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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세씨의 자장면 집 역사는 20년이다.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생긴 최사장은 종업원들에게 잘해줘야 장사가 오래간다는 걸 일찌감치 터득한 사람이다.
▲ 최중세 사장 최중세씨의 자장면 집 역사는 20년이다.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처럼 생긴 최사장은 종업원들에게 잘해줘야 장사가 오래간다는 걸 일찌감치 터득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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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만리장성(경기도 안성시)에 들어가 보니 홀이 좁아 테이블 하나만이 달랑 놓여 있다. 미닫이문을 열면 손님방이 있다. 80~90년대 그 시절 중국집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주인이 혼자서 소소하게 장사하나보다 싶다.

하지만, 그 집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6대나 있다. 그 오토바이를 누가 모냐고. 그렇다. 종업원들이 몬다. 이 집에 배달종업원만 5명, 거기다가 주방장이 2명, 도합 7명이다. 거기다가 사장 최중세(58)씨도 배달을 가곤 한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배달원이 많을까.

최 사장이 중국집을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가 우습다. 20년 전, 자신이 인근 중국집에 중국음식을 시켜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기니 화가 나더란다. 생각다 못해 "내가 하면 저 정도 보단 잘하겠다"라고 한 것. 홧김(?)에 중국집을 차린 꼴이 되었다. 진담 반 농담 반의 이 이야기는 그의 20년 중국집 역사에 면면히 자리 잡고 있다.

20년 전 중국집을 개업한 건 지역 토박이인 최사장의 인맥을 믿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웬만하면 사람을 다 아니 배달이 쉬울 줄 알았는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니더란 말여"라며 웃는다.

"누구네 집에 자장면 배달 해줘"라고 전화 오면 "알겠다"고 대답하고 나서가 문제였다고. 평소 그 사람을 알고 지냈지만, 집이 어딘지는 몰랐던 것. 아는 처지에 집을 모른다고 자꾸만 물어볼 수도 없고 해서 헤맸다고 했다.

배달원이 손님 사망사건에 불려가기도 해

이 중국집엔 배달오토바이만 6대다. 거기다가 최중세 사장이 차로 배달까지 하니 배달차량만 7대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배달에 사활을 거는 것은 20년 장사 노하우라고나 할까. 한 배달원이 배달을 마치고 막 도착하고 있다.
▲ 배달오토바이들 이 중국집엔 배달오토바이만 6대다. 거기다가 최중세 사장이 차로 배달까지 하니 배달차량만 7대인 셈이다. 그가 이렇게 배달에 사활을 거는 것은 20년 장사 노하우라고나 할까. 한 배달원이 배달을 마치고 막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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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가 지날수록 홀에서 판 수입보다 배달해서 올린 수입이 올라갔다. 배달 횟수가 늘어난 것은 주변 환경의 변화가 컸다. 중국집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엔 아파트가 없었다. 시골 정서가 살아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공도에 아파트건축 바람이 불고 여기저기서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아파트 공사장현장에서, 공사인부들 숙소에서, 공사관련 업체에서 배달을 시켰다. 아파트가 세워지니 아파트 주민들이 또 배달을 시켰다. 이래저래 '배달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이렇게 배달원이 하나둘 늘어 잘나갈 때는 배달원만 6명이라고 했다.

배달원이 많다 보니 최 사장은 동네의 대소사를 앉아서도 훤하게 내다보게 된다고 했다. 배달원들이 수시로 동네를 순찰하고 다니니 교통사고가 나도, 화재가 나도, 싸움이 나도 모두 듣게 된다는 거다.

몇 년 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 혼자 사는 아저씨 집에 우동을 배달했다. 우동을 배달하고 우동 그릇을 10일째 못 찾아 왔다. 10일째 되던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그 집에 오라고. 우동에 문제가 있나 해서 가봤더니 그 남자가 죽어 있었다. 경찰은 사람이 죽었기에 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마지막 대면자인 이 중국집 배달원을 부른 게다. 다행히 과음으로 인한 자연사로 판명이 났다.

배달원을 많이 두는 이유, 알고 보니

배달 14년 차 베테랑 배달원이다. 군 제대 후 자신의 자유로운 성격을 만족시킬 직업을 찾다가 여기에 뛰어들었다는 오영진(39세)씨. 최사장이 자상하고, 경력도 인정해주고, 밑고 맡기는 게 좋아서 이집에서 5년째라고 했다. 데이트 할 시간이 없어 결혼을 아직 못한 게 아쉽다며 웃었다.
▲ 오영진씨 배달 14년 차 베테랑 배달원이다. 군 제대 후 자신의 자유로운 성격을 만족시킬 직업을 찾다가 여기에 뛰어들었다는 오영진(39세)씨. 최사장이 자상하고, 경력도 인정해주고, 밑고 맡기는 게 좋아서 이집에서 5년째라고 했다. 데이트 할 시간이 없어 결혼을 아직 못한 게 아쉽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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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가까이 배달원을 수두룩하게 뒀지만, 사고는 단 두 번밖에 없었다는 것도 큰 성과다. 다른 집은 한 달에 몇 번도 사고가 난다고 했다. 그 중 한 번은 다른 중국집 배달오토바이와 이 집 배달오토바이의 충돌사고도 끼어 있다. 그것도 최 사장이 수습할 몫이었다.

다른 중국집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배달원을 경찰서에서 소환했다. 전 중국집에 있을 때, 음주운전으로 벌금이 나왔던 걸 납부하지 않아 유치장에 들어 갈 수 있다기에 최 사장이 나서서 벌금을 대납했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었다.

최사장은 "청춘은 한때여. 한 3년만 고생해서 자네들이 중국집 차려"라고 항상 독려한다.  종업원이 잘못해도 '이 겨울에 어딜 가겠냐'는 맘으로 받아준다. 한 번 자기가 고용한 사람은 자신이 나간다고 하기 전엔 버리는 법이 없다.

식당 규모에 비해 배달원을 많이 두는 것은 "배달원이 자주 바뀌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나여"란 말이 설명해준다. 너무 빡세게 돌리면 배달원이 못 견디고 나간다고 했다. 배달원이 자주 바뀌면 손님도 불편하고, 최 사장도 골치가 아프고, 결국 손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배달원들끼리도 이미 소문이 나있다. 다른 중국집을 갔다가 다시 돌아온 종업원만 해도 현재 3명이나 있다. 현재 종업원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4~5년이다. 다른 중국집에선 한 달에도 몇 번 바뀐다.

종업원이 많다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심지어는 자기들끼리 싸워서 난리를 피운다. 이럼에도 그는 종업원의 곤란과 대소사를 챙긴다. 일단 자기 사람으로 온 사람은 끝까지 책임진다. 하루를 넘기면서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잘 넘어갔다'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마치 대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마음으로 보였다.

오늘 그 집에서 만난 종업원 오영진씨만 해도 그렇다. 그는 배달 경력 14년차다.  오영진씨는 "다른 집에 있을 땐, 1년을 넘기기가 힘들었는데, 이 집에선 사장님이 자상하시고, 자신의 배달경력도 인정해주시고, 믿고 맡기시니 오래 하게 되요"라며 웃는다. 이집에 온 지 4년이 넘어간다.

어쨌거나 그가 중요시 여기는 건 종업원이다. 20년 장사 노하우는 역시 사람(종업원)에게 잘해주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경영철학인 "사람이 재산이다"를 실천하고 있다. 오늘도 최 사장과 종업원들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신뢰하는 관계로 배달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최중세 사장이다. 배달을 나간 종업원을 빼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종업원들은 모두 4~5년을 함께 했으며, 그들은 최사장을 한 가정의 가장처럼 신뢰하고 있었다. 맨 오른쪽 안경낀 남성이 배달원 오영진씨다.
▲ 종업원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번째가 최중세 사장이다. 배달을 나간 종업원을 빼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종업원들은 모두 4~5년을 함께 했으며, 그들은 최사장을 한 가정의 가장처럼 신뢰하고 있었다. 맨 오른쪽 안경낀 남성이 배달원 오영진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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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집, #자장면배달, #안성, #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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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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