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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1학년을 맡아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고도 한 달이 더 지나기까지 혼잣말로 "1학년은 이제 진짜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것도 모자라 '담임도 힘겨우니 차라리 전담을 하며 아이들과 1년을 떨어져 있고 싶다'는 교사로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매일매일 수없이 이르러 오는 아이들, 싸우고 우는 아이들, 만들기 할 때 수도 없이 밀려오는 똑같은 질문 "선생님, 이렇게 하면 되요?"와 "선생님 저 못하겠어요", 수업인지 쉬는 시간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태권도를 하는 아이, 수업시간에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 등등.

이 종이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주제는 무궁무진했다. 2주에 한 번씩 학부모님께 전하는 학급이야기에는 점점 나의 절망감과 넋두리가 늘어났다. 머릿속으로 아이들을 마구 때리는 상상까지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정말이지 교사 자리를 내놓고 싶었다.

가끔씩 나도 모르는 학부모님께서 "선생님, 엄마들이 선생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라고 하시던데요" 할 땐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아이들을 좀 더 엄하게 대하면 무서워서라도 따라오겠지 싶어 벌의 양과 강도도 점점 세져 갔다. 그러나 아이들은 쉽사리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점점 더 멀어져만 갔고, 나는 나대로 죄책감만 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아픈 게 싫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수도 없이 아프게 했던 모습은, 내가 어렸을 때 내가 싫어했던 선생님이 나를 대하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지속되는 것이 어쩌면 내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면 벌을 주려고 문제 행동만을 바라보았지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을 칭찬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왕의 교실> 한 장면.
 나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면 벌을 주려고 문제 행동만을 바라보았지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을 칭찬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왕의 교실>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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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면 벌을 주려고 문제 행동만을 바라보았지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을 칭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조그만 긍적적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한 번 두 번 말해도 안 되면 소리를 지르고 벌을 주었지만 세 번 네 번 기다려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나에게 다시 다가와 주었고 나는 마음 속으로 아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나서야 아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아침활동 시간에 아이들이 떠들고 있다. 나는 분명히 아침에 오면 가방을 정리하고 책을 꺼내 읽자고 수십 번 이야기 했다. 어제였으면 한 명을 골라 '아침활동 시간에는 떠들지 않고 조용히 책을 봅니다'라는 문장을 10번씩 쓰게 했겠지만 오늘은 책을 잘 읽는 아이 한 명을 골라 칭찬을 해주었다.

그렇게 5명을 칭찬하고 나니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물론 1명을 10번씩 쓰게 해도 조용해지겠지만 1명을 아프게 하는 것보다 5명을 살리고 조용해지게 하는 것이 훨씬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아이들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은 교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약 10개월을 아프고 아파보니 이제야 아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씩 달라지니 아이들은 이미 많이 커있고 변화하고 있었다.

2013년 첫 눈이 온 날, 나는 다시 한 번 교사가 되고 싶어졌다.


태그:#교육,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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