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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정세균 위원장이 진술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16일 국회 국정원개혁특위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정세균 위원장이 진술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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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고영구 국정원장에게 국내사찰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제도개혁을 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후회되고 잘못된 판단인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유인태 민주당 의원은 회한이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기능 폐지 주장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의 조작사건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적 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유 의원의 말을 받아, 여야 모두의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여야 모두 집권할 때의 생각과 야당 때의 생각이 180도 달라지는 것이 지금 국정원 개혁 방안을 놓고 벌이는 공방"이라면서 "유인태 의원이 말했듯이, 새누리당이 야당 시절에 국정원 개혁 방안을 내놓았는데, 지금 민주당 개혁방안과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곧 속내를 드러났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옹호한 발언을 거론하며, 국정원의 심리전단과 대공수사권 유지를 강조했다. 16일 국정원개혁특위 공청회에서 여야는 전문가들을 불러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여야는 대공수사권과 심리전단 폐지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유인태 의원의 회한 "참여정부 때 했어야..."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과 전문가의 대공수사권 폐지 주장에 대해 국정원의 대공수사 능력을 옹호했다. 이에 유인태 의원은 "간첩사건을 조작하는 데에도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면서 "요새 (간첩사건) 무죄가 많이 난다, 재심에서 몇십 년 만에 무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더군다나 저는 중정에서 한 달 넘게 온갖 고문을 받았고, 중정이 판사에게 '첫줄 사형, 둘째 줄 무기징역, 셋째 줄 20년 형' 쪽지를 주던 시절을 겪었다"면서 "당시 8명은 사형을 선고 받고 다음날 집행됐지만 나머지는 열 달 만에 나왔다, 이러한 슬픈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민청학련 사건 재심을 통해 38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그러면서 참여정부의 국정원 개혁 실패에 대해 언급했다. 유 의원은 "2000년대 초 국정원의 불법 도청 사건으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정원 폐지와 해외정보처 신설을 주장했다, 당시 정형근·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이 만든 국정원 개혁법안과 비교해, 이번 여야 4자 회담 합의 사항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 추천 전문가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이광철 변호사에게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 국정원을 개혁하자고 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도 개혁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선의를 가지고 사찰을 못하게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과의 독대를 하지 않았고, 국정원이 댓글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겠다는 제안도 거절했다는 증언이 있다"면서 "정보기관이 권력기관화 되는 것을 막으려했던 집권자의 선의가 발현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제도 개혁에 나섰다면 정보기관이 훨씬 더 선진적인 정보기관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처럼 우리도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장을 10년씩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원장이 바뀌면 우수수 쫓아내니까 국정원 직원들이 최고의 정보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 정권에 잘 보일까만 생각한다, 어느 세월에 고급정보기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여당 추천 전문가인 한희원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했다.

여야, 대공수사권·심리전단 폐지 두고 설전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열린 공청회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정원 개혁특위 공청회 방문한 여야 원내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열린 공청회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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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의원은 유 의원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국정원 개혁 물타기에 나섰다.

그는 "국정원 정보의 최종 수요자가 대통령과 국회다, 대통령과 국회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정원의 운영 방향이 달라진다"면서 "과거 국정원은 정책 정보를 생산해서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에 있었던 현 야당 의원도 있었기 때문에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유인태·전해철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권 의원은 "참여정부 때,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규정된 대북정보가 아닌 국가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국가정책에 대한 국정원의 관여를 당연하고 필요하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를 떠나서 대통령 입맛에 맞는 정보 생산에 노력했고, 그러다보니 정치적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대공수사권·심리전단 폐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국정원 국장 출신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심리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기 위해서 계속 심리전을 하는 사이 우리나라 국민들은 무방비 상태에 있게 된다"면서 이런 것(북한의 심리전)들이 잘못됐다고 반격하는 것이 대북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국정원 2차장 출신인 김회선 의원은 "국정원의 이적단체 수사에서 중정이나 안기부 때와 같은 인권 논란은 없다, 조사실은 검찰 조사실보다 더 인권친화적"이라며 "RO(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의혹 사건)에서도 당사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옛날처럼 영장 없이 데려가서 수사하는 일은 없다, 이런 일을 검찰이나 경찰에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중앙정보부를 창설할 때도 그랬지만,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보안 정보로 제한한 것은 국정원의 권한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면서 "현재 국내정보파트는 비대하다, 국정원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대북파트나 해외파트는 찬밥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유식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는 "국정원이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심리전에 대한 반성하고 심리전단을 폐지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국정원이 심리전단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면서 "국정원법에 따르면, 심리전단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정원법 3조 1항에 따르면, 국정원의 으뜸 직무로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배포'를 명시하고 있다.


태그:#국정원 개혁 특위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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