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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입구에 자리한 영지. 가야산의 정상이 이 연못에 비친다고 해서 영지라 부른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후가 장유화상을 따라 가야산 칠불봉으로 출가한 일곱 왕자를 그리워하여 가야산을 찾았으나 산에 오를 수 없어 아들들의 그림자라도 보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그러자 정진 중인 왕자들의 모습이 이 연못에 비쳤다고 전한다.
▲ 영지 합천 해인사 입구에 자리한 영지. 가야산의 정상이 이 연못에 비친다고 해서 영지라 부른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후가 장유화상을 따라 가야산 칠불봉으로 출가한 일곱 왕자를 그리워하여 가야산을 찾았으나 산에 오를 수 없어 아들들의 그림자라도 보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그러자 정진 중인 왕자들의 모습이 이 연못에 비쳤다고 전한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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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면서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러 합천 가야산 자락에 앉은 해인사를 찾았습니다. 지난 일요일인 17일. 산자락엔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 있습니다. 화려한 단풍 색깔만큼이나 여행자들의 옷차림도 온갖 색으로 치장하였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많은 여행자가 붐비고 있습니다. 나도 무리 속에 한 여행자가 되어 한 시간 정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일주문으로 다시 나와 인근에 자리한 작은 연못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몇 사람이 모여 연못 안을 살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가야산이 어디 있어?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는데…."
"나도 보이지 않아."

궁금해서 연못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연못에는 일부 유리소재의 조형물이 하나 있고, 유리 안으로는 희미한 불빛이 빛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더 궁금해집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안내문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영지. 가야산의 정상이 이 연못에 비친다고 해서 영지라 부른다. 가락국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후가 장유화상을 따라 가야산 칠불봉으로 출가한 일곱 왕자를 그리워하여 가야산을 찾았으나 산에 오를 수 없어 아들들의 그림자라도 보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그러자 정진 중인 왕자들의 모습이 이 연못에 비쳤다고 전한다."

아차, 사람들이 연못에서 찾고 있는 것은 가야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한마디 건넸습니다.

"저기, 저쪽. 거울 밑을 보세요. 가야산이 보이네요."
"저는 안 보이는데요."
"가운데 거울 있는 곳, 밑을 자세히 보세요. 내 마음 속에 '저곳에 있다'고 믿으면 가야산이 보일 것입니다. 부처는 내 마음속에 항상 자리합니다. 다만 자신이 그것을 보지 못할 뿐입니다."

부끄럽게도, 제법 선승다운 법문을 들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눈에 들어오며, 그것만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 속에 담긴, 뜻 깊은 진리와 이치는 애써 외면하려고 합니다. 내 마음 속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노력해보십시오. 진실한 눈을 뜨면 희미하지만 그 실체가 보일 것입니다. 저쪽 한편에서 한마디의 말이 들려옵니다.

"어, 나도 보인다. 저쪽에 있네."

일행 중 다른 한 사람이 말을 잇습니다.

"야, 너도 벌써 득도를 했나?"

합천 가야산 해인사 '영지'라는 작은 연못에서 내 마음 속에 자리한 부처인 '나'를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아래 세 장의 사진 중에서 여러분에게 보이는 것은 무엇입니까?

합천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 인근에 자리한 영지.
▲ 영지 합천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 인근에 자리한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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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영지에서 무엇을 볼 수 있습니까?
▲ 영지 여러분은 영지에서 무엇을 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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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인근에 자리한 영지. 작은 연못인 영지에서 내 마음 속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부처인 '나'를 보았습니다.
▲ 영지 합천 해인사 인근에 자리한 영지. 작은 연못인 영지에서 내 마음 속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부처인 '나'를 보았습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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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 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 <경남이야기>에도 싣습니다.



태그:#합천 해인사,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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