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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충남경제진흥원과 충남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공동으로 주관하여 시행, 취재한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는 '지역경제, 선순환이 해답이다'라는 주제로 국내외 선진사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1년 7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 마을사무소.
 1년 7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 마을사무소.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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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7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
 1년 7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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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를 왜 하는지 아세요? 정답은 '남 주려고'입니다. 이해가 안 가시죠? 수익이 나면 남을 위해 내놓는 마을, 그곳이 바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입니다."

'사회적 경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해답을 찾기 위해 방문한 전북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치즈마을'을 방문하자 이 마을 대표인 이진하 운영위원장이 우리 일행에게 건넨 첫마디다.

임실군 전체 인구는 3만7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시골마을에는 무려 1년에 7만 명이 다녀간다. 화성, 중금, 금당 세 마을로 이루어진 금성리에는 69가구 225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들 중 65세 미만이 70% 가까이 되는 매우 젊은 마을이다. 젊은이와 관광객이 모이는 마을, 주민 모두가 공동체가 되어 기꺼이 수익을 내놓는 마을, 그 비법은 무엇일까?

'치즈마을' 성공, '돈'에 있지 않다  

'치즈마을(http://cheese.invil.org)'의 시작은 그야말로 미미했다. 1967년 임실성당에 부임한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벨기에) 신부가 산양 2마리를 기르면서 시작한 것이 그 첫 출발이다. 당시 목적은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산양을 택한 것은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풀 천지여서 기르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환경에 맞고 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찾은 것이지만,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거듭된 실패가 있었고 일부 주민의 반발도 있었다.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지 신부가 아니었다면 임실치즈의 성공사례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잦은 실패에 낙담하는 주민들을 본 지정환 신부는 치즈의 본 고장 유럽으로 날아가 제조 비법을 익혔다. 그 후에 치즈공장을 설립하고 협동조합운동을 시작했다.

"신부님 말씀이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단순히 돈을 벌자는 게 아니었던 거죠. 또 우리 마을의 운영원칙은 '나보기 운동'에서부터 출발하죠. 삶에는 옳고 그름이 있는 게 아니라 다만, 다름이 있을 뿐이니까요."

마을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진하 운영위원장은 치즈마을의 성공이 '돈'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마을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지정환 신부로 부터 시작된 '치즈마을'의 마을만들기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진하 운영위원장.
 지정환 신부로 부터 시작된 '치즈마을'의 마을만들기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진하 운영위원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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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 안내도.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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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치즈 등 유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이 작은 마을에 6곳이나 들어섰다. 그 가운데 '(주)숲골유가공'은 전국 최초의 목장형 유가공 공장으로서 딸기 요구르트, 복분자 요구르트, 호박 요구르트와 대표 상품 모짜렐라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치즈 생산과 판매에 성공한 금성리는 2003년 농림부 선정 녹색농촌체험마을이 됐다. 그때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치즈 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임으로써 또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2006년에는 마을 이름을 아예 '치즈마을'로 바꾸었다.

시작에서부터 46년이 흐른 지금 치즈마을은 1차 산업인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을 기반으로, 2차 산업인 치즈 제조, 3차 산업인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급속한 확산 추세에 있는 6차 산업의 모델을 남보다 앞서 정착시킨 것이다.

치즈마을에 가면, 아름다운 농촌 풍경에 포근하게 안긴 채 갖가지 체험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풍요로워지는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치즈 체험장을 비롯해 각종 교육장과 숙박동, 식당 등이 있다. 치즈, 피자, 두부 만들기, 산양과 놀기 등은 연중 체험이 가능한 상시 프로그램이고, 모내기나 벼 베기 체험 등은 계절에 맞추어 찾아가면 된다.

"지프차 타고 온 신부님, 휠체어 타고 나가... 리더는 그래야"

이러한 치즈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해마다 증가했다. 2006년엔 1만348명이 다녀가더니 2009년엔 3만4668명이 다녀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모두 7만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임실군 전체 인구의 두 배가 이 작은 농촌마을을 찾은 것이다.

치즈마을의 현재 연매출액은 모두 17억 원에 이른다. 방문객들이 농업과 농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덤으로 자신이 만든 것을 챙겨가는 동안 올린 성과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올린 매출이 12억 원이고 치즈, 요구르트, 쌀 등 농산물 및 가공품 판매를 통해 5억 원이다.

2년에 한 번씩 선출하는 운영위원장을 세 번째 맡아 마을을 대표하고 있는 이진하 운영위원장은 치즈마을의 성장 원동력에 대해 '사람' 중심의 마을 운영방침을 강조했다.

"치즈마을도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습니다. 실패 원인이 뭘까 숱하게 고민했죠. 그렇게 해서 찾은 게 바로 '사업 중심'으로 마을을 꾸렸기 때문이라는 자각이었어요. '사람'을 위한 일인데 '사람'을 보지 않고 '사업'만 쳐다보았으니 실패가 당연했죠.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었습니다."

사업의 수익을 위해 사람들이 갈등을 겪기 보다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일을 우선했다는 것. 그러한 이해와 존중, 신뢰가 쌓여 오늘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리더는 '섬김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 조직도도 운영위원장이 가장 밑에 있습니다. 지정환 신부님이 40여 년 전 처음 이 마을에 오실 때는 지프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그러더니 지프차를 버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셨고, 그 다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습니다. 결국에는 휠체어를 타고 이 마을을 나가셨습니다. 리더는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익 나누지 않으니, 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프지 않다"

1년 7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의 치즈판매소. 이 곳에서는 방문객들이 직접 치즈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1년 7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의 치즈판매소. 이 곳에서는 방문객들이 직접 치즈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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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마을에는 공동사업장과 개별사업장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공동사업장을 통해 얻는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 갖지 않고 마을발전기금으로 모두 적립하는 것이다. 마을 공동사업으로 지난해에만 순이익 1억2000만 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지역주민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주민들은 각자의 치즈공장, 체험프로그램, 숙박 등으로 많은 수익을 얻었다. 그러니 마을 공동사업 배당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신들의 사업으로 얻은 수익 5%를 마을 기금으로 내놓는다.

이 위원장은 수익을 나누지 않는 것이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비결이라고 전하면서 "이익을 나누지 않으니 다툴 일이 없고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다, 남이 잘되면 마을이 부자가 되고, 그 혜택이 또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그것이 올바른 방향의 사회적 경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치즈마을은 외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사회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협력과 연대 속에서 수익을 쌓아가는 '자립경제', 더 나아가 '선순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치즈마을, #선순환구조, #사회적경제, #충남경제진흥원,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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