.

이 밖에도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EU) 법무·기본권 담당 집행위원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지금처럼 소수자를 계속 차별하면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6월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이른바 '동성애 통제법'을 발표해 이를 어기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처벌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 하원은 최근 성소수자의 헌혈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 추진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소수자 인권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덩달아 내년 2월 개막을 앞둔 소치 동계올림픽도 뭇매를 맞고 있다.

러시아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알렉세이 푸슈코프 러시아 하원 의장은 "가우크 대통령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아동·여성 탄압은 비난하지 않으면서 러시아만 강하게 비난하며 올림픽에도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격' 낮아진 미국 대표단... 러시아 무시?

그러자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인 미국도 논란에 가세했다. 미국 백악관은 18일 소치 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 단장으로 전 국토안전부 장관을 역임했던 재닛 나폴리타노 캘리포니아주립대 총괄 총장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당시 영부인이었던 로라 부시 여사가 단장을 맡았던 전례에 비춰볼 때 사실상 러시아를 무시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올림픽 개막식 대표단에 대통령은 물론 부통령, 전직 대통령, 영부인의 이름이 오르지 않은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왕년의 테니스 스타 빌리 진 킹과 여자 아이스하키 케이틀린 케이호도 대표단에 포함시켰다.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이자 성소수자로 유명한 킹과 케이호를 대표단으로 선정한 것은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주장해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에 항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 백악관은 "올림픽 대표단은 미국의 다양성과 최고의 팀워크를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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