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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역 부근에서 연말 점보 복권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선 사람들입니다. 다이안(大安)이라는 깃발이 보입니다. |
ⓒ 박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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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일요일 낮 오사카 역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건물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복권을 파는 줄이었습니다. 복권을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경비 회사 직원들이 나와서 줄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복권은 당첨되기만 하면 가장 경제적인 돈벌이입니다. 당첨 확률이 낮은 것이 다만 문제지요. 일본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에는 썸머 복권, 겨울에는 연말 점보 복권 등 시시때때로 이름을 지어서 팝니다. 그리고 복권을 사는데 열중합니다.
새로운 복권을 팔기 시작할 때에는 신문, 방송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도 열을 내면서 선전을 합니다. 일부 당첨되는 사람이 있으니 나도 당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복권을 사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당첨이 될까요?
당첨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확률을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당첨될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복권을 사는 이유는 복권을 통해 자신도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복권을 사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만큼 사회가 안정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복권을 사는 이유는 복권을 사서 당첨자를 발표할 때까지라도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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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역 부근에서 연말 점보 복권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선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당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 박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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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5일 일요일은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다이안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는 달력에는 로쿠요(6曜, 6輝)라고 하는, 센쇼(先勝), 도모비키(友引), 센푸(先負), 부츠메츠(佛滅), 다이안(大安), 샷코(赤口) 여섯 날이 반복해서 기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센쇼는 먼저 한 사람이 이긴다는 뜻으로 그날 오전까지는 좋지만 오후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도모비키는 나쁜 일에 친구를 끌어들인다는 뜻으로 낮 정오 무렵이 가장 나쁘고, 장례식이 이날 치러지면 모두 싫어합니다. 센푸는 센쇼와 반대로 낮까지 나쁘고 오후부터 좋은 날입니다.
부츠메츠는 부처가 없는 날로 가장 나쁜 날입니다. 이 날은 기업을 이전하거나 새로 개업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이안은 좋은 날로 결혼, 여행 등 무슨 일을 해도 안전하고 좋다고 합니다. 샷코는 나쁜 날로 특히 아침과 저녁이 나쁘고, 축하할 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붉은 색은 불이나 피를 연상하기 때문에 불에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과연 날에 운수가 정해져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활동이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여 새 차를 받을 때에도 가능하면 좋은 날 받으려고 합니다.
JR 전차로 출퇴근을 하다보면 이러한 날에 따라서 승차하는 승객의 수가 다를 정도로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일본이기도 합니다. 로쿠요는 원래 중국에서 시작하여 날에 따라서 길흉을 점치는 것인데 에도 시대 일본에도 들어와 민간에 퍼졌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7일 일주일은 메이지 시대부터 사용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사는 일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로쿠요는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여섯으로 나누어서 형상화시킨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두 다이안 좋은 날, 15일 모두 복권을 사면 복권을 파는 사람은 매상고가 올라서 좋을지 모르지만 복권에 당첨될 상금은 정해진 금액에서 오르지 않으니 복권을 산 사람만 당첨될 확률이 떨어져서 손해 볼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