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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동대문점. 기증된 각종 물품들이 새것처럼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다.
 '아름다운가게' 동대문점. 기증된 각종 물품들이 새것처럼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다.
ⓒ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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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아침 인터뷰 취재를 위해 신설동역을 지나치는 찰라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었다.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이다.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물품이 기증되고, 다시 그것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판매되어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간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두 명의 '활동천사'를 만났다.

권혁상씨(60)가 매장 바닥 청소를 하던 중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혁상씨(60)가 매장 바닥 청소를 하던 중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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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현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권혁상입니다."

- 봉사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수협중앙회에서 일하다가 퇴직을 하고 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이곳에서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직장생활을 오래 했지만 그동안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신없이 살아오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퇴직을 한 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나자 '사회에 이바지를 하자'라는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가게'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옷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도서, 아동물품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심지어 라면도 있는데, 이건 공익상품이라고 해서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장애인자활센터, 친환경, 공동체 등의 상품으로써 시민들이 이를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상품입니다. 모든 물품들은 후원과 기증을 받아 판매하고 있지만 공익상품의 경우에는 유통을 돕는 위탁상품입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수익으로는 다시 공익상품 업체의 디자인, 상품개발 등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카메라도 있네요?
"신품들은 아니고 중고 상품을 누군가가 기증한 겁니다. 매장 자체도 후원받아서 개설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름다운가게'는 모든 것이 기부, 기증으로 운영됩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도 1천만 점의 기증이 시민의 힘으로 모아졌고, 올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물품들이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 가지 물품들이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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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에 가면 기부내역이 투명하게 나와 있나요?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기부내역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가시면 아시겠지만 아름다운가게는 전국에 여러 군데 있습니다. 각각의 위치와 전화번호 정보가 있고 전반적인 활동에 대한 자료도 많이 있습니다. 언제 한번 시간 나시면 홈페이지에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웃음)"

- 이 일을 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셨는지
"물건 팔리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보람이에요. 물건을 기부하는 것도 봉사, 사주는 것도 봉사, 일하는 것도 봉사라고 봅니다. 이런 좋은 일을 시간 내서 취재하시는 기자님들도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말씀 드린 내용을 가게 내에서는 '기부천사', '구매천사', '활동천사' 이렇게 3대 천사로 부르곤 합니다. 우리 스스로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일한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된 물품들을 자원봉사자들이 판매해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된 물품들을 자원봉사자들이 판매해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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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기증보따리'라는 포스터가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연말에만, 즉 주로 12월에 집중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1월에도 끼니 걱정을 하셔야 하는데, 정작 1월에는 도움의 손길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아름다운가게'는 매년 구정 전 주 일요일에 '아름다운기증보따리' 행사를 10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홀몸어르신을 위한 시민참여 기증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이라는 표현보다 '홀몸어르신'이란 표현을 쓰니까 더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해서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매일 나와서 이렇게 봉사하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만약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봉사를 한다고 하면 체력적으로 지쳐서 작심삼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고 봐요. 그래서 저를 포함 여기서 봉사하시는 분들은 일주일에 4시간 정도 일을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원하는 요일에 4시간을 하게 되면 부담이 없어서 봉사 하려는 사람도 오히려 늘게 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퇴직하신 분들이 매일 집에서만 놀다보면 무료할 수도 있어요.(웃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뜻 깊은 봉사활동에 참여하셔서 활력도 얻고 환희도 생기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또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봉사에 참여해 우리나라가 좋은 사회로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다양한 사회공헌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
 다양한 사회공헌사업 활동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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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여자 봉사자에게 말을 건넸다.

- 소개 부탁해요.
"저는 한국외대 스페인어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륜현이라고 합니다."

개점 준비로 바쁘지만 잠시 인터뷰에 응해 준 김륜현씨(21)
 개점 준비로 바쁘지만 잠시 인터뷰에 응해 준 김륜현씨(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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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이면 바쁠 시기인데 어떻게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대학생으로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보다 의미 있는 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아름다운가게'라는 좋은 곳을 발견하게 돼서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공강이 있을 경우에는 시간을 낭비하기 쉬운데 그 시간에 이렇게 와서 일을 하게 되면 크게 부담도 안 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니까 기분도 좋아요.(웃음)"

- 주로 하는 일은?
"저는 주로 계산을 해 드리거나 매니저님을 도와서 물품들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일일지는 몰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보람도 느끼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행복할 때는 가게를 찾아주신 분이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가슴에 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에요. 그럴 때마다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은 어떤 할머니 분이 가게에 오셨는데 계속 물건을 고르시는 거에요. 근데 처음에는 마음에 드시는 게 없는지 물건들을 휘저으시기만 하시면서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어 봤어요. '할머니, 어떤 거 찾으세요?' 저는 할머니의 대답을 듣고 결국 원하는 것을 찾아드렸습니다. 그리곤 고맙다며 제 어깨를 툭툭 쳐주시던 할머니의 만족하신 표정을 보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 같은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느 친구들과 다름없이 저도 아직 미래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아서 불안하기도 한지만, 그냥 이 한마디 하고 싶어요. 카르페디엠('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크게 욕심 부리지 않고 본분에 충실하면서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살면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개점 준비로 바쁜 천사들을 더 이상 방해할 수 없어 짧게 인터뷰를 마쳤다. 소비행위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 시대에 '나눔'과 '순환'이라는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 또 그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날씨는 쌀쌀해져가고 있지만 마음만은 훈훈해지는 어느 한 가을 아침의 풍경이었다.

덧붙이는 글 | 와이즈뉴스(http://www.whys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름다운 가게, #나눔 , #순환, #활동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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