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무려 세 명의 포수를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정규시즌 당시 삼성의 안방을 분담해서 책임졌던 진갑용과 이지영 외에도 11경기 출장에 그쳤던 이정식까지 한국시리즈 엔트리 27명 안에 합류시킨 것이다.

류중일 감독이 이정식을 엔트리에 포함시킨 이유는 간단했다. 실질적인 에이스 윤성환을 위해서였다.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앞서, 선발 투수별로 전담 포수를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밴덴헐크와 장원삼은 진갑용, 배영수는 이지영과 호흡을 맞추고, 윤성환은 절친인 이정식과 배터리를 이루도록 투수별 맞춤 포수를 세팅한 것이다.

실제로 이정식은 윤성환의 정규시즌 마지막 세 차례 등판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3전 전승을 합작했다. 특히 지난 9월 17일 열린 두산전에서는 윤성환의 6⅔이닝 2실점 호투를 이끌며 윤성환을 두산전 3연패에서 탈출시킨 바 있다. 두 선수의 호흡을 눈여겨 본 류중일 감독이 이정식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시킨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윤성환이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 내정되면서, 자연스레 이정식 역시 1차전 선발 포수로 나서게 됐다. 2004년 데뷔 이후 통산 340경기 출장에 그쳤고 이번 시즌에도 겨우 11경기 출장에 그친 이정식에게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이 주어진 것이다.

윤성환과 이정식 배터리는 1회를 깔끔하게 넘겼다. 이종욱과 정수빈, 김현수로 이어지는 부담스러운 좌타 3인방을 공 11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2회초 수비에서 삼성 선발 배터리는 무너지고 말았다. 두산 타선은 완벽한 노림수를 통해 2회에만 4안타 1볼넷으로 3점을 뽑아내며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삼성 선발 배터리의 시련은 계속됐다. 삼성이 1-3으로 리드 당하던 5회, 두산은 연속 4안타(1홈런)를 집중시키며 윤성환을 4⅓이닝 만에 강판 시켰다. 정규시즌 막판 윤성환과 이정식이 보였던 환상적인 호흡은 결국 이날 경기에서 재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삼성은 1차전에서 두산에 2-7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윤성환과 이정식은 분명 정규시즌 막판 좋은 호흡을 보였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굳이 이정식을 선발로 기용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두 선수의 호흡 여부를 떠나,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산의 노장 손시헌이 이날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포스트시즌 출장 경험이 4경기에 불과했던 이정식의 투수 리드는 두산 타선의 노림수에 완벽히 간파 당했고, 윤성환을 위해 엔트리 한 자리를 이정식으로 채운 삼성은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정식 선발 카드 실패로 인해 삼성의 3년 연속 통합 우승 목표에는 먹구름이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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