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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대두된 기후변화 이슈는 최근 지구환경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현상을 막고자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요즘 '나무'는 유일한 탄소흡수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런 나무와 숲의 탄소흡수 기능을 유지·증진하면 기후변화 대응을 도울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나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에 의한 온실효과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자원의 과도한 이용, 환경오염, 토지이용변화 등의 지구환경 변화요인들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그에 따른 환경오염 등의 피해가 심각해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각종 산림생태계의 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는 무엇보다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유일한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이 갖는 위치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숲을 조사해 나무가 얼마만큼의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지 알려주는 '주요수종 탄소 흡수량'을 최근 공개했다. 지난 10일 주요수종 탄소 흡수량 개발에 힘쓴 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강진택(45)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산림과학원이 위치한 홍릉숲은 겨울임에도 상쾌함이 감돌았다.

나무·숲은 온실가스 감축시키는 '탄소흡수원'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강진택 박사가 산림의 탄소흡수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강진택 박사가 산림의 탄소흡수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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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의 탄소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강 박사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숲의 감소를 막는 것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방법"이라며 운을 뗐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산림이 자연생태계의 효율적인 탄소 저장고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산림청은 최근 우리나라 나무의 양이 40여년 전보다 11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산림녹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숲을 가꾸고 지키기 위한 전 국민의 노력이 지금의 숲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극도로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제1, 2차 산림 녹화사업을 실시했다. 이 기간 중 68만 ha의 황폐지를 복구하고 216만 ha의 면적에 나무를 심어 녹화사업을 완료했다.

이런 녹화사업의 성공으로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국토면적의 63.7%인 637만 ha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산림에서 약 14억 5000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또한 연간 6550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우리나라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를 매년 상쇄하고 있다.

강 박사는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 협약 체제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탄소 배출권 확보를 위한 온실가스 저감 정책 수립 및 청정기술 개발과 탄소흡수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중 조림을 통한 탄소흡수원 조성은 청정기술 개발 분야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며 실패할 가능성이 적고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림은 국유림보다 사유림이 많다. 산주들이 나무를 목재 등의 용도로 팔기도하고 산림 등에 펜션 등 관광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970~80년대에 심은 나무가 많기 때문에 숲의 평균나이는 30년생 정도로 아직은 CO₂를 왕성히 흡수하지만 앞으로 점차 나이가 들면 생장이 둔화돼 탄소저감기능이 줄게 된다"며 "어느 정도 생장이 둔화된 나무는 벌채한 후 제품으로 만들어 탄소를 계속 저장하고 베어낸 자리에 어린 숲을 다시 조성하면 효과적인 탄소저감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침엽수보다 활엽수가 탄소흡수에 효과적

 강진택 박사가 ‘주요수종 표준 탄소흡수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강진택 박사가 ‘주요수종 표준 탄소흡수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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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삼림과학원은 지난 40년간 전국 3212개의 숲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주요수종 표준 탄소흡수량'을 최근 공개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정한 국제표준방법인 탄소축적 차이법을 활용해 소나무·참나무 등 우리나라 주요 8개 수종의 탄소흡수량을 알기 쉽게 나타낸 것이다. 탄소축적 차이법은 나무가 광합성을 하면서 CO₂를 흡수하고 호흡에 의해 CO₂를 배출하고 남은 탄소가 나무에 축적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는 "숲이 탄소흡수원으로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주요수종 표준 흡수량을 개발한 것"이라며 "단위면적(ha)당 연간 CO₂흡수량은 나무나이 60년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상수리나무 11.72t, 신갈나무 9t, 낙엽송 8.96t, 강원지방소나무 7.35t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소나무보다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의 CO₂흡수량이 높은 것이다.

또 나무 한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CO₂량은 소나무류는 평균 6.6kg을, 참나무류는 평균 10.79kg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은 우리나라 소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 등 8개 주요 수종에 대해 임령(林齡·숲의 나이)별 연간 ha 당 이산화탄소 흡수량, 수령(樹齡·나무의 나이)별 1그루당 이산화탄소 흡수량,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1t을 상쇄하기위해 심어야 하는 나무 그루 수 등에 대한 표준을 담고 있다.

강 박사는 "나무가 1년간 생장한 양을 알면 여기에 수종별 탄소전환계수를 곱해 탄소무게로 환산함으로써 1년 동안의 탄소흡수량을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30년생 기준으로 산림 1ha 당 평균 약 10.7t의 CO₂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활엽수가 12.1t으로 침염수 10.3t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많았다"고 밝혔다.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에 따르면 CO₂1t의 상쇄에 필요한 수종별 식재 그루 수는 강원지방소나무 6.49 그루, 낙엽송 5.82 그루, 상수리나무 3.99 그루, 신갈나무 4.70 그루 등으로 나타났다. 그는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국가인 만큼 탄소흡수원인 나무를 심는 것은 온실가스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 몇 그루의 나무로 상쇄할 수 있나?

 산림과학원 강진택 박사의 연구실에 있는 65~70년 생 소나무의 줄기 단면이다. 강 박사에 따르면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나무의 나이뿐 아니라 당시 기후 상태 등을 알 수 있다.
 산림과학원 강진택 박사의 연구실에 있는 65~70년 생 소나무의 줄기 단면이다. 강 박사에 따르면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나무의 나이뿐 아니라 당시 기후 상태 등을 알 수 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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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무는 어떻게 대기 중의 CO₂를 흡수해 자기몸 안에 유기물의 형태로 저장할까. 나뭇잎에 있는 엽록소에서는 대기 중에서 얻은 CO₂와 뿌리에서 흡수한 물(H₂O)을 재료로 하고 햇빛을 에너지 삼아 유기물을 만들고 산소(O₂)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일반인들의 나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탄소나무계산기'도 개발했다. 탄소나무계산기는 산림청 누리집을 통해 이용하거나 스마트폰 앱으로 다운받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탄소나무계산기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CO₂를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우리가 배출한 CO₂를 흡수하기 위해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도 계산해 준다.

만약 성인 2명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 시애틀에 갈 경우 8368km의 거리를 비행하게 된다. 이때 5116kg의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만큼의 CO₂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어린 소나무 46그루를 심어야 한다.

최근 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에 기업들의 문의도 잦아지는 추세다. 예컨대 전기자동차 업체에서는 전기차를 타는 것이 나무를 몇 그루 심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자문을 구한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철강업체나 백화점, 유통업체 등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무의 나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산림의 탄소흡수 잠재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산림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왕성한 생장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림의 건강성을 유지시키고 생장을 돕기 위해서는 나무심기, 숲 가꾸기 등과 더불어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나무를 이용해 화석연료 이용을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그는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CO₂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다른 여러 가지 유익함을 준다"며 "이런 기능을 하는 나무가 많을수록 우리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산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강진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강진택 박사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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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택 박사는 누구?
▲ 국립경상대학교 농과대학 임학과 대학원 석사·박사학위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박사후연수생 ▲ 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정책연구부 기후변화연구센터 근무(산림탄소평가·바이오매스 및 탄소변화량 모니터링 분야 연구) ▲ 현 산림 온실가스 통계 인프라 구축 ▶ 현 아시아 REDD+ 전략 비교 및 연구협력 네트워크 구축
논문 : ▲ 삼림의 기능별 경영계획에 관한 연구(1996) ▲ GIS를 이용한 주요 난대수종의 적지예측 및 Mapping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2001) ▲ 기후변화에 따른 난대상록활엽수의 적지예측 평가 모델 개발(2012) ▲ 가침박달 집단의 유전다양성 및 유전구조 분석(2013)

덧붙이는 글 | 박선주(su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인터뷰#강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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