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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를 하는 한국전력(아래 한전) 작업자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7일, 기자가 찾아간 현장에서 한전 작업자들은 공사를 저지하는 마을 주민들의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가 하면, 주민들을 돕기 위해 온 시민들마저 폭행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오전 6시 30분,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오전 6시 30분,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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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5시 기자는 경남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를 찾았다. 이곳은 밀양 송전탑 107번, 108번이 지날 예정이다.

오전 6시부터 골안마을 입구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먼저 나온 주민들은 불을 지피고 오전 7시가 가까워지면서 승합차 하나가 올라온다. 주민이 막아서자 되돌아간다.

주민들은 "저 놈들이 우리 숫자를 파악하러 온 놈인 거라"고 말했다. "내려가라, 여기 뭐하러 왔나. 내려가세요. 할머니들 그만 괴롭히고 내려가라"는 말이 새벽하늘에 울러 퍼진다.

마을 중앙으로 100여 명의 경찰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좌측 농로에도 100여 명의 경찰이 올라와 방패를 앞세우고 진을 치기 시작한다. 그 뒤로 한전 작업자 25명 정도가 산길로 올라간다. 할머니들이 "저리 빼돌리네"라며 우르르 몰려들지만, 수에서 밀린다.

"내려가라! 가려거든 우리를 죽이고 가라! 억울해서 환장하겠다. 이게 무슨 경찰이고. 경찰이 주민보다 한전 앞잡이 노릇하는 게 민주주의인가. 우리가 너희에게 한전의 개 노릇 하라고 세금을 내놔. 나쁜 놈들아 내려가라! 제발 내려가라!"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들과 주민들이 뒤엉켜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경찰들과 주민들이 뒤엉켜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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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우리를 밟고 가라'고 바닥에 드러눕자 여경이 투입되고 있다.
 주민들이 '우리를 밟고 가라'고 바닥에 드러눕자 여경이 투입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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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좌측 산 쪽에서 작업을 끝마치고 내려오던 한전 작업자들과 주민들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한 작업자는 지역 주민을 업어치기로 바닥에 던졌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자, 또 다른 작업자는 기자의 멱살을 잡고 심한 욕설을 해댔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혔지만 막무가내였다. 그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심하게 풍기고 있었다. "술 드셨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 와 묵었다, 어쩔건데"라며 기자의 멱살을 잡고 심하게 흔들어 재낀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리지 않았으면 아침부터 봉변을 당할 뻔했다. 한 작업자는 "경찰 개XX들 아침부터 밥을 쳐먹고 (주민) 몇 놈 되지도 않은데 지키지 못하고 뭐하는 거야"라며 분풀이를 해댔다.

한전 작업자 두 명이 마을 주민 안영수(빨간모자)씨의 멱살을 잡고있다.
 한전 작업자 두 명이 마을 주민 안영수(빨간모자)씨의 멱살을 잡고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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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작업자가 마을 주민(얼룩무늬 바지)을 바닥에 내던진 후 몸싸움을 하고 있다.
 한전 작업자가 마을 주민(얼룩무늬 바지)을 바닥에 내던진 후 몸싸움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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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쯤 한전 작업자가 산으로 올라갔다. 주민 등 10여 명은 다시 좌측 산으로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2차로 한전 작업자들이 주민들의 눈을 피해서 오르다 저지를 당했다. 일부 주민이 바닥에 드러눕자, 경찰 150여 명이 다시 투입됐다. 경찰들은 방패를 이용하여 주민들을 밀쳤고, 여경들은 바닥에 누워있는 주민과 활동가들을 들어 산쪽으로 옮겼다. 욕설과 고함이 오갔다.

그 사이로 한전 작업자들은 신속하게 산으로 올라갔다. 분이 풀리지 않은 주민들은 "개XX들아 그만 해라, 제발 내려가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욕 좀 그만 하세요"라며 주민들을 밀어붙였고, 주민들은 역부족이었다.

1차 한전 작업자가 올라가고 2차로 올라가는 한전 작업자를 10여 명의 주민이 저지하는 가운데 속속 경찰이 올라오고 있다.
 1차 한전 작업자가 올라가고 2차로 올라가는 한전 작업자를 10여 명의 주민이 저지하는 가운데 속속 경찰이 올라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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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한전 작업자와 주민들이 뒤엉켜 몸싸움이 진행돼 말리려고 다가가자 그 작업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면서 턱뼈까지 흔들릴 정도로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그 사람 얼굴이라도 보려고 모자를 벗겼다"면서 "살아오면서 그렇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얼굴을 맞아 보기는 처음이라 무서웠지만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따라갔는데 중간에 다른 작업자들이 막으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아예 처음부터 때리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처럼 보자마자 얼굴을 때렸다"면서 "두어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도 어금니 쪽으로 통증이 있어서 내려가는 대로 병원에 가봐야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창원에서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한다는 권오선씨는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면서 "아침에 주민들과 같이 한전 작업자와 서로 옷을 잡고 언쟁을 하는 도중에 (한전 작업자가) 갑자기 뺨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얼굴에 상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오늘 처음 온 나도 이 정도로 막 대하는데 나이 드신 지역주민은 그동안 어떻게 대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분노했다.

주민 연대를 위해 창원에서 온 권오선(21)씨가 한전 작업자로부터 주먹으로 폭행을 당해서 상처를 입었다.
 주민 연대를 위해 창원에서 온 권오선(21)씨가 한전 작업자로부터 주먹으로 폭행을 당해서 상처를 입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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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안영수(58)씨는 "아침에 공사 인부가 욕을 하면서 옷을 잡고 모자를 벗기고 얼굴을 손으로 밀치는 과정에서 손등이 찢어져서 피를 봤다"며 "전쟁이 따로 없다. 그나마 오늘은 연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1시간 이상 공사를 지연시킨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 #부상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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