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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다크 월드> 영화 포스터

▲ <토르: 다크 월드>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2008년,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저> <어벤져스>를 거치며 할리우드 내에서 마블의 영토를 공고히 다졌다. 이제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는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다.

첨단 무기의 산물인 아이언맨, 과학의 부작용이 낳은 통제할 수 없는 괴물성을 보여준 헐크, 냉전 시대의 유산인 캡틴 아메리카 등은 각기 미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은유한다. 토르는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다르다.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는 토르는 신의 영역에 가깝기에 슈퍼히어로란 존재가 신과 인간 사이에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묻는 척도로 읽어진다.

<어벤져스>로 짧은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 3>을 필두로 새로운 여정을 들어갔다. <아이언맨 3>이 뉴욕 사건을 겪은 아이언맨을 추락시키며 정체성을 묻는다면, 어벤져스 내에서 가장 놀라운 능력을 지닌 토르의 두 번째 모험담인 <토르: 다크 월드>는 신들의 주군이자 아스가드르 왕국의 통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자의 한 남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 여행을 떠난다.

 <토르: 다크 월드>는 신들의 주군이자 아스가드르 왕국의 통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자의 한 남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 여행을 떠난다.

<토르: 다크 월드>는 신들의 주군이자 아스가드르 왕국의 통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자의 한 남자가 될 것인가를 묻는 여행을 떠난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어벤져스>의 뉴욕 사건 이후, 아스가르드 왕국으로 돌아간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는 아버지 오딘(안소니 홉킨스 분)과 함께 왕국의 평화를 되찾기 위해 나선다. 반면에 지구의 평화를 위협했던 로키(톰 히들스턴 분)는 감옥에 갇힌다.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토르의 마음 한구석은 지구에 두고 온 제인(나탈리 포트만 분)으로 인해 허전하다.

1년 후, 제인은 우연히 어둠의 종족인 다크 엘프의 무기인 '에테르'를 얻게 되고, 토르는 그녀의 몸으로 들어간 에테르를 빼내기 위해 아스가르드 왕국으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이 사실을 눈치챈 다크 엘프는 에테르를 되찾기 위해 아스가르드 왕국을 침공한다. 그들의 공격으로 큰 타격을 입은 아스가르드 왕국을 살리고자 토르는 감옥에 갇힌 로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북유럽의 전설에 기반을 둔 <토르: 천둥의 신>이 프로스트 자이언트를 이야기하는 신화적인 서사로 출발했던 것처럼, <토르: 다크 월드>는 아스가르드 왕국과 다크 엘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문을 연다. 전편을 감독했던 케네스 브래너가 제작으로 한 발자국 물러 나면서 공석이 된 감독 자리에 새로이 앉은 이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왕좌의 게임>을 연출한 앨런 테일러다. 셰익스피어 전문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불어넣은 신화의 온기는 <토르: 다크 월드>에도 느껴진다.

<토르: 천둥의 신>에서 독불장군으로 날뛰던 토르가 아버지 오딘과 갈등을 빚고, 능력을 빼앗긴 채로 지구로 추방당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왕이 될 자격이 자가 지녀야 할 희생 정신은 무엇인가를 짚었다. 한편으로는 토르와 로키를 통해 다른 두 종족의 공존은 가능한가를 다루었다.

<토르: 다크 월드> 영화 스틸

▲ <토르: 다크 월드>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토르: 다크 월드>는 전편과 양상이 다르다. 왕국이 다크 엘프의 기습으로 큰 피해를 보자 오딘은 어떤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최후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한다. 토르는 무분별한 죽음만을 강요한다면 우리가 다크 엘프와 무엇과 다르냐고 반문한다. 이것은 정의를 위한 유의미한 희생인지, 정의를 가장한 복수가 부른 무의미한 희생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얼마 전 'EBS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더 게이트 키퍼즈>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바 있다. <더 게이트 키퍼즈>는 이스라엘의 3대 정보기관 중 하나로 국내 정보를 담당하며 팔레스타인의 테러와 싸웠던 신베트를 이끌었던 전임 수장 6명과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에겐 테러범이지만, 다른 누구에겐 자유의 투사라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릴 뿐이란 의견을 들려준다. 그들은 입을 모아 군사적 수단으론 평화를 구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얻은 소중한 교훈은 적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더욱 잔인해져 갈 뿐이라 경고한다.

이스라엘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과 북한 등 전쟁을 치르는 어떤 나라에도 해당하는 <더 게이트 키퍼즈>의 경고는 <토르: 다크 월드>에도 약할지언정 오딘과 토르의 갈등에 담겨있다. <아이언맨 3>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무기, 나아가 인류가 만든 무기를 비판했다면, <토르: 다크 월드>는 얕은 수준이지만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나아갈 방향을 지적한다.

  <토르: 천둥의 신> <어벤져스>를 거치며 악의 화신으로 거듭 태어난 로키는 어머니의 죽음을 접하면서 토르와 서로를 물리치려는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 힘을 합쳐 싸우는 협력적 관계로 변화한다

<토르: 천둥의 신> <어벤져스>를 거치며 악의 화신으로 거듭 태어난 로키는 어머니의 죽음을 접하면서 토르와 서로를 물리치려는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 힘을 합쳐 싸우는 협력적 관계로 변화한다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거대한 자본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란 태생적 한계를 지닌 <토르: 다크 월드>는 의미 있는 질문보단 단순한 재미를 먼저 한다. <토르: 다크 월드>는 쿠키 영상으로 2014년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함께 개봉 예정인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면서 마블의 다음 행보를 예고한다. 또한, 언제나처럼 마블의 아버지 스탠리가 우정 출연하고, 캡틴 아메리카가 예상치 못한 장면에 등장하는 등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그러나 더 이상의 희생은 안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지구에서 싸우는 황당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아무리 우연일지라도 수십억이 사는 지구에서 왜 에테르가 제인의 몸 속에 들어가는 전개는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 수천년을 기다려 공격한 다크 엘프는 멍창한 계획만 일삼고, 엄청난 공격을 받는데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찍는 지구인의 모습은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고생하는 토르의 망치 '묠니르'도 불쌍하다.

엉망진창 속에서도 로키는 단연 눈길을 끄는 매력 요소다. <토르: 천둥의 신> <어벤져스>를 거치며 악의 화신으로 거듭 태어난 로키는 어머니의 죽음을 접하면서 토르와 서로를 물리치려는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 힘을 합쳐 싸우는 협력적 관계로 변화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표정과 행동은 어벤저스 멤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안소니 홉킨스나 나탈리 포트만이 <토르: 다크 월드>에서 보여주는 연기를 보노라면 착잡함을 감추기 어렵다.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자들인 이들조차도 이렇게 CG로 범벅된 영화에서 연기라고 보여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쿠키 영상으로 보여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베니치오 델 토로, 예고편으로 보여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로버트 레드포드도 마찬가지다. 과연 슈퍼히어로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살리는 것일까, 죽이는 것일까? 배우의 연기가 점점 사라져간다는 점은 확실하다.

토르 안소니 홉킨스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나탈리 포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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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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