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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계획을 밝히며 공식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 안철수, 정치세력화 공식 선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계획을 밝히며 공식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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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국가정보원이 뽑는 서울시장을 원하는 걸까요?"

민주당 소속 서울의 한 재선 국회의원의 말이다. 그는 28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 세력화 선언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이같이 말했다. 약 10분간 지켜본 그는 안 의원에게 꼭 하고 싶은 질문은 이것뿐이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세력화' 선언 첫날, 그가 이 같은 볼멘소리를 터뜨리는 이유는 뭘까. 최근 국정원의 대선개입의혹 사건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재판과정에서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안철수 의원이 정치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싸우는 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새정치는 어느 날 한순간 벼락 같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끊임 없는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아니냐"며 "최근 제기된 여러 정치 현안에 어떤 입장을 갖고 대응할 때 대중적 공감도 생기고 세력화도 되는 것이지, 이렇게 선언한다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정원과 싸우지 않는 안철수, 새정치는 멀었다

이같은 재선의원의 비판은 진보적 사회학자의 입에서도 터져 나왔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 정치랑 확실히 싸워 줘야 새 정치의 기반이 좀 확고하게 서는데, 도통 헌 정치랑 맞붙어 싸우질 않으니... 이게 될까 싶다"며 "헌 정치와 세게 싸워서 새 정치의 헤게모니를 쥐어야 하는데 그걸 피하고 그저 편한 길로만 간다? 이게 잘 될까 싶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 또한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 개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로 확산되는 가운데에도 안철수 의원이 눈에 띄게 이 문제와 싸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켜켜이 쌓여 가는 정치현안과 관련, 행동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구체적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담론이나 말을 내놓을 뿐 행동은 별반 없어 신뢰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안철수 의원은 송호창 무소속 의원과 함께 대통령의 국정원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실 정치판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현안에 대해 정치인이 맞붙어 싸우지 않는데 어떻게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확실히 각을 세우면서 야권의 지지세력을 점차 확대해야 51: 49의 구도를 허물 수 있는데, 지금은 민주당 지지기반만 허물어지는 상황이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해야 안철수 의원과 그 진영이 설 터전이 생기고 또 야권을 통할하는 리더십도 강화될 텐데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전했다.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세력화에 나선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할지 알 수 없다"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야 더 큰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치가 민주당 기반만 허무는 거라면 야권분열로 갈 것"

앞서 입장을 밝힌 서울의 재선의원도 김 교수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 의원은 "참과 거짓에 중간이 있을 수 있냐"며 "월급 100만 원과 50만 원 사이에서 절충해 75만 원으로 결정하는 그런 문제와는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이 말은 최근 재판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절충'이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민주주의를 지키느냐 아니냐 이 갈림길에서 절충하는 방법으로 제3의 길을 선택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항변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안 의원이 이날 내건 '정의·공정·복지·평화·인권'의 키워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키워드는 아주 좋지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의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너와 너 사이에서 조화하고 절충하는 타협주의가 새정치 노선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나는 사람을 더 소중히 생각한다거나 나는 시장을 더 소중히 생각한다는 뭔가 자신만의 가치관에 입각한 새 정치 노선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연설문 그 어디에도 그 같은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새정치 노선이 뭔지 보다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자칫 야권 분열로 매듭짓게 될 수 있다"며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정치현실에서 제3의 전략으로 민주당을 치고 들어오는 식이라면 이것은 결국 분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원 교수 "창당=야권분열? 민주당 독점적 태도 옳지 않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계획과 공식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을 선언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취재진에 둘러싸인 안철수 의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계획과 공식적인 정치세력화 추진을 선언한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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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번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 교수는 "정의와 복지,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가치비전을 내놓은 자리였다"며 "그동안 안 의원이 강조해 왔던 정의와 복지, 평화에 민주주의 가치가 새로 포함됐다는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교수는 "최근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 등과 관련해 안 의원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메시지를 통해 그가 민주주의 문제에 거리감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고 교수는 "이번 메시지로 안 의원이 민주주의 문제를 새롭게 부각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고 교수는 "추상적 지향 정도를 밝힌 것 아니냐"며 "현실 속에서 가치와 노선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면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 교수는 "안 의원의 새정치 세력화가 구체적 정치세력으로 탄생, 등장하려면 앞으로 더 민주주의 등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자기 입장이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자리에서도 창당에 대해 명확한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다"며 "여전히 유보 중인 모습이 보였다"고 분석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입장 발표에 대해 민주당 등 야권에서 야권분열이라고 보는 태도에 대해서는 혹독히 비판했다. 고 교수는 "안철수 신당 창당 자체로 야권분열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전형적인 민주당 논리"라며 "지금 지켜봐야 할 것은 안 의원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창당을 하려고 하는지 그 점을 명확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이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마치 동물이 영역표시 하듯이 새로운 정당 출현에 대해 독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안철수세력이 이념적, 가치적 노선과 좌표를 내걸고 그것이 국민적 열망, 시대적 열망과 일치하는가 그것부터 우선 챙겨봐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이어 고 교수는 "안철수 신당의 새로운 가치와 노선이 국민적 열망과 맞닿는다면 그 자체로 개혁진영을 분열시켰다는 비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은 기득권을 버리고 생산적 방향으로 동력이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날 발표된 안 의원의 스탠스는 여전히 중도적 입장이 강한 것으로 보이며 '중도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안 의원이 이날 밝힌 연설문에서 "산업화 세력이나 민주화세력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세력이지 적이 아니다"라고 밝힌 대목은 "이념적으로 갈라진 극단의 양측을 배제하고 가운데로 모인 합리적 보수, 합리적 진보 그리고 합리적 중도와 함께 가겠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이태호 "국정원 대선개입은 정파초월...이거 제기한다고 정쟁 몰아선 안돼"

전국목회자정의평화위원회, 예수살기,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국정원 선거개입 기독교공대위' 소속 단체 회원들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앞에서 '불법·부정선거로 얼룩진 대통령 선거 무효와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기독교공대위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위원회, 예수살기,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등 '국정원 선거개입 기독교공대위' 소속 단체 회원들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앞에서 '불법·부정선거로 얼룩진 대통령 선거 무효와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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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안 의원은 중간지대에 새 집을 짓겠다고 나섰는데 가만 보니 새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분가 형태로 집을 짓고 있다"며 "제3지대 정치실험이 성공하느냐 아니면 분열하느냐는 역시 기존의 세력을 재편하는 차원이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세력이 합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겠냐"고 경고했다.

이어 민 본부장은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계획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는데 만약 창당 시점을 그 뒤로 미룬다면 아마도 안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은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새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데 힘을 쏟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현 시국 현안과 관련해 특검을 하자는 것은 야권의 공통분모"라며 "안 의원이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세력으로 섰으니 특검 문제에 대해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처장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는 그야말로 정파를 초월해 힘을 합쳐야 하는 민주주의 문제"라며 "이것을 문제제기한다고 정쟁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의원도 이제는 특검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당부했다.

한때 '국민동행'으로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던 인명진 갈릴리 교회 목사는 "안철수 신당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좀더 기도해 보고 그 다음에 의견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태그:#안철수 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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