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금 캠퍼스는 학과, 단과대, 동아리 연합회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가 한창이다.
 지금 캠퍼스는 학과, 단과대, 동아리 연합회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가 한창이다.
ⓒ 이홍찬

관련사진보기


기말고사 종료와 함께 학기가 끝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외대)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내년에 학생회를 이끌어 갈 지도부를 뽑는 일이다. 학과 별로, 단과대 별로, 그리고 전체 학생 차원에서 지도부를 뽑는 선거가 캠퍼스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런 투표는 비단 학생들만의 것은 아니다. 박철 현 한국외대 총장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교수들도 올해가 지나기 전에 앞으로 4년 동안 한국외대를 이끌어 갈 총장 후보자를 선출해야 한다. 한국외대 총장은 교수협의회 주도로 운영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총장 후보 2인을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그 둘 가운데 한 명을 결정하는 식으로 선출된다. 이사회에 추천할 총장 후보는 교수 전원 직선제 투표를 거쳐 뽑힌다. 1차와 2차에 걸쳐 투표를 한 뒤 최종 1위와 2위를 이사회에 총장 후보로 올리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선거에는 교수들의 직선제 투표 말고 또 다른 투표가 치러졌다. 바로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제10대 총장 선거 학생 온라인 총투표'다. 

 새로운 총장을 뽑는 학생들의 투표를 안내하는 대자보가 총학생회 사무실 앞에 붙어 있다.
 새로운 총장을 뽑는 학생들의 투표를 안내하는 대자보가 총학생회 사무실 앞에 붙어 있다.
ⓒ 이홍찬

관련사진보기


이번 한국외국어대 제10대 총장 선거 학생 온라인 총투표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치러졌다.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가입해 재학생 신분을 인증 받으면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서울 캠퍼스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선거는 실제 총장을 뽑는 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조봉현 총학생 회장은 이번 온라인 총투표에 대해 "현 교수들만의 총장 직선제는 학생이나 교직원의 의견보다는 교수 위주의 정책과 복지가 주가 돼 있다"면서 "이로 인해 거시적인 학교의 위상과 교육은 뒤로한 채 지엽적인 교수 복지공약이 주가 되고 정치적 파벌까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생 총투표는 이러한 세태를 바로잡고, 학교의 주체는 '학생, 교직원, 교수'라는 것을 천명하며 학생의 외대발전상과 교수들의 외대발전상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이 총장을 뽑는다? 문제는 무관심

문제는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프랑스어과 학생회 간부인 신형철(24)씨는 "학내 의사결정 민주화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여론이란 게 없어요.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관심을 갖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지금이 각 학과, 단과대 지도부 선거 기간이라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학생들도 관심을 갖기 힘들죠. 또, 총장을 뽑는 데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없는 게 당연시되어 왔기에 더욱 그렇죠."

이러한 무관심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의 커뮤니티인 훕스라이프에서도 드러난다. 학내 이슈에 늘 민감하게 반응해온 이 누리집의 '붉은 광장' 게시판에서 학생 총투표에 관한 글은 학생회 측에서 올린 안내 글이 전부였다. 반면, 교수들만이 유권자인 실제 총장 투표에 관심을 보인 글은 여러 개였다. 개 중에는 댓글이 30여 개 달려 있는 글들도 있었다.

이 대핵 언론정보학부 4학년 김태헌씨는 총학에서 주최하는 이번 총투표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 이슈에 대해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조금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학교 1~2학년 때는 학회 활동 하면서 교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지만 4학년이 되고 취업 준비하면서, 학교 문제에는 관심이 거의 없어졌어요. 사실, 총장이 어떻게 선출되는지도 몰라요."

문자 보내주세요 총학생회에서 요구한 단체 문자 발송은 '총장 투표' 건 때문에 거부 당했다.
▲ 문자 보내주세요 총학생회에서 요구한 단체 문자 발송은 '총장 투표' 건 때문에 거부 당했다.
ⓒ 이홍찬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무관심의 이유로는 '홍보 부족'이 꼽히기도 한다. 총학생회장 조봉현씨는 지난 20일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총장 투표 학생 총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글이었다. 글에는 사진이 하나 첨부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 받는 교직원 선생님과 교수님이 없길 바랍니다'로 시작한 글에서 조봉현 총학생회장은 "대학본부 측이 총장 선출 학생 총투표 홍보 문자 발송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학생감동팀' 부서를 통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단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총학 측에 따르면, 지난 19일 학생감동팀이 '총장 학생 투표'라는 내용이 든 문자를 발송하길 거부했고, 그래서 총학 측은 문자 발송 자체를 포기했다. 그래서 총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락처를 올린 학생들에 한해 총장 선거 학생 총투표에 관한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

271명만이 투표 참여... 홈페이지 가입 번거로움 때문?

총장 선출 학생 총 투표는 11월 20일 0시부터 22일 자정까지 7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번 총장 선거 학생 총투표에는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홈페이지(www.hufstudent.co.kr)에 가입된 1316명 가운데, 271명이 투표했다. 한국외대 서울 캠퍼스의 학생 수는 2012년 기준으로 8900여명으로 알려졌다. 학생 총투표에 걸맞지 않은 매우 저조한 투표율이다.

물론 온라인 총투표에 참여하려면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학생회 측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온라인 총투표를 위해 홈페이지에 새로 가입한 학생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수들이 뽑은 총장 후보 1위와 학생들이 뽑은 1위는 달랐다. 교수들이 유권자인 실제 총장 선거에서는 388표 중 250표(64.76%)로 김인철(행정학과)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총학생회가 주도한 학생 투표에서는 투표를 한 학생들(271명)의 표 가운데 110표(40.6%)가 김민녕(국제통상학과) 교수를 향했다. 김인철 교수는 학생들의 투표에서는 66표(24.4%)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총장선거#학생투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