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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도토리 색깔이 황갈색인 건 조직이나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밤과 도토리 색깔이 황갈색인 건 조직이나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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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은 열매 중 빨간색이 가장 많은데 이것 또한 식물의 전략이다. 숲속에 아주 많은 개체수가 있는 곤충들은 크기가 작아 씨앗을 멀리 이동하기가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곤충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빨간색으로 열매의 색깔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빨간색을 좋아하여 열매를 먹고 번식시킬 수 있다. 새들은 특히 빨간색을 좋아하고 멀리서도 잘 본다."(<나무와 숲> 176쪽)

"씨앗의 껍질(종피)이 하는 역할은 종자가 발아할 때까지 기후의 변화나 다른 동물들로부터 피해를 막아 주는 일이다. 특히 곰팡이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빨리 황색으로 한화하는 역할도 한다. 사과 씨앗, 밤 또는 도토리 등이 빨리 황갈색으로 되는 이유가 바로 곰팡이와 같은 외부 침입자의 공격이나 자외선으로부터 조직이나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나무와 숲> 73쪽)

빨간색은 유혹입니다. 빨간 입술도 유혹이고 빨간 열매도 유혹입니다. 맨 입술의 살굿빛 여성 보다는 빨간 입술을 한 여성에게 눈길이 더 가는 게 수컷인 나의 본능입니다. 나만 그런 가 했더니 새들도 그런 가 봅니다. 열매들이 빨갛게 익어가는 건 새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새들에게 먹혀서라도 멀리까지 씨앗을 퍼트리기 위한 유혹, 종족 번식을 위한 수단입니다.

밤과 도토리는 많고 많은 색깔 중 왜 황갈색만을 띠는지도 몰랐습니다. 밤과 도토리가 황갈색을 띠는 이유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걸 알고 나니 자연의 섭리는 위대하고 숭고합니다. 비유적인 말이긴 하지만 누구는 '숲만 보지 말고 나무를 보라' 하고, 누구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합니다.

밤과 도토리가 황갈색인 게 이유가 있었다니...

언제부터인가 등산이 대세입니다. 도심지 주변의 산들은 평일에도 몸살을 앓을 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숲길을 걷게 되고 나무도 보게 됩니다. 나뒹굴고 있는 도토리도 보고, 빨갛게 익은 열도 봅니다. 두런두런 살피다 보면 이름을 잘 알고 있는 나무도 있지만 헷갈리는 나무도 있고, 이름은 물론 생김새조차 생경한 나무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건 숲이 있고 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공기가 있고,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묘미가 거기서 유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숲과 나무를 잘 아는 사람은 정작 별로 없습니다. 나무들은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번식하는지도 잘 모를 뿐더러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나무와 숲>┃지은이 남효창┃펴낸곳 (주)도서출판 한길사┃2013.10.5┃2만 2000원
 <나무와 숲>┃지은이 남효창┃펴낸곳 (주)도서출판 한길사┃2013.10.5┃2만 2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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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무와 숲>(지은이 남효창, 펴낸곳 (주)도서출판 한길사)은 나무와 숲이 무엇인가를 A에서부터 Z까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나무의 기원에서부터 숲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슬라이드필름에 담긴 영상처럼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자연이란 무엇인가도 정의해 주고 시대의 화두처럼 회자되고 있는 생태와 환경의 차이도 설명합니다. 이기적인 인간들이 인간 위주로 설정해 주장하는 것이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이 아니고 생태가 우선돼야 한다는 걸 묵시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책에서는 숲과 산림도 구분해 설명하고, 숲의 구조도 설명합니다. 숲의 종류는 물론 나무의 구조와 생리에 대해서도와 낱낱이 설명합니다. 무관심 했던 숲, 전혀 몰랐던 나무들 세상이 글과 사진, 그림으로 세세히 펼쳐집니다. 나무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지는지도 알 수 있고,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도 일러줍니다.

숲길을 걷듯이 읽고, 아름드리나무를 껴안듯이 새기다 보면 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도 들립니다. 바람과 벌레, 새와 물결에 얹혀서라도 종족을 퍼뜨리고자 하는 숲속 이야기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며 종자를 퍼뜨리기 위한 강력한 유혹입니다.

"나무 이름이 붙여진 경로는 크게 6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나무의 열매나 잎 또는 뿌리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밥처럼 식용으로 이용한다고 해서 밤나무(밥나무→밤나무), 나무에서 나는 향을 이용한다고 해서 향나무, 나무의 껍질이 몸에 좋다고 해서 피나무 등등.

나무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습성에 따라 붙여진 이름도 있다. 갯가에 산다고 갯버들, 물가에 산다고 물오리나무, 누워서 자란다고 눈향나무, 눈주목 등등."(<나무와 숲> 99쪽)

"식물을 분류하는 각 단계의 명칭은 어미를 통일시키고 있다. 동물계와 식물계의 분류 다음 단계인 문에는 어미에 -phyta가 붙는다. 문 다음의 아랫단계인 강에는 -ae가 붙는다. 목에는 -ales, 과에는 -aceae가 붙는다. 현재 '나무'라고 지칭하는 목본식물은 대략 1만2000종이 있으며, 그 가운데 1000여 종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나무와 숲> 204쪽)

숲과 나무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는 책

숲에도 경쟁이 있습니다. 나무들도 밀고 밀리며 소리 없는 전쟁을 합니다. 침엽수는 활엽수에 점령당하고, 활엽수는 자연 재해에 밀려납니다. 겨울눈과 이파리, 나뭇가지와 나무껍질 등 이유 없이 그냥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파리가 그런 이유가 있고, 나무껍질이 그런 사연이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360여 종의 식물들은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봐왔고, 보고 있고, 볼 수 있는 식물들입니다. 봐왔으면서도 몰랐던 숲, 보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나무에 관한 지식과 이야기가 보따리에 담긴 이야기처럼 다양합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숲의 교향곡'에서는 숲과 나무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과학적 지식과 생물학적 정보 등을 공통적으로 설명하고, '2부 우리나무 식별하기'에서는 나무들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과 개개의 나무에 대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담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익은 열매가 빨간 건 새들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익은 열매가 빨간 건 새들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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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의 나무들이 갖는 특성은 물론 비슷비슷하게 생겨 그게 그것처럼 보이던 나무, 이 건지 저 건지를 알 수가 없어 헷갈리기만 했던 나무들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검색표'로 제시돼 있습니다. 검색표를 따라 이리 가면 '서양까치밥나무'이고 저리가면 '까마귀밥여름나무'입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까막까치밥나무'이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까치밥나무'입니다.

[까마귀밥나무속Ribes 검색표]
줄기의 마디에 1~3개의 가시가 있다 → 서양까지밥나무
줄기에 가시가 없다 (••로 이동)
•• 꽃은 잎겨드랑이에 모여피고, 열매는 털이 없고 붉으며, 잎 뒷면에 털이 있다 → 까마귀밥여름나무
•• 꽃은 총상꽃차례로 포가 오랫동안 남아 있다 (•••로 이동)
•••열매는 검다 까막까치밥나무
•••열매는 붉다 까치밥나무

숲에서 숲이 보이고, 나무에서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빨간빛 열매는 더더욱 요염해지고, 황갈색 도토리를 보면 화생방복장을 한 어느 부족의 모습을 연상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자연의 섭리는 위대하고 숭고합니다.  

<나무와 숲>를 통해서 얻는 지식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교향곡, 숲과 나무가 연주하고 있는 교향곡을 감미롭게 감상 할 수 있는 귀, 보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숲과 나무를 보게 해주는 눈, 숲과 나무와도 사는 이야기를 속삭일 수 있는 소통 지식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나무와 숲>┃지은이 남효창┃펴낸곳 (주)도서출판 한길사┃2013.10.5┃2만 2000원



나무와 숲 - 숲과 나무를 이해하고 식별하기

남효창 지음, 한길사(2013)


태그:#나무와 숲, #남효창, #(주)도서출판 한길사, #까치밥나무, #숲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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