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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의 명사갯길에서 바라본 완도항과 완도타워. 남녘 가을바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신지도의 명사갯길에서 바라본 완도항과 완도타워. 남녘 가을바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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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의 대표는 단풍이다. 남도의 단풍도 절정을 맞고 있다. 가을여행 소재는 억새도 있다. 국화도 있다. 하지만 이를 찾는 여행길은 고역이다. 워낙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하여,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도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철 지난 바닷가로 간다. 완도 신지도로 간다. 지난 2일이다. 신지도를 생각하면 명사십리 해변을 빼놓을 수 없다. 명사십리는 한없이 아름다운 해변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도 얕아서 해수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해변의 길이도 10리나 된다. 지난여름 피서객들로 북적거렸던 해변이다.

하지만 여름만 좋은 게 아니다. 지금도 정말 좋은 해변이다. 더없이 한산하다. 모래밭을 혼자서 차지하며 걷는 호젓함도 만끽할 수 있다.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도 감미롭다. C자로 구부러지는 해안선도 매혹적이다.

가을 여행객 피해 철 지난 바닷가 완도 신지도 가다

한적한 신지도의 명사십리 해변. 철 지난 가을바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한적한 신지도의 명사십리 해변. 철 지난 가을바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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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십리 해변의 나무데크. 송림 앞 백사장에 깔려 있다.
 명사십리 해변의 나무데크. 송림 앞 백사장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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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백사장을 걸으니 좋다. 송림 앞으로 놓인 나무데크를 따라 걷는 것도 호젓하다. 백사장을 걷기 번거롭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좋아한다. 모래사장 위의 데크도 백사장을 걷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대도시보다도 50배나 많은 음이온이 방출되는 곳이 명사십리 해변이다. 산소의 비타민이 뿜어져 나오는 해변인 만큼 마음결까지도 가뿐하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나무데크를 따라 거닐다 보면 가을해변이 그만큼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해질 무렵 신지도 풍경. 다도해 풍광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해질 무렵 신지도 풍경. 다도해 풍광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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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 항일운동 자료관과 기념탑. 신지면 대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신지 항일운동 자료관과 기념탑. 신지면 대곡리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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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는 조선 시대 유배지 가운데 하나였다. 기록에 의하면 40여 명이 유배돼 왔다. 서예가로 이름 높은 원교 이광사가 여기서 유배생활을 했다. 천연두 예방접종 백신인 종두법을 들여온 지석영도 이곳으로 유배 왔다.

특히 지석영 선생은 신지도 송곡리에 살며 '송곡리 촌사람'이란 별칭을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의 호가 '송촌'인데, 송곡리 촌사람의 앞글자를 따서 호를 붙였다는 말도 전해진다. <자산어보>로 유명한 정약전도 흑산도로 유배 가는 길에 들러 8개월 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또 있다.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비판하다 유배된 이세보는 명사십리의 지명과 연관된다. 신지도로 유배돼 온 선생은 달이 뜬 밤이면 밤마다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모래톱에 유배의 통한과 울분을 새겼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그가 유배에서 풀려 한양으로 떠난 뒤부터 비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닷가 모래가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울음소리가 10리 밖까지 퍼져 나갔다고 해서 해변의 이름이 '명사십리'가 됐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물론 바닷물에 모래가 부서지면서 우는 소리가 10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해서 '명사십리'라는 얘기도 있다.

신지도는 또 항일의 섬이었다. 소안도와 함께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섬이었다. 면 소재지에서 가까운 대곡리에 신지항일운동 기념탑과 자료관이 있다. 여기서 항일의 섬 신지도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명사갯길, 신지도의 새로운 트레킹 코스

해안 갯길을 따라가는 신지도 명사갯길 풍경. 왼쪽으로 숲을,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도는 길이다.
 해안 갯길을 따라가는 신지도 명사갯길 풍경. 왼쪽으로 숲을,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도는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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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 명사갯길. 해안을 따라 숲길을 따라가는 길이다.
 신지도 명사갯길. 해안을 따라 숲길을 따라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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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트레킹을 위해 신지도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신지도의 해안길을 따라가는 '명사갯길' 덕분이다. 명사갯길은 신지도의 허리춤을 따라가는 길이다. 오래전, 섬사람들이 갯일 하러 나가고 마실 다니던 길이다. 최근 정비해서 걷는 길로 만들었다. 편의시설도 설치해 놓았다.

길은 산속 오솔길과 해안길, 마을길로 이뤄져 있다. 명사십리 해변의 모래밭도 지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오른편으로 다도해 풍광이 펼쳐진다. 이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 군데군데 작은 포구도 정겹다. 눈으로 경물을 보면서 가슴으로 생각하며 호흡할 수 있는 길이다.

출발점은 신지대교 휴게소다. 신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편에 있다. 강독 휴게소라고도 한다. 길은 여기서 시작돼 물하태 포구를 거쳐 명사십리 해변까지 10.3㎞가 1코스다. 명사십리 해변의 끝자락 울몰마을에서 석화포구를 지나 내동마을까지 4.9㎞가 2코스다.

모두 15㎞가 조금 넘는 길이다. 다 걸어도 네댓 시간이면 거뜬하다. 여의치 않으면 강독 휴게소에서 명사십리 해변까지 1코스만 걸어도 된다. 1코스만 뉘엿뉘엿 걷는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신지도 명사갯길. 해안 갯가를 따라가는 길이다. 걷기 불편한 곳은 나무데크를 깔아 놓았다.
 신지도 명사갯길. 해안 갯가를 따라가는 길이다. 걷기 불편한 곳은 나무데크를 깔아 놓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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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 명사갯길 완도에 딸린 섬 신지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다. 왼편은 숲이고 오른편은 바다가 펼쳐진다.
 신지도 명사갯길 완도에 딸린 섬 신지도의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다. 왼편은 숲이고 오른편은 바다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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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갯길을 따라가면 완도 앞바다와 다도해 풍광이 멋스럽게 펼쳐진다. 마을을 지날 때 아스팔트 길도 만나지만 그다지 길지도 않다. 대부분 흙길이다.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길도 비교적 평탄한 편이다. 혼자 걸으며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둘이서 앞뒤로 나란히 걸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기에도 좋다.

길에서 만나는 강독나루는 2005년 12월 신지대교 개통 전까지 물하태 나루와 함께 신지도의 관문이었다. 완도를 오가는 배가 드나들면서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포구다. 하지만 대교가 놓인 이후 한적한 작은 포구로 변했다. 여기서 완도항도 한눈에 들어온다.

짭조름한 갯내음도 코를 간질인다. 갯길이라고 해서 바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른편이 바다지만 왼편은 소나무와 굴참나무 우거진 숲이다. 갯내음과 함께 숲내음도 맡으며 걸을 수 있다. 뱃고동과 파도 소리가 길동무 돼 준다.

혼자 또는 둘이서 걷기 좋은 명사갯길. 해안과 숲속 오솔길을 따라간다.
 혼자 또는 둘이서 걷기 좋은 명사갯길. 해안과 숲속 오솔길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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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철을 맞은 삼치회. 완도의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제 철을 맞은 삼치회. 완도의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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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의 먹을거리도 품격 있다. 횟집과 백반집이 군데군데 있다. 신지대교 건너 완도읍에 가면 음식특화거리가 있다. 맛집이 즐비하다. 횟집에 가면 요즘 제철을 맞은 삼치가 맛있다. 별미다.

명사십리 해변 인근에 크고 작은 펜션도 많다. 모두 최근에 지어진 새집들이다. 그만큼 깔끔하다. 저렴한 민박집도 많다. 북적거리는 피서철이 아니어서 오붓하게 하룻밤 묵을 수 있다. 섬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섬의 정취를 느껴보고 완도항의 야경을 바라보는 것도 멋진 섬여행이 된다.

명사갯길에서 본 포구 풍경. 호젓함이 묻어난다.
 명사갯길에서 본 포구 풍경. 호젓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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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완도 신지도 찾아가는 길

예전에 완도는 멀었다. 심리적으로도 꽤나 멀었던 섬이다. 하지만 요즘엔 도로가 확포장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서해안고속국도 목포요금소에서 죽림나들목으로 나가 순천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탄다. 강진무위사 나들목으로 나가 13번국도를 타고 해남을 지나 완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완도에 닿는다. 신지대교는 완도읍 방면으로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태그:#신지도, #명사갯길, #명사십리해변, #신지항일운동기념탑, #강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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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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