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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부 지휘를 받지 않고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감찰 결과 발표하는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 이준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부 지휘를 받지 않고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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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1일 오후 6시 24분]
조영곤 발언·외압설·보고서 유출 의혹 그대로...'부실 감찰' 비판 불가피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11일 법무부에 윤석열 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 정직, 박형철 부팀장(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 감봉 징계를 청구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 결과 두 사람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반면 부당지시·지휘감독 소홀 여부 등으로 감찰대상에 오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2차장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당초 알려진 대로 수사팀을 대상으로만 징계를 청구한 만큼, 감찰 결과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이준호 감찰본부장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감찰본부는 10월 22일 (국정원 트위터팀 직원) 체포영장 청구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소장 변경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항을 감찰한 결과 윤석열 전 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이 체포영장 및 압수수색과 공소장 변경 지시를 불이행한 점을 인정, 정직과 감봉 처분이 타당하다는 다수 의견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정직은 검사 지위를 박탈하는 해임과 면직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로 1개월 이상 6개월 이하 동안 직무집행을 할 수 없고 월급도 받지 않는다.

대검 감찰본부는 조영곤 지검장에 대해서는 국정원 트위터팀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이진한 2차장은 지휘감독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준호 본부장은 "조 지검장은 무조건적인 영장 청구 금지를 지시한 게 아니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지시를 한 것이고 이진한 2차장은 윤석열 전 팀장 등이 의도적으로 그가 모르게 (영장 청구 등을) 진행했다"며 "두 사람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교안 장관 등 법무부 외압설과 "국정원 트위터팀 범죄일람표 5만 6789건 가운데 2233건만 직접적인 증거"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발언으로 불거진 수사보고서 유출 의혹 역시 '사실 아님'으로 종결됐다. 이 본부장은 "공소장을 제기할 때 2주 동안 결재가 지연됐다는 윤 전 팀장 말 자체에 의하더라도 외압으로 보기 어렵다"며 "의견 조율 과정이고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검찰 내부에서 파일 또는 출력물 형태로 수사보고서가 유출된 흔적을 찾을 수 없어 특별감찰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감찰위, 결론 못 내려 총장 대행이 최종 결정

결국 '수사팀 징계'라는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은 감찰이었다. 이번 감찰은 초기부터 '윤석열 징계 밟기 수순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영곤 지검장이 '셀프감찰'을 요구했지만, 사실상 윤 전 팀장 등이 감찰대상에 포함될 테고, 감찰의 초점이 윤 전 팀장의 항명 또는 무리한 수사 등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았던 탓이다.

또 길태기 총장 대행이 10월 28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팀장이)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원세훈 전 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 (감찰을) 진행한다"고 하는 등 '윤석열 전 팀장 = 감찰 범위'로 보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검찰의 11일 발표는 그 의혹과 정황들을 사실상 확인해줬다.

징계 수위가 나오지 않은 것 역시 의아하다. 이준호 본부장은 "법무부에 정직·감봉을 다수의견으로 권고했다"고만 했다. 11월 8일 열린 감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하나의 정립된 결론으로 의결하는 과정은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8일 회의에서 감찰 대상인 네 사람의 징계 여부와 그 수위를 놓고 3시간 넘게 논의했지만 한 의견으로 정리하지 못한 채 각자 의견을 남겼다.

검찰은 "윤 전 팀장의 경우 정직 의견이 다수였다, (길태기 총장대행의 선택지는) 하나였다"고 해명했지만, 감찰위원회 결론 없이 최종 결정은 길 총장대행의 판단이었던 셈이다. 보통 대검 감찰위원회가 징계 여부와 수위를 적절하게 결정한 뒤 검찰총장에게 '권고' 형식으로 전달한다. 검찰총장이 그 수용 여부를 결정한 뒤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절차에 비춰볼 때 이번 일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징계를 강행했다'는 비난 여론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한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실 감찰' 비판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대검 감찰본부는 윤석열 전 팀장, 조영곤 지검장 등 감찰대상자들을 직접 조사하거나 대질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조사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할 수 있게 해줬고 몇 가지 의문은 추가로 확인했다고 하지만 기본 조사 자체는 한 번뿐이었다.

수사보고서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받은 윤상현 의원은 감찰할 권한이 없다며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윤 의원이 구체적인 수사정보를 입수한 경위는 "수사팀에서 나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고 조사받은 사람들이 합쳐서 나온 것 같다"고만 했다. 이어 "그 분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강제 조사할 권한이 없다, 윤 의원에게도 확인하지 않았다" 말을 더했다. 검찰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윤상현 의원 관련 내용은 기재하지 않은 채 구두로만 설명했다.

'권한 없다, 자료 없다'로만 끝난 조사...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만

지난 6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데에 반대,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 역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었다. 김훈 대검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기자들에게 "법무부 자체를 조사할 권한이 없고, 법무부로 가는 보고서는 대검을 거치기 때문에 굳이 법무부를 상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가 보고서를 요구하고 검토가 지연되니 수사팀으로선 외압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지만, 감찰 과정에서 다른 자료는 없었다"며 '확인불가'란 답변을 되풀이했다.

윤석열 전 팀장이 10월 15일 밤 국정원 직원 체포 문제로 조영곤 지검장을 찾아갔을 때 '야당 도와줄 일이 있냐'는 말을 들었다는 부분도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당사자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어느 한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윤 전 팀장이 '항명'을 했는지, 아니면 수사팀장으로 적절한 '판단'을 했는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다. 윤 전 팀장은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 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의 필요성 등을) 보고하니 처음에는 격노했다"며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야당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느냐, 정 체포하겠다면 내가 사표내거든 하라'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 지검장의 발언이 사실인지도 결론짓지 않은 채 윤 전 팀장이 지시를 불이행했다며 정직 징계를 결정했다.

윤석열 전 팀장의 징계 사유로 든 '지시 불이행'도 근거 규정이 불분명하다. 김훈 과장은 "지시불이행은 검찰청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에 나오는 징계 기준에는 ▲ 금품·향응수수 ▲ 공금횡령·유용 ▲ 수사기밀 유출 ▲ 직무상 가혹행위(상해, 모욕, 폭언, 욕설, 폭행 등) ▲ 성풍속 관련 ▲ 폭력 행위 ▲ 음주운전 ▲ 직무 태만 ▲ 기타 품위손상 ▲ 불성실 재산 등록 ▲ 비위발생 보고 의무 위반 ▲ 기타 비위·범죄 행위만 나와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결자해지'를 위해 시작한 대검 감찰은 '자승자박'이 된 모양새다. 지난 주말 '윤석열 정직 3개월, 박형철 감봉 1개월'로 감찰 결과가 알려져 안팎으로 비판받던 검찰은 11일에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조영곤 지검장은 이날 감찰 발표 직후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부당한 수사 외압이나 지시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부당한 수사 외압이나 지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태그:#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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