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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거판에 흔히 등장하는 전략에 대해서 자세하게 톺아봅니다. 바로 밴드웨건(Band Wagon) 전략과 언더독(Underdog) 전략입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바로 '대세론'과 '동정론'쯤 되는데요, 어떤 유래가 있고,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예시로 든 사례들은 '옳다 또는 그르다'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든 것입니다. 정책 혹은 공약의 가치판단이 아니라는 점,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는 '옳다 또는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고 '좋다 또는 싫다'로 판단한다는 선거판의 명언이 여기서도 적용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선거판에 흔히 등장하는 '대세론'- 밴드왜건(Band Wagon) 전략

선거가 치열하게 진행이 되다보면 신문에서 매번 등장하는 것이 '대세론'입니다. 누가 대세를 장악했다느니, 누가 기선을 잡았다느니 이야기가 많죠? 정확한 뜻을 아시나요?

이 대세론 전략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를 노린 것입니다. 악대차효과(樂隊車效果)라고도 부릅니다. 유권자들은 승리할 가능성이 큰 후보를 더욱 더 지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유권자의 심리를 이용해서 대세론을 형성하고 그 대세론으로 하여금 상대후보의 예기(銳氣)를 꺾는 전략을 의미하지요.

이 밴드왜건의 유래는 미국 서부시대의 악대마차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밴드왜건이 요란한 음악과 함께 "금광이 발견됐다~"하고 외치면 무작정 따라가던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탤런트 김태희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사용하면 금방이라도 김태희처럼 된다는 착각! 몸매 짱인 김사랑이 입는 옷을 입으면 자신도 김사랑이 된다는 착각을 이용한 것이죠. 요즘 홈쇼핑에서 쇼호스트들이 많이 외칩니다.

"어머님들~ 이 상품 폭주하고 있네요! 매진임박이니 빨리 구매해주세요~."

이 상품을 사야만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 같고 그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전화기에 손이 갑니다. 물론 후회는 다음 달 카드 값을 보면서 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뿌듯합니다. 속으로는 '훗! 니들도 트렌드를 아는구나~'라고 하지요. 이런 심리를 미국의 경제학자 Harvey Leibenstein이라는 사람이 '편승효과'라는 이론으로 정립을 했다고 합니다. '밴드왜건 효과 = 대세론'이라는 등식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만 안 찍으면 불안하잖아!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왜 사람들은 승리할 가능성이 큰 후보를 더욱 지지하게 될까요? 바로 착시현상 때문입니다.

다음 만화를 보시죠.

밴드왜건의 심리를 잘 나타낸 만화이다. 시사만화가 유사랑님의 작품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youliebe7) 지금도 선거 시기에는 이런 심리가 많이 작용한다.
▲ 밴드왜건 심리 밴드왜건의 심리를 잘 나타낸 만화이다. 시사만화가 유사랑님의 작품이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youliebe7) 지금도 선거 시기에는 이런 심리가 많이 작용한다.
ⓒ 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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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우연히 약수터에 물을 뜨러 간 이 젊은이는 충격을 받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사람들이 뜀박질을 합니다. 이 뜀박질에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다들 숨을 헐떡거리며 뜁니다. 어느 새 자신도 그 뜀박질 대열에 합류를 하게 됩니다. 과연 건강 때문에 뛰는 것일까요? 물어보니 이렇게 답이 돌아옵니다.

"나만 안 뛰면 불안하잖아요~."

바로 이 심리! 나만 안 뛰면 뭔가 뒤떨어지는 것 같고, 뭔가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밴드왜건 전략입니다. 나만 이명박을 찍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이 심리로 이명박은 그 사람의 됨됨이와 상관없이 박근혜를 누르고, 정동영을 누르고 제 17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많이 망가졌습니다.

선거판에 흔히 등장하는 '동정론'- 언더독(Underdog) 전략

보통 일반적인 경제이론으로 밴드왜건의 반대개념으로는 스놉효과(Snob effect)가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니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부유층이 테니스를 많이 쳤는데요,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골프로 이동을 했다라는 이야기라든지, 너도나도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자 돈 좀 있는 사람은 절대 루이비통은 사지 않고 샤넬이나 버버리로 바꾼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이 '스놉'이라는 개념보다는 '언더독(Underdog)의 개념을 씁니다. 우리말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동정론'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사실은 굉장히 복잡하고 학자마다 풀이하는 것이 다 다릅니다. 제가 설명하는 것은 대단히 도식적이고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 주십시오.

이 언더독은 투견장, 그러니까 개싸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투견장에서 위에서 짓누르는 개를 '탑독(Topdog)'이라고 불렀고요, 아래에 깔린 개를 '언더독(Underdog)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한 것입니다. 언더독 효과는 약자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심리나 그를 응원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누가 효도르를 말릴 것인가?

여기서 재미있는 격투기 이야길 한 번 해보죠. 60억 분의 1의 사나이 효도르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비록 은퇴를 했습니다만, 이 어마어마한 사나이 에밀리야넨코 효도르는 우리나라 인기 개그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출연해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얼음황제 효도르.
 얼음황제 효도르.
ⓒ 프라이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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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에 혜성같이 등장한 효도르 선수는 앞으로 10년은 적수가 없다던 당시의 최강자이자 챔프였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꺾고 챔피언을 먹습니다. 그리고 이 얼음의 사나이는 그간 격투기 선수들이 보여준 온갖 기교와 타격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격투기가 효도르이고 효도르가 격투기 그 자체인 전설을 만들어 냅니다.

효도르가 얼마나 절대 강자였냐 하면 2003년 6월에 프라이드 26에서 프로레슬러 후지타 카즈유키에게 한 방 맞고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카즈유키가 노리고 친 것도 아니고 그저 얼떨결에 휘둘렀는데 한 방이 들어간 것이죠. 물론 이후 효도르는 위기를 극복하고 카즈유키를 아주 떡이 되도록 가볍게 제압을 했는데 재미난 것은 이 경기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효도르도 사람이었구나!'

효도르와 크로캅의 대결. 절대강자 효도르에 맞서 크로캅이 이기기를 바라는 심리가 바로 '언더독'이다. 선거에서는 약자의 선전을 기원하는 '동정론'으로 나타난다.
 효도르와 크로캅의 대결. 절대강자 효도르에 맞서 크로캅이 이기기를 바라는 심리가 바로 '언더독'이다. 선거에서는 약자의 선전을 기원하는 '동정론'으로 나타난다.
ⓒ xtm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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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효도르의 발차기에 비참하게 맞고 있는 선수는 나름 팬들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지난 2013년 K-1 월드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르코 크로캅입니다. 이 경기는 프라이드 파이널 컨플릭트2005라고 2005년도 8월에 열렸고 타격에서 고전하던 크로캅은 결국 극심한 체력 소모로 후반을 그라운드에서 고전하면서 효도르에게 완승을 선사합니다.

사실 이 경기는 특히 우리나라의 종합격투기 팬들이 엄청난 관심을 가졌습니다. 경기 당일 날 서울 중앙극장에는 효도르와 크로캅의 팬들이 하얀 색과 빨간 색 막대풍선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경기에서 절대강자 효도르를 크로캅이 꺾고 승리해주기를 바랐습니다. 도대체 적수가 없는 얼음 사나이 효도르를 누가 꺾을 것인가? 크로캅이라도 이겨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바로! 언더독 심리죠.

언더독 전략의 절대 강자! 박근혜

선거에서 매번 이기는 강자보다는 절대적인 약자가 선전을 할 때, 그를 응원하고 뭔가 반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리가 바로 언더독 심리이고 선거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2007년 이명박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박근혜 후보 측의 구전홍보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부모를 흉탄에 잃고, 시집도 가지 않았다. 박근혜는 대한민국과 결혼했다."

대한민국과 결혼을 한, 부모 모두 흉탄에 돌아가신, 불쌍한 박근혜를 도와주자는 일종의 언더독 효과를 노린 구전홍보였습니다.

박근혜 진영의 언더독은 이 뿐 아닙니다. 2004년 제 17대 총선을 맞이하여 당대표로 선출된 박근혜 의원은 '천막당사'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먼지 풀풀 나는 천막당사는 당시 '차떼기'로 인해 당이 붕괴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가 반성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며 내세운 일종의 언더독 전략인 것입니다. 이때 그 유명한 박근혜 후보의 '붕대투혼'이 나옵니다. 이것 역시 언더독이죠. 얼마나 사람을 많이 만났으면 손이 다 아파서 붕대로 감쌌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맘이 짠해졌습니다.

한나라당 천막당사는 대표적인 언더독 전략의 일환이었다.
▲ 한나라당 천막당사 한나라당 천막당사는 대표적인 언더독 전략의 일환이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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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6년 5월 20일, 신촌에서는 결정적으로 커터 칼 테러 사건과 '대전은요?'발언으로 언더독의 최절정 신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야말로 언더독 전략을 펼치는데 있어서는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를 따라갈 자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밴드왜건과 언더독 - 창과 방패

사실 이 밴드왜건 전략과 언더독 전략을 다섯 글자로 줄일 수 있습니다.

밴드왜건 - 줄을 서시오!
언더 독   - 나좀 보시오!


밴드왜건은 앞서는 후보자가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 호령을 합니다. 줄을 서라! 제대로 서라!  그렇지 않으면 재미없다! 뭐, 이 정도의 메시지를 보내면 약삭빠른 정치권의 불나방들은 일제히 날아오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권력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러다가 '김민새'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추락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나꼼수에서 이야기 하듯 최시중의 양아들이 되어 최고의 권력 지근거리에서 권력의 단물을 빨아 먹습니다.

이에 비해 나를 좀 보아달라는 언더독은 말 그대로 마음이 짠합니다. 후보자는 고군분투하면서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립니다. 선거 시기에 언론과 국민 모두 흥분상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눈물샘을 자극하면 금방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가 됩니다. 인지도도 높이고 때로는 지지도가 올라 역전까지 합니다. 언더독에 관하여 하여간에 박근혜 후보가 '갑'입니다. 감성정치의 대가인 그녀를 따라갈 후보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밴드왜건과 언더독은 창과 방패 전략입니다. 창으로 휙휙 찌르면 방패로 턱턱 막아내어 막상막하의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입니다. 그러다가 실수를 하는 쪽이 지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방패전략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대세론을 주창하다가 혹시 모를 역풍(逆風)을 피하기 위해, 또는 지지자를 결집시키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후보자의 이미지가 온건 하거나 차분할 때 그 이미지를 지킬 필요가 있다면 언더독 전략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선거 전략으로 미래를 창조하지 못 한다

밴드왜건과 언더독 전략에 관한 개념정리는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밴드왜건이나 언더독 모두 사람의 심리를 고도로 이용하는 전략입니다. 그래서 이들 전략에 의하면, 국민은 눈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다 표로만 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딕 모리스는 '재미있는 파워게임'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선거는 전략 하나로만 수행하지는 않지요. 갈라치기 전략도 하면서 중도층에 다가서기도 하고 밴드왜건 전략을 구사하는 듯 하다가 언더독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권력의 획득에 있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주거나 국민대통합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그들에게 표를 던지고 희망을 갈구합니다. 뭔가 대신 해 줄 것 같은 모습에 속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선거 전략을 연구하면서 오히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세련된 선거 전략으로 유권자의 표를 모을 수는 있지만 사회를 개혁하고 정치를 혁신하며 제대로 된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할 수도, 할 능력도 없다는 것입니다. 박근혜도 못 하고 문재인도 못 하며 안철수도 할 수 없습니다.

세련된 선거 전략으로 권력을 거머쥘 수는 있을지언정 더 나은 사회로 진일보 하는 것은 그 권력이 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그 권력을 선출한 국민만이 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세련된 선거 전략으로 잠깐 국민의 눈을 속일 수는 있습니다만 그 선거 전략으로 국가 공동체의 발전을 약속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선거 전략으로 미래를 창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 2013년 현실의 혼란은 이를 사진으로 보여주듯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은 국민의 손에 통제가 되어야 하고, 통제된 권력은 국민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국민과 맞서는 권력은 그 권력이 아무리 철권통치를 통해 쥐락펴락 사회를 뒤흔드는 힘이 있더라도 결국은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됩니다. 지금의 권력들에게 주는 역사의 경고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연재할 내용은 SNS를 비롯한 온라인 선거전략입니다. 정치권에서 온라인 선거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왔지만 실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그저 장식품처럼 사용하고 있지는 않나요? 의무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은 아닐까요?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그:#밴드왜건 전략, #언더독 전략, #박근혜, #대세론, #동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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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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