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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홉굿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수잔 홉굿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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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제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직자를 조합에서 배제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에 '노조아님'을 통보한 한국 정부를 향해 국제기구들이 적극 항의의 뜻을 전하고 나섰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Education International) 대표단은 한국을 직접 찾아 지난 16일부터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EI는 172개국 401개 교원단체가 가입돼 있는 국제조직이다.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EI 회원이다.

수잔 홉굿 EI 회장은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교조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인지 알리기 위해 급하게 한국을 방문했다"며 "회장과 사무총장이 교원단체 탄압 문제로 한 국가에 함께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보통 EI 대표단은 사안에 따라 대표단 개별로 참석하지만, 이번 전교조 관련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 두 사람이 동시에 방한했다는 설명이다.

"해고자 문제로 노조 설립 취소하는 나라, 한국이 유일"

EI대표단은 한국 정부가 교사의 단결권을 보장하라는 국제기준을 위반하면서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의 자격을 규정하는 것은 노조가 스스로 결정할 일이므로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홉굿 회장은 "OECD 국가 중에서 해고자의 자격을 문제로 노조 설립이 취소된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누구나 정부의 개입이나 간섭 없이 노조를 결성하거나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용노동부(아래 노동부)가 지난 10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하기 전부터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때마다 정부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내법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반복했다. 교직원은 국내 정서상 노동자보다는 교사라는 성격이 강하므로 단결권 등의 자유가 일정 정도 침해될 수밖에 없다고도 반박했다.

프레드 반 리우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영등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프레드 반 리우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영등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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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반 리우벤 EI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주장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교사는 보통의 노동자와 다른 점이 분명 있다. 그렇다 해도 교사들 역시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기본 권리가 보장된다. 교사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를 가로막는 나라는 없다. 한국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리우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는 국제기준에 따라 전교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UN·OECD·ILO 등의 국제기구에 가입한 것은 자국의 법률을 국제 기준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국내법이 우선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내법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하고 이를 실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1991년 UN에 가입하면서 국제 기준 준수를 약속했고, 1996년 OECD에 가입할 때도 교사의 기본적 노동 권리와 노조 활동보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며 "지금이라도 그때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리우벤 사무총장은 앞서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제 나라인 네덜란드에서는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누구라도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며 "제발 국제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눈을 뜨고 보라고 한국 정부에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EI, 다음달 OECD 회의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 부당성 알릴 계획

EI대표단은 이날 오전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제한한 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남수 교육부장관, 방하남 노동부 장관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EI는 2010년 이명박 정부 때도 정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당시 교과부는 이를 거부했다. 홉굿 회장은 "한국에서 두 번이나 면담이 거절된 것은 한국 정부가 교원노조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EI는 다음 달 열리는 OECD 회의와 다음해 3월 EI와 OECD가 주최하는 세계교직정상회의 등 국제기구 회의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만약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가 교육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막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우벤 사무총장은 "교사들을 대표하는 교원노조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민주주의 측면에서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적인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교사의 단결권은 물론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그:#전교조, #세게교원단체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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