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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대 대선은 트위터,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첫 대통령 선거로 관심을 모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개입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오마이뉴스>는 18대 대선 1주년을 맞아 당시 SNS 선거의 파급력과 국가기관 여론 조작 문제점을 짚어봤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위원 인터뷰에 이어 이번엔 1년 전 SNS 대선 여론 분석 작업을 진행했던 전문가들의 얘기를 다시 들어봤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밝히는 걸 원치 않았다. [편집자말]

이 기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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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선 당시 진보매체는 대부분 트위터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등을 정상적인 경로로 기사가 전달된 반면 보수 매체는 상당수가 자동 전송 계정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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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선 당시 SNS 여론 조작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조차 최근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여론 조작 개입 실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달 4일 오전 국정원 현관에서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달 4일 오전 국정원 현관에서 국정원 간부들이 국회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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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SNS에서 여론 조작은 불가능하다."

18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8일 쓴 기사 제목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SNS 호감도'가 상승세를 타면서 1위 박근혜 후보와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당시 비공개된 여론조사 가운데 문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음날 선거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였다. (관련기사: 문재인 SNS 인기 반전... "조작? 자발적 SNS에선 불가능")

18대 대선을 앞두고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SNS 불법선거운동이 적발된 데 이어 국정원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 SNS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SNS, 특히 트위터 여론의 대세를 뒤바꾸기엔 역부족이라고 봤다.

트위터는 영향력이 자신의 글을 구독하는 팔로워들로 제한되고 여론조작용 트위터 계정은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여론 조작 시도가 있더라도 상쇄되거나 주류 결과에 희석된다는 것이었다.

여론 조작 불가능하다던 전문가들, 국가기관 전방위 개입에 '당황' 

18대 대선 당시 와이즈넛 정치인신뢰지수 대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여론조사 비교
 18대 대선 당시 와이즈넛 정치인신뢰지수 대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여론조사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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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SNS 여론 조작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조차 최근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여론 조작 개입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여론 조작 행위가 이뤄졌고,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2600여 계정을 이용해 퍼뜨린 트위터 글만 2200만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블로그, 카페 게시글, 언론 보도 등을 분석해 '후보 호감도'를 발표했던 A사 임원은 지난 9일 "내용 분석까지 해보진 않았지만, 특정 트윗이 계속 RT(리트윗)되면 힘을 받기 때문에 2000만 건이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의미있는 숫자"라면서 "이벤트성으로 한번 뿌리고 말았다면 휘발성으로 사라지겠지만 지속적으로 특정 후보에 우호적이거나 반대 후보를 비판했다면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자체 여론뿐 아니라 포털이나 언론 보도를 통한 SNS 여론 확산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임원은 "대선 SNS 분석에는 양적 내용도 반영되고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 평가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트위터 글 자체는 팔로잉하는 사람만 볼 수 있어 자체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유권자들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소셜분석 결과를 민심으로 받아들인다면 의도한 결과가 팽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대선 여론 분석 진행했던 B사 전직 임원 역시 지난 11일 전화통화에서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SNS 생태계에 대해 잘 아는 쪽에서 여론 조작을 했다면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당시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소셜에서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나 기사를 서비스했는데 그걸 노렸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임원은 "한 사람이 1시간 동안 트윗 글을 몇 백 개씩 올린다든지, '로봇'을 활용해 글을 퍼 나르는 비정상적인 계정은 따로 관리하고 분석 과정에서 걸렀다"면서 "대선 국면에서 그런 계정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결국 양적인 영향력은 그만큼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위원 역시 지난 1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2200만 건'이란 양보다 '의제 설정'이라는 질적인 면에 더 주목했다. 물론 양이 많을수록 2단계, 3단계 거치며 메시지가 증폭할 수 있지만, 오히려 후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한 '프레임(세상을 보는 틀)' 자체를 바꿔 부동층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부동층 겨냥한 'SNS 조작'... 박빙 선거에 영향" )

실제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단체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에 깊숙이 관여하고 보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사를 주문생산한 뒤 포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확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국정원, 보수단체 보도자료 작성 배포에도 깊이 관여 )

국정원 여론조작 흐름도
 국정원 여론조작 흐름도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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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매체 이용해 '어젠다' 확대 재생산... '자동 전송' 절반 육박

이같은 흔적은 당시 트위터 언론사 뉴스 RT(리트윗) 분석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대선 당시 소셜 분석 업체인 '유저스토리랩'은 트위터를 통해 퍼지는 언론사 기사 순위를 실시간으로 발표했다. 평소에는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진보매체 기사 리트윗수가 압도적이었지만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뉴데일리>, <데일리안>, <조선>, <중앙>, <동아> 같은 보수 매체의 리트윗 순위가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1주일치 리트윗 소스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진보매체는 대부분 트위터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등을 정상적인 경로로 전달한 반면 보수 매체는 기사를 트위터에 자동으로 전송해주는 프로그램인 '트위터피드(twitterfeed)' 활용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역시 트윗봇이나 트위터피드 같은 자동 전송 프로그램을 활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8대 대선 당시 트위터를 통한 언론사 뉴스 리트윗 숫자 비교. 보수 매체는 기사를 트위터에 자동으로 전송해주는 프로그램인 '트위터피드(twitterfeed)' 활용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자료 출처: 유저스토리랩)
 18대 대선 당시 트위터를 통한 언론사 뉴스 리트윗 숫자 비교. 보수 매체는 기사를 트위터에 자동으로 전송해주는 프로그램인 '트위터피드(twitterfeed)' 활용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자료 출처: 유저스토리랩)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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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아>는 트윗피드를 활용한 기사 리트윗이 전체 2만8243건 가운데 41%인 1만1588건에 달했고 <조선>이 8352건(34%), <중앙>이 3531건(23%)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 등 진보 매체는 각각 1637건(2.0%), 1560건(2.4%), 958건(3.1%)에 그쳤다. 결국 진보매체 기사는 트위터 사용자들의 자발적 리트윗이 절대적을 비중을 차지했던 반면 보수 매체는 '특정 세력'의 '자동 전송'에 크게 의존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매체 기사만 집중적으로 퍼뜨리는 '트위터 알바' 계정이 등장해 그 배후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번 국정원 여론 개입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실체의 하나로 의심받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본사가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 재선을 예측해 화제가 된 '트윈덱스'와 같은 '트위터 정치지수'를 국내에 도입하려다 중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작업에 관여했던 업계 관계자는 "당시 트위터에선 한국에 지사를 만드는 시점이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봐 대단히 조심스러워했다"면서 "미국에선 트위터 분석 결과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반면 국내 정치권에선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치권의 민감한 태도가 트위터 등 SNS 여론 조작에 나서는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소셜 생태계를 잘 알고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는 걸 비난만 할 수는 없다"면서 "과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신문, 방송 등 오프라인을 통해 이뤄지던 여론 조작 시도가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태그:#트위터, #SNS 선거, #국정원 선거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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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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