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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차밭에 불을 밝힌 대형 트리. 차밭을 온통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보성차밭에 불을 밝힌 대형 트리. 차밭을 온통 형형색색으로 물들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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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은 사철 좋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싱그러운 매력을 뽐낸다. 가을도 겨울도 색다른 멋이 있다. 하루의 어느 때라도 아름답다. 차밭 고랑을 걷는 것만으로도 매혹적이다. 차밭에서 마시는 따끈한 녹차 한 잔도 감미롭다.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준다.

보성 차밭으로 간다. 지난 14일이다. 모처럼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성차밭으로 가기 위해서다. 지루하지도 않다. 광주에서 직통버스가 한 시간 조금 넘어 보성까지 데려다준다. 금세 도착한다.

보성버스터미널에서 쾌상들을 가로질러 차밭으로 간다. 이른바 '서편제 보성소리 득음길'이다. 발품을 팔아 차밭으로 갈 수 있는 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괜찮다. 동알마을을 거쳐 쾌상들을 지난다. 하늘거리며 걷기 좋다. 한낮의 날씨도 그리 춥지 않다. 가을걷이를 끝낸 들녘이 스산하다. 텅 빈 들판에 곤포 사일리지가 널브러져 있다.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쾌상들. 곤포 사일리지를 배경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스산함을 더해준다.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쾌상들. 곤포 사일리지를 배경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스산함을 더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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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 임도. 자동차도 다닐 만큼 길이 넓다. 하지만 다니는 차량이 없어 한적하다.
 활성산 임도. 자동차도 다닐 만큼 길이 넓다. 하지만 다니는 차량이 없어 한적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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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쾌상들을 가로지르는 2번국도를 건너 활성산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가 넓다. 하지만 다니는 차량이 없다. 한산하다. 편백 우거진 숲길도 오롯하다. 온전히 나만의 길이다. 쉬어갈 만한 의자도 군데군데 있다.

활성산 삼림욕장을 돌아가니 턱골재에 닿는다. 보성읍 봉산리와 쾌상리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는데 역할을 한 몽중산과 군사들이 진을 쳤던 진두골 사이다.

턱골재에 보성소리 체험시설이 보인다. 버튼을 살짝 눌러보니 보성소리 한 소절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다. 태양열로 움직이는 시설이다. 서편제 보성소리의 고장임을 실감한다. 여기서 오른편 돌탑 사이로 들어가면 활성산성이다. 임진왜란 때 마을을 지키는 산성과 훈련장으로 쓰였다.

활성산 삼림욕장.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활성산 삼림욕장.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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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 임도.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이른바 서편제 보성소리 득음길이다.
 활성산 임도. 보성읍에서 차밭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이른바 서편제 보성소리 득음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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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 어느 때라도 멋진 차밭

한눈 팔 겨를이 없다. 마음은 벌써 차밭에 가 있다. 한국차박물관과 대한다원 주차장을 지나 봇재로 달려간다. 코끝으로 차향이 느껴지면서 몸과 마음이 반긴다. 활성산 자락 봇재다.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사방이 차밭이다. 한 번의 심호흡으로 긴장의 끈이 금세 풀린다.

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간다. 내리막이 제법 급하다. 하지만 걸음은 더디다. 해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밭이 산비탈을 따라 층계를 이루고 있다. 밭이랑이 다소곳하다. 산비탈 능선을 따라 구부러진 차밭의 선율도 아름답다. 매혹적인 곡선미다. 흡사 판소리 가락의 높낮이처럼 휘감아 돈다.

풍경도 한 폭의 그림이다. 진초록의 카펫 같다. 몸도 마음도 온통 진녹색으로 물든다. 그 위에 몸을 던져 누워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연인과 함께 찾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낭만 데이트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언제라도, 하루 어느 때라도 멋진 차밭이다.

턱골고개.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돌탑들이 쌓여 있다. 오른쪽에 보성소리 체험시설이 세워져 있다.
 턱골고개.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돌탑들이 쌓여 있다. 오른쪽에 보성소리 체험시설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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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각에서 내려다 본 보성차밭. 저만치 아래로 보이는 저수지가 영천저수지다.
 다향각에서 내려다 본 보성차밭. 저만치 아래로 보이는 저수지가 영천저수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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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서 길은 영천마을로 이어진다. 다향각에서 볼 때 차밭 고랑 너머로 보이는 저수지가 있는 마을이다. 주변에 자투리를 이용한 차밭이 많다. 산비탈의 차밭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해 보인다. 인공의 손때가 덜 탄 덕분이다.

그 사이 길이 평탄해졌다. 거리도 한산하다. 도로변에 차를 덖는 집이 보인다. 발효시키지 않고 찻잎을 그대로 쪄서 말리고 덖고 있다. 영천저수지도 꽤나 크다.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둔치에 선 억새의 몸을 흔들어댄다. 억새는 논두렁에서도 하늘거리고 있다. 농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도 아름답다.

봇재에서 양동마을과 영천마을을 거쳐 2㎞쯤 내려온 것 같다. 득음정(得音亭)으로 가는 길목이다. 마당에 장독 빼곡한 기와집이 보인다. 녹차와 함께 버무려 된장을 담그는 집이다. 울타리에 까치발을 하고 선 나무에 하얀 꽃이 흐드러져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차꽃이다. 보기 드문 꽃무더기다. 횡재라도 한 것 같다.

영천마을에서 뒤돌아 본 차밭. 영천저수지 너머로 활성산과 차밭이 보인다.
 영천마을에서 뒤돌아 본 차밭. 영천저수지 너머로 활성산과 차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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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집 앞으로 항아리가 줄지어 선 녹차된장집. 차나무에 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기와집 앞으로 항아리가 줄지어 선 녹차된장집. 차나무에 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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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득음정으로 간다. 왼편에 계곡을 끼고 산길로 들어선다. 소리꾼들이 수련하며 득음을 했다는 정자다. 정자 옆으로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가 장쾌하다. 마치 한여름 계곡 같다. 수량도 풍부하다. 득음정에 서니 엔간한 목청은 물소리에 바로 묻히고 만다.

서편제 보성소리 득음길은 여기서 소리폭포를 거쳐 한치재 주차장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발걸음을 돌린다. 날도 저물고 있다. 마침 차밭에 설치된 대형 트리도 불을 밝힌다. 지난 1999년 말 세계 최대의 트리로 기네스북에 올렸던 보성군이 이 차밭에 대형트리를 설치했다. 겨울날 환상적인 빛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서다.

득음정과 득음폭포. 옛날 소리꾼들이 소리를 하며 득음을 했다는 곳이다.
 득음정과 득음폭포. 옛날 소리꾼들이 소리를 하며 득음을 했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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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 트리. 차밭 고랑과 사잇길에 대형 트리를 설치하고 불을 밝혀 겨울낭만을 선사한다.
 차밭 트리. 차밭 고랑과 사잇길에 대형 트리를 설치하고 불을 밝혀 겨울낭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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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밝힌 차밭 트리는 힘차게 달려 나가는 말을 형상화하고 있다. 말의 해인 새해의 힘찬 출발을 담고 있다. 높이 150m, 폭 130m에 이른다. 여기에는 120만개가 넘는 LED전구가 들어가 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형형색색의 불빛을 밝히고 있다. 황홀경이다.

차밭 사이로 눈꽃이 내리는 듯한 은하수터널 산책로도 나 있다. 봇재에서 다향각까지 경관조명도 설치됐다.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가족간 애정도 확인할 수 있는 사랑의 포토존, 다짐의 계단도 낭만적이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거닐며 겨울밤의 운치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관광객과 함께하는 점등식 이벤트도 날마다 이뤄진다. 소망카드를 달고, 그 소망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내 소망 메시지 찾아보기'도 재미를 더한다. 겨울밤의 색다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보성차밭 트리는 새해 2월 2일까지 밤마다 불을 밝힌다.

트리로 만나는 은하수터널. 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만들어 놓았다.
 트리로 만나는 은하수터널. 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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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 트리. 차밭 골골마다 형형색색의 불을 밝혀 환상적인 밤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차밭 트리. 차밭 골골마다 형형색색의 불을 밝혀 환상적인 밤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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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보성차밭 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죽림나들목에서 순천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보성나들목으로 나간다. 보성읍 초당교차로에서 순천-목포 국도를 타고 장흥·목포방면으로 가다 장수교차로에서 회천·안양방면으로 18번 국도를 타면 차밭에 닿는다. 광주나 화순읍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보성으로 가도 된다. 버스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탄다. 직통버스가 1일 7회, 화순·복내를 거쳐서 가·는 직행버스가 28회 운행한다. 요금 8400원.



태그:#보성차밭, #차밭트리, #보성소리득음길, #보성차밭빛축제, #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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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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