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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산행을 하는 이들의 한결 같은 꿈은 '심', '산삼'을 캐는 것이다. 높고 험한 산속을 헤쳐나가는 약초꾼, 혹은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는 데 인생을 걸었다. 먼 산 정상의 눈이 녹아내리고 나뭇잎이 돋아나고,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면 약초꾼들은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자기가 자주 가는 산의 산신당에 제물을 마련하고 시산제를 올리면서 일년 동안의 안전한 산행과 함께 풍성한 수확물을 얻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또 산을 오르고 내려 올 때마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

옛부터 산삼이 많이 나는 깊은 산 초입에는 산신령을 모시는 산신당이 있다. 심마니들은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안전한 산행과 산삼을 내어 줄 것을 기원했다.
▲ 깊은 산 초입의 심마니 산신당 옛부터 산삼이 많이 나는 깊은 산 초입에는 산신령을 모시는 산신당이 있다. 심마니들은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안전한 산행과 산삼을 내어 줄 것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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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산 골짜기와 능선을 넘나들어야 하기에 약초꾼들에게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뱀에 물릴 수도 있고, 벌집을 건드리거나 비탈에서 굴러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 산신령님이 점지해 주는 '산삼'에 대한 기대는 누구나 마음 한쪽에 담아두고 있다.

전문 약초꾼이 아닌 사람들도 약초 산행을 한두 번하고 나면 등산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자연산 더덕이나 잔대, 산도라지라도 캐고 나면 온갖 약초에 마음을 빼앗긴다. 더구나 몇 번 안되는 산행에서 '산삼'을 캤다면 산행에 대한 욕심은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늦가을 더덕이나 캘까하던 산행에서 한 무더기의 산삼을 봤다면 그 희열은 어떠할까?

산비탈의 활엽수 지대에 산삼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 산삼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산비탈의 활엽수 지대에 산삼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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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흥분되고 두려워 '심봤다'를 외치지 못했다. 그저 여기 저기 살펴보고 그 자리에 엎드려 세 번 절하고 '산신령님 고맙습니다' 했다.

단풍이 들어서 어린 나무와 풀들이 모두 갈색으로 변해가는 그 사이에서 산삼의 잎사귀를 구분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느낌 하나로 시선이 머문 곳에 단풍이 들고, 싹대가 떨어지는 산삼이 한포기 보였다.

여름에는 주변의 풀들과 어울려 보이지 않다가 단풍이 들면 눈에 잘띤다.
▲ 단풍삼 여름에는 주변의 풀들과 어울려 보이지 않다가 단풍이 들면 눈에 잘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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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주변을 자세히 살피니 여기저기 푸른 빛이 조금은 남은 삼들이 보였다. 가지가 네 개,  세 개, 한 개, 또 잎사귀가 모두 떨어진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여러 세대를 걸쳐 산삼가족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잔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삼을 돋운다. 오랜시간의 작업이 필요하다. 삼은 캔다는 표현보다. 돋운다는 표현을 쓴다.
▲ 삼 돋우기 잔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삼을 돋운다. 오랜시간의 작업이 필요하다. 삼은 캔다는 표현보다. 돋운다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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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대 주변의 흙을 조심 조심 걷어내고 잔뿌리가 끊어지지 않게 더듬고, 한동안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작년에 떨어진 씨앗에서 자라난 듯한 어린 뿌리들도 나오고 싹대가 없던 곳에서도 산삼이 나왔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과 흥분. 산삼과의 첫 만남이었다.

잎이 단풍이 들었다. 전문가의 눈에도 산삼으로 보일까?
▲ 산에서 돋운 그대로의 모습 잎이 단풍이 들었다. 전문가의 눈에도 산삼으로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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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캔 것이 진짜 산삼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씨앗을 심거나, 어린 삼을 옮겨다 키우고 있었던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다양하고 또 삼이 자라기 좋은 환경에 씨앗을 심어 일명 '산양삼'을 재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산삼은 뇌두의 마디수와 몸통에 둘려진 고리 숫자로 연수를 헤아린다고 한다. 초보자의 눈에는 그 마저도 헤아리기 어렵다. 산삼인지도 장뇌삼인지도 모르겠다.
▲ 산삼뿌리의 모양 산삼은 뇌두의 마디수와 몸통에 둘려진 고리 숫자로 연수를 헤아린다고 한다. 초보자의 눈에는 그 마저도 헤아리기 어렵다. 산삼인지도 장뇌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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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깊은 산속에서 산삼을 만났고, 캐는 즐거움을 맛봤고, 또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나는 산을 오른다.

사람들은 어느 산에서 산삼을 캤는지 밝히지 않는다. 개인이나 국가가 소유한 곳에서 자라는 모든 것은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자리는 자신만이 알아두고, 해마다 기웃거리는 일명 '구광터'다. 캐지 않은 어린삼, 또 땅속에서 휴면하던 오래 묵은 삼이 언제 고개를 내밀지 모르기 때문이다.


태그:#산삼, #산양삼, #장뇌, #약초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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