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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8시 54분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리콥터가 충돌해 2명의 사망자를 낸 원인 중 하나로 사고 당시 서울 지역에 낀 '안개'가 거론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LG전자 소속 헬기(HL9294 S-76C)는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잠실헬기장으로 비행 중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APT(102동 20~28층)에 충돌 후 지상으로 추락했다.

또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월동 기상관측소의 가시거리는 1.1㎞로 나타났다. 서울의 평상시 가시거리가 15㎞인 것을 고려하면 사고 당시 가시거리는 평상시보다 매우 짧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고 당일 서울 포함 내륙 곳곳 '짙은 안개' 발생

산등성이에 안개가 낀 모습. 안개는 맑고 바람이 없는 날 땅 위의 공기가 차가워질 때나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산의 빗면을 타고 올라갈 때 주로 발생한다.
 산등성이에 안개가 낀 모습. 안개는 맑고 바람이 없는 날 땅 위의 공기가 차가워질 때나 따뜻하고 습한 공기 덩어리가 산의 빗면을 타고 올라갈 때 주로 발생한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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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안개'가 낀 것으로 여긴다. 또 시정(視程)이 1∼10㎞일 때는 '박무' 또는 '연무' 상태로 본다.

박무는 흡습성(吸濕性) 인자가 대기 중에 떠 있는 현상이다. 연무는 습도가 60%를 넘지 않는 건조한 날씨에서 아주 작은 건조한 먼지나 매연이 떠 있어 대기가 마치 우유빛처럼 뿌옇게 보일 경우를 말한다.

기상청은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7시 '안개 현황과 전망'이란 통보문을 통해 "오늘 아침까지 서해안과 내륙지역에는 안개가 짙게 끼는 곳이 있겠고 낮에도 박무나 연무로 남아 있는 곳이 있겠다"며 "교통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고 예보한 바 있다.

이날은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새벽부터 서해안과 내륙지방에 짙은 안개나 박무가 낀 곳이 많았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6일 오전 7시 기준 지역별 가시거리는 철원 50m, 천안 100m, 원주 120m, 거창 150m, 청주 150m, 안동 200m, 수원 300m였다.

하지만 사고 발생시간과 비슷한 오전 9시의 가시거리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철원·안동 100m, 거창 100m, 원주 250m, 청주 500m 등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자료에 서울지역 가시거리는 표시되지 않았다.

이날 발생한 안개는 일출 후에도 상당 시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일 오전 11시 또 다른 통보문을 통해 "내륙지역에 안개가 짙게 낀 곳이 많다"며 "서해안과 일부 내륙에는 안개나 박무, 연무가 끼는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날 별다른 안개 관련 특보를 내놓지는 않았다. 200m 미만인 상태가 1시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측될 때 발효되는 안개특보 제도가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 2009년부터 4년째 시범운영만 하고 있다. 정확도는 35%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기상청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도 안개 관측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 됐었다. 그 자리에서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기상청이 2009년부터 안개 관측을 하고 있다. 지금 4년이 지났는데도 시범 운영만하고 있다. 시범 운영 결과를 보면 그 정확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질의했었다.

당시 고윤화 기상청장은 "안개예보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예보국장에게 보고 받은 결과 안개 예측은 굉장히 어렵다. 생겼다 금방 사라지는 게 안개다. 안개특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발 스모그가 안개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이 섞인 스모그가 항공기 운항의 위험요소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블랙박스를 정밀하게 조사한 후라야 알 수 있다. 만약 기체결함이 원인이라면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항, 안개로 시정 악화될 때 '저시정운영절차' 운영

항국공항공사 항무통제실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 20분까지 김포공항에 저시정 경보(2단계)가 내려질 만큼 서울 시내 곳곳이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한국공항공사 항무팀 관계자는 "기상상황에 따라 비행기의 이착륙을 돕기 위해 '저시정운영절차'를 따르고 있다"며 "시정에 따라 저시정 경보를 1·2·3 단계로 나눠 발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시정 제한치는 공항등급별로 차이가 있다.

저시정운영절차(Low Visibility Operations)란 활주로의 가시범위(Runway Visual Range·RVR) 중 어느 하나가 550m 미만으로 악화되는 경우  지상이동 및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차량·장비·인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를 말한다.

김포공항은 운영단계별 저시정운영 발령절차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저시정운영 준비' 단계는 사용 활주로의 현시되는 가시범위(RVR) 중 어느 한 지점의 가시범위가 550m 미만으로 악화가 예상되는 경우에 발령된다.

'저시정운영 1단계'는 사용 활주로의 현시되는 가시범위 중 어느 한 지점의 가시범위가 실제 550m 미만으로 악화된 경우에 내려진다. '저시정운영 2단계'는 사용 활주로의 현시되는 가시범위 중 어느 한 지점의 가시범위가 400m 미만으로 악화된 경우에 발령된다.

'저시정운영 종료'는 사용 활주로의 가시거리 등이 550m 이상으로 호전되거나 가시거리가 400m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호전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발령된다.

저시정절차와 관련한 준비, 개시, 종료 등의 결정은 관제탑이 관할하고 있다. 저시정운영 상황발령을 통보받은 항무통제실은 국내선 및 국제선터미널 계류장측 등에 저시정운영 상황을 알리는 안내전광판을 표출해야 한다.

한국공항공사 항무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공항별 저시정운영 정보는 기상상황에 따라 항공사에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기상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륙과 착륙에 관한 최종 판단은 각 항공사가 결정한다"며 "다만 국토부의 기준보다 더 낮은 상태(가시거리 등)에서는 이착륙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 사고수습대책본부 관계자는 "공항 기상은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운항을 하기 전에 조종사가 먼저 기상상태를 파악한 뒤 사전브리핑을 하고 운항을 하는 절차를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지방항공청 사고대책수습본부 관계자는 "이착륙을 하지 못할 만큼의 상황일 때는 공항 관제탑에서 통보를 한다"며 "16일 오전 기상상황을 보면 이·착륙을 금지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안개, 관측자 가시거리 1㎞ 미만으로 감소시켜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 안개 낀 날은 맑은 날보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아진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 안개 낀 날은 맑은 날보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워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아진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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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지표 가까이에 작은 물방울이 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안개는 관측자의 가시거리를 1㎞ 미만으로 감소시킨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최대 거리가 맑은 날보다 훨씬 짧아지게 돼 사고발생률이 높아진다.

안개의 농도와 두께는 습도·기온·바람·응결핵의 종류와 양 등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응결핵(연소핵·먼지핵 등)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할 때 중심이 되는 작은 고체·액체의 부유입자를 말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안개는 구름과 발생 과정이 비슷하다. 차이는 밑 부분이 지표면에 접해 있으면서 시정(視程)이 1㎞ 미만이면 안개이고, 이보다 떨어져 있으면 구름이라는 점이다. 산허리에 낀 안개는 산기슭에서 보면 구름이지만 등산하는 사람에게는 안개가 된다. 즉 지형이나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구름이 되기도 하고 안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보통 안개는 해가 떠오른 후 대기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대개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바람의 세기도 안개를 없애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짙은 안개는 오후에 들어서도 걷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편,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3년간(2010~2012년) 초겨울에 해당하는 11~12월의 기상상태에 따른 육상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안개 낀 날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맑은 날에 비해 약 3배로 높다.

기상상태별 육상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은 안개(7.3명), 흐림(3.7명), 비(3.5명), 눈(2.4명), 맑음(2.4명)의 순서를 나타냈다.

특히 11월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일교차가 커지면서 새벽과 아침 시간대에 안개가 자주 발생해 안개로 인한 육상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개 상태별 항공사고 유형이나 발생빈도 등에 대한 자료는 쉽게 접할 수 없었다. 다만 육상 교통사고처럼 안개는 항공 또는 해상 교통사고에도 치명적인 날씨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고가 그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안개, #삼성동 헬기 사고, #저시정운영절차, #가시거리, #안계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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