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여왕> 여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김민정

▲ 영화 <밤의 여왕> 여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김민정 ⓒ (주)영화사 아이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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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천정명 분)는 어리바리하고 소심한 남자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한 끼 식사에도 악착같이 할인 쿠폰을 챙겨야 하는 짠돌이에 연애에는 숙맥이라 소개팅에서 퇴짜 맞기 일쑤다. 그랬던 그가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그녀, 희주(김민정 분)에게 첫 눈에 반한다. 그 뒤로 영수는 매일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가 구애한다. 기이하게도 의도치 않은 영수의 행동에 희주가 마음을 열고 둘은 결혼에 성공한다.

3년 후, 우연히 참석한 영수의 부부 동반 동문회에서 희주는 김치 냉장고를 타기 위해 장기자랑에서 섹시 댄스를 선보인다. 희주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영수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영수는 희주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부부사이의 의심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 밤 안방극장에서도 흔하게 써먹는 레퍼토리다. 자고로 의심이란 것을 소재로 사용하려면 KBS2 드라마 <사랑과 전쟁2>처럼 파격을 넘어 막장에 다다른 내용으로 관객의 흥미를 돋우거나, 영화 <화차>의 미스터리한 부인 김민희처럼 냅다 사라져 관객의 예상을 수도 없이 빗나가는 '과거담'을 만들었어야 했다.

알고 보니, 별 게 아닌 '밤의 여왕'의 과거

하지만 영화 <밤의 여왕>은 제목에서부터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를 얼기설기 전개하며 웬만하면 먹히는 '의심'이란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극 전개 속도가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할 부분에서는 더디고, 감정의 결을 겹겹이 쌓아야 하는 부분에서는 서둘러, 결국 두 주인공의 이별에 이렇다 할 감정 이입과 개연성을 만들지 못한다.

2013년을 살고 있는 인물이 10년 전쯤인 2002~2003년을 추억하는 '복고코드'는 등장인물과 같은 세대를 산 관객들에게 소소한 공감을 일으킨다. 2002월드컵, '붉은악마' 티셔츠, 섹시 아이콘이었던 이효리의 '10MINUTES(텐미닛)' 등은 과거를 가장 간단히 고증할 수 있는 탁월한 소재다.

그런데 고작 10년 전의 추억을 내세워 현재와 단절된 시공간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희주를 진정 '밤의 여왕'으로 묘사하고자 했다면 방황이 '생필품'처럼 여겨질 수 있는 더 어린 시절로 회귀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희주와 그의 날라리 친구들은 10년 전 추억을 마치 오래된 전설처럼 미화한다. 그러면서 당시의 자신들을 철부지라 규정짓고, 지금의 자신들은 어엿한 어른이 된 것처럼 자평한다. 마치 '일진놀이'하던 고등학교 친구들이 대학에만 들어가면 멀쩡한 대학생 흉내를 내며 과거를 싹 지우는 '셀프 흑역사 삭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이 어떤 계기와 과정으로 변화하게 됐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결국 그들만의 전설은 '그땐 그랬지' 정도의 토막 이야기로 남는다.

 <밤의 여왕>에 카메오로 출연한 박진영(왼쪽)과 희주의 남편 영수 역의 천정명.

<밤의 여왕>에 카메오로 출연한 박진영(왼쪽)과 희주의 남편 영수 역의 천정명. ⓒ (주) 영화사 아이비젼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를 복잡하게 묘사하는 잔재주를 부렸지만 결국 달콤한 로맨스도, 배꼽 빠지는 코미디도 만들지 못했다. 특히 코미디를 운용하는 부분에서는 '성의 부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방식이 썩 달갑지 않다. 우스운 행동, 과장된 대사가 이 영화가 코미디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코미디는 즉흥적으로 쓰인다. 서사 안에서 세심하게 만들어낸 코미디는 찾아 볼 수 없다. 가장 웃긴 장면들을 만들어 내는 인물은 주조연이 아닌 카메오 박진영, 김정태다.

다행히 <밤의 여왕>이 간간이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주연을 맡은 두 배우의 연기 덕분이다. 영화 안에서 천정명과 김민정은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실제 연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둘의 모습은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고, 특히 김민정은 청순, 섹시, 귀여움 등 모든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표현한다. '밤의 여왕'이란 제목이 김민정을 위한 '헌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매력은 십분 묻어났다.

<밤의 여왕>은 사랑스러운 여배우를 '과용'해 결국 '과욕'을 부린 작품으로 보인다. 판타지, 복고,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차용해 단조로운 로코물을 변주하려 애썼지만 정작 중요한 여왕의 과거가 놀랍지 않고, 결말이 어떠한 메시지 전달 없이 급자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서 영화는 배우의 매력에 지탱해가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영화보다 김민정의 섹시 댄스가 더 눈길을 끄는 배보다 배꼽이 커버린 영화 <밤의 여왕>. 프로 배우가 서툰 연출과 시나리오에 묻혀 내내 아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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