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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남산의 조형물.
 '남산'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남산의 조형물.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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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만 남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전라남도 화순에도 있다. 서울 남산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관광지로 꼽힌다. 화순의 남산은 서울의 남산처럼 되기 위해 변화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남산과 함께 화순읍 5일시장도 변하고 있다. 중심에는 성안마을이 있다.

화순읍 삼천리 '성안마을'은 '성(城)'의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성은 2005년 시굴조사를 통해 성벽의 흔적을 찾아냈고,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됐다.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토성의 흔적이 발견된 곳 주변에는 '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졌다.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토성의 흔적이 발견된 곳 주변에는 '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졌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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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화산·꽃등 그리고 남산

화순읍 중앙에 위치한 남산은 예전에는 꽃이 많이 피어 '꽃등' 또는 '화산(花山)이라고도 불렸다. 달래도 많았는지 1872년(고종 9년)에 제작된 '전라도지도' 화순현 지도에는 산산(蒜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터널처럼 우거진 나무사이를 지나 남산에 오르면 족히 수백 년은 되어 보이는 벚나무와 단풍나무, 삼나무 등이 우거진 아름드리 숲이 반긴다. 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정자에 앉으면 울창한 숲의 향기가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화순출신 진각국사 혜심의 유적비, 남산에 있다.
 화순출신 진각국사 혜심의 유적비, 남산에 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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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의 숨결

남산 곳곳에는 화순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고려시대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 진각국사 혜심의 유적비, 역대 현감들의 공적비, 일제강점기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명인 양한묵 선생 추모비, 한국전쟁 등에서 희생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충혼탑과 봉안당, 천주교 화순성당, 모두 화순군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화순의 역사고 발자취다.

남산 정상에 위치한 화순군민회관은 화순군의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다. 한때는 백년가약을 맺는 선남선녀들이 넘쳐났던 곳이다. 남산 주변 10개 샘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십정원두비도 있다. 남산을 중심으로 300m안에 자리한 10개 샘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비석이다.

자치샘, 땀내기샘, 통샘, 청년회샘, 방죽밑에샘, 달샘, 찬샘, 숲샘, 대밭샘, 성내샘(성안샘) 등 10개의 샘 이름은 2007년 화순지역 초등학생들이 '주민과 함께 만드는 우리마을 프로젝트 성안마을 택리지'를 진행하면서 물어물어 찾아냈다.

성안마을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주던 나무 주변은 '행복마당'으로 만들어졌다.
 성안마을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주던 나무 주변은 '행복마당'으로 만들어졌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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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변화... 마을미술프로젝트

우리마을 프로젝트는 성안마을 미술프로젝트의 단초가 됐다. 성안마을에서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마을에 생명을 불어넣으면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성안마을 중앙의 폐가가 허물어지고 연잎 조형물과 알록달록 기린과 악어, 아기공룡이 그려진 그네 등의 탈것이 있는 어린이놀이터가 만들어졌다.

토끼와 새, 작은 연못이 있는 동물원도 들어섰다. 농촌에서는 갈수록 찾아보기 힘든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그리워하는 주민들의 마음이다.

동물원 가는 길 회색 담벼락에는 토끼와 자라, 돼지, 고양이, 코끼리, 달팽이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테마로 그려졌다. 대장간에 간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 속 캐릭터들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소독차 뒤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다.

마을 어르신들의 자식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 담긴 '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식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이 담긴 시 속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함께 삶의 지혜가 녹아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타일모자이크로 만들어져 햇빛이 비추는 방향에 따라 색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화순읍5일시장과 우시장

성안마을 인근에 위치한 화순읍5일시장도 화사한 옷을 입었다. 장이 열리는 날이면 새벽부터 가축거래가 이뤄졌던 우시장은 주민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른 아침이면 소를 비롯해 염소며 강아지, 고양이, 토끼, 닭, 오리 등 가축을 사고팔려는 이들로 분주했다.

우시장 주변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만병통치'를 자랑하는 약장수가 있었고 돈내기 윷판이 벌어졌다. 걸쭉한 입답과 다양한 재주를 밑천삼아 온갖 물건을 판매하는 뜨내기 만물상이 주로 자리 잡았던 곳도 우시장 주변이었다.

우시장 가는 길목 담벼락에 그려진 익살스러운 표정의 소들은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한, 5일시장에서 가장 시끌벅적 분주했고 가장 많은 돈이 오갔던 우시장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일깨워 준다.

철골구조의 2층주차장에는 시골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무명한복을 입은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물건을 머리에 이고 꼬까옷을 입은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 아이들 등에 업고 물건을 파는 어머니, 물건 실은 지게를 진 보부상, 경쾌한 가위소리를 내며 엿을 파는 엿장수의 모습이 정겹다.

남산에 놓은 버섯 모양의 조형물이다. 버섯 아래 의자에 앉으면 마음이 포근하다.
 남산에 놓은 버섯 모양의 조형물이다. 버섯 아래 의자에 앉으면 마음이 포근하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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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조형물로 예술을 입다

남산에 올라 다양한 주제의 조형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그 옛날 남산에서 뛰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山' 모양의 작품, 토성 자리에는 '門' 자를 형상화한 작품 등 주제도 다양하다.

남산이 10개 샘의 발원지임을 알리는 수도꼭지 모양의 작품도 있다. 수도꼭지에서 우물위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사다리가 설치된 해바라기 조형물 위에 오르면 남산이 한눈에 보인다. 커다란 버섯 조형물 아래 의자에서의 쉼은 힐링이다.

5일시장 옆 방죽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화순읍사무소 건물에는 방죽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물고기 그림이 눈길을 끈다. 화순읍자치센터 건물에는 구름 속 시장의 모습이 그려져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편 남산 일원에서는 오는 30일부터 11월 10일까지 '도심속 국화향연'이 펼쳐진다. 주전시관인 화순군민회관에 분재국, 다륜대작, 입국 등 1만2500여점을 비롯해 남산공원 주변에 국화 조형작품 등 14만4300여점이 전시된다.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 먹을거리도 준비돼 있다.

역대 현감들의 공덕비. 남산에 있다.
 역대 현감들의 공덕비. 남산에 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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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마을 곳곳에는 다양한 주제의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성안마을 곳곳에는 다양한 주제의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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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이 된 문 위로 꽃이 피고 원앙과 물고기가 뛰논다.
 화분이 된 문 위로 꽃이 피고 원앙과 물고기가 뛰논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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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마을 어린이놀이터, 마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길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다.
 성안마을 어린이놀이터, 마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길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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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마을에 있던 10개의 샘중 하나다.
 성안마을에 있던 10개의 샘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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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일보와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성안마을,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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