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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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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사회 각계의 진상규명 요구에 '침묵' 중인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아래 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미사를 놓고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당초 논란은 사제단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놓고 대통령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시국미사 강론 중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분쟁지역인 NLL(서해북방한계선)에서 진행한 한미군사훈련 때문에 발생했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청와대·새누리당 등 여권 전반은 사제단의 '연평도 포격' 발언을 빌미로 대대적인 색깔 공세에 돌입했다(관련 기사 :청와대 '시국미사 발언'에 대대적 역공). 민주당은 '연평도 포격' 발언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나섰다. 그러나 26일부터 예정된 예산·법안 심의과정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선긋기 나선 민주당 "과도한 발언, 공작정치 악용 우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지난 22일 밤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고 있는 모습.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지난 22일 밤 7시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열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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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언은 사제단의 박창신 원로신부의 강론 중 일부였다. 박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종북몰이'를 통해 대선개입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본이 독도에서 자기 땅이라고 훈련하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쏴버려야 한다, 안 쏘면 대통령 문제 있다"며 "그러면 NLL(서해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즉각 청와대 등의 역공을 불러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23일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고,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사제복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행위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연평도 포격 발언 같은)과도한 주장은 국민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고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에 악용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당시 모습.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연평도 포격 발언 같은)과도한 주장은 국민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고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에 악용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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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대통령과 여당이 어느 측면에서 자초한 일이기도 하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신부님들의 충정은 이해가 가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NLL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우리가 요구했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관련) 특검과 (국가정보원 개혁 관련) 특위 구성, 관계자 문책이 이뤄졌다면 이런 말까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유감이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과도한 주장은 국민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고 공안통치와 공작정치에 악용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NLL을 확고하게 지켜왔고 앞으로도 확실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평도 발언을 빌미로 한 정부·여당의 공세로 시국미사의 본 취지였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사라지고 '종북 프레임'만 남게 되자, 분명하게 이번 논란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을 '침소봉대' 작전으로 보고 있다. 즉, 이번 시국미사의 본질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논란이 되고 있는 '연평도 포격 발언'으로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상황을 초기에 정리할 수도 있었음에도 야당이 내미는 손길은 걷어차고 진상규명에 앞장선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연속으로 찍어내기 해 온 정권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라며 "국민적 비판이 커질수록 청와대발(發) 한파의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태도라면 화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야당과 국민들이 촉구하는 특검·특위를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재발방지의 길로 접어들어야 정쟁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며 "오히려 '대선불복이냐'는 확대해석과 침소봉대 작전으로 국민적 비판과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전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26일부터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 활동에 전면적으로 참여해 민주주의와 민생 살리는 입법과 예산 투쟁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정기국회에서 특검과 특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부자감세 철회와 재벌증세 등 4대 목표를 반드시 관철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검과 특위, 황교안 법무장관 및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3대 현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면서 "불통이 계속된다면 이후 벌어지게 될 모든 사태의 책임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 차례 무산된 황교안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을 재추진할 의사도 다시 밝혔다. 전 원내대표는 "(해임안은) 안건으로조차 상정도 안 됐고 표결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제출할 것"이라며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및 황교안 해임안과 관련해 지난 22일 열린 국회의장 및 여야 원내지도부 만찬에서는) 대치상태만 확인됐다"고 밝혔다.

'색깔론' 꺼낸 새누리 "종북신부 척결운동 필요, 민주당도 망언 규탄해야"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연평도 망언'으로 규정한 뒤, 박 신부 등 사제단 신부들을 카톨릭계에서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정책의총 당시 모습.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연평도 망언'으로 규정한 뒤, 박 신부 등 사제단 신부들을 카톨릭계에서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정책의총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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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색깔론 공세' 역시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연평도 망언'으로 규정한 뒤, 박 신부 등 사제단 신부들을 카톨릭계에서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헌법이 아무리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지만 이런 망언을 공연하게 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이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성직자라고 할 수 있나"라며 "정의구현사제단의 사제들이 구현하려는 정의가 이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박창신 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망한)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의 영령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어야 한다,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카톨릭 신자들도 박 신부가 신부라는 이유로 그의 망언을 좌시하거나 묵인해서는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게기로 카톨릭계에서 종북신부들을 척결하는 자정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박창신 신부의 망언에 '겸허히 귀 기울이라'는 민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이냐, 망언을 망언이라고 꾸짖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방위원회부터 여야가 한 목소리로 박 신부의 망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대부분의 사제나 천주교 신자,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북한을 옹호하는 언행을 하는 일부 신부들이 정의구현사제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극소수 사제들이 북한과 통합진보당의 주장과 유사한 언행으로 사회와 국가를 분열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유 의원처럼 사제단을 '종북신부'로 몰아붙인 것이다.

그는 이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사제들은 이제 사제복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의 종북성향을 분명히 국민들 앞에 드러내길 바란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묵묵히 올바른 사제의 길을 걸어가는 다수의 사제들과 그 사제를 믿고 따르는 대다수 천주교 신자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민주당의 '양특(특검·특위)' 주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김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신야권연대에 정의구현사제단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만약 민주당이 대선불복의 마음이 굴뚝같지만, 국민적 역풍이 두려워 직접 하지 못하고 일탈된 사제들의 입을 빌려 대선불복을 하려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보수시민단체도 들썩... 개신교 일부 '정권퇴진' 금식기도회 예정 

한편, 이번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시국미사 강론 중 '연평도 포격 발언'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해당 발언에 대해 "북한의 도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가 안보의식 및 군의 사기를 저하시킴은 물론 우리 국민의 북방한계선(NLL) 수호의지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장병과 국민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비이성적인 행위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3년 전 우리 영해에서 실시한 정상적인 사격훈련을 빌미로 삼아 연평도 포격도발을 자행해 우리 장병 두 명과 무고한 국민까지 희생시켰다"며 "이는 명백한 침략행위이며 반인륜적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한국자유총연맹·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시민사회단체도 이날 논평 및 기자회견을 통해 사제단의 해산 및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반면, 청와대 등이 시국미사 강론 중 일부 발언을 두고 '색깔론'을 펼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승만과 박정희 노선 외에는 종북좌빨로 몰아 겁박하고 마침내 찍어내는 그런 조국은 내 조국 대한민국이 아니다"며 "내 조국은 5·16과 5·17의 조국이 아니라 4·19, 5·18, 6·10의 조국"이라고 밝혔다.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트윗글을 통해 "툭 하면 조국이 어디냐는 말, 유신 때 많이 듣던 소리"라며 "당신들 조국은 청와대인가? 혹은 불법선거 공화국인가"라고 되물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의 입장발표에 대해 "5·16 박정희, 5·18 전두환·노태우까지 군사정권!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임기 말까지 20년간 군의 정치개입 없어 국민 신뢰 존경받음"이라며 "MB 말기 대선개입 어떻게 설명? 군은 입이 백 개라도 반성, 수사 철저히 하라"고 꼬집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가 개신교계로 확산될 것으로도 보인다. 개신교 성직자들의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내달 16일부터 크리스마스(25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정권퇴진 금식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신교 신도 단체인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역시 12월 첫째 주 '시국 기도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시국미사, #개마이개신부오늘밤 몽땅 뒈져라!, #국가정보원, #연평도 포격, #종북,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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