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민기자 취재뒷얘기 시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고 느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시민기자 여러분의 자발적 참여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바다를 좋아하는 난 가끔 삶이 힘들땐 주저없이 바다로 나간다.
 바다를 좋아하는 난 가끔 삶이 힘들땐 주저없이 바다로 나간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최근 <오마이뉴스> 본사 박아무개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박 기자는 특유의 털털한 말투로 말했다.

"심 기자님, 취재하면서 겪은 일 많죠? 그 이야기 좀 한 번 풀어보시죠?!"
"넹~알겠습니다."

그의 부담없는(?) 목소리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해버렸다. 그동안 겪은 일들을 곰곰 생각해 봤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지 어느덧 4년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정식 기사로 채택된 기사는 409꼭지다. 1000꼭지가 목표인데, 이제 막 40%를 넘었다. 돌이켜보면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아, 시민기자..."하는 무시... "기자는 글로 말한다"

때론 '시민기자'라고 무시도 당했다. 결국 기자는 기자증보다 글로 말해야 한다. 글을 쓰려면 두 발로 뛰어야 한다. 그동안 맘고생도 했지만, 보람이 더 크다. 고백하건대, 내 글은 참 허접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국문학 전공자도 아니다. '스펙'만 따지면 꽝이다. 그래도 글을 써서 작은 것이라도 바꿔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처음엔 '정식 기사'로 채택되는 것 자체가 퍽 어려웠다. 생나무로 남은 기사도 참 많다. 기사로 채택되지 못한 '검토완료'된 글은 꼭 '생나무 클리닉'에 의뢰해 그 원인을 찾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글 쓸 때는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독자가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압축하고 쉽게 써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이후 어느 시점부터, 내 글이 많이 달라졌다. 더러 지인들에게 격려도 받았다. 물론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요즘 말로 조금 '감'이 오는 듯하다.

난 올해 꿈을 이뤘다. <오마이뉴스>에서 상을 타는 게 소원이었는데, 두 차례나 받았다. 내 자신의 축복이자 가문의 영광이다.

지난 10일 붕괴위험을 보도한 기사가 나간지 하루 만에 여수시가 50억 원을 들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붕괴위험을 보도한 기사가 나간지 하루 만에 여수시가 50억 원을 들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서론이 너무 길었다. 먼저 최근 여수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다룬 기사가 생각난다.

지난 10일 붕괴 직전 장애인 복지관, 또다시 진단한다고?라는 기사를 썼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사가 나간 지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여수시가 발 빠르게 보도자료를 냈다. 50억 원을 들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전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획기적인 변화였다.

여수에는 많은 장애인이 거주한다. 약 1만8000명인데, 전남에서 가장 큰 규모다. 여수시는 그동안 기존의 장애인종합복지관을 리모델링해 위탁 운영해 왔다. 여수시는 자금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타이밍이 잘 맞은 점도 있지만, 전임 시장 때부터 미적거리던 장애인복지관 문제 해결에 기사로 힘을 보탰기에 뿌듯하다. 

해당 보도가 나간 후 인터뷰에 응한 장애인복지관 담당자는 가슴앓이를 했다. 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는 "기사를 내려줄 수 없느냐"고 부탁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보낸 카카오톡 문자 내용은 이렇다.

"기자님, 저는 잠 못 이루고 기다립니다. 저의 설명이 부족한 탓인데, 시 담당자 탓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냥 저만 마음고생 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 장애인들을 위한 거라면요. 제가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의 부탁대로 할 수는 없었다. 제보자와 다른 취재원에 대한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문자를 보낸 직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장애인들의 권리 확장에 도움을 줬기에 보람이 크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여수박람회장 문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관련 일도 잊히지 않는다. 박람회재단은 행사가 끝난 뒤, 박람회 성공적 개최에 일조한 청소부와 경비원들을 내쫓았다. 관련 내용을 제보 받고 취재를 나갔더니, 경비와 청소 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연이 쏟아졌다. 관련 내용을 보도해도, 박람회재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장되지 않았다.

난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람회장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박람회장 해변에 비치된 수십 개의 구명부환에 여수 사람들이 일명 '꿀쩍'이라 부르는 날카로운 패류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구명부환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데 쓰인다. 날카로운 패류가 붙은 구명부환은 구조가 필요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박람회장 시설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

하지만 박람회 관계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후 '보도 후' 성격의 두 번째 기사를 썼다. 당시 취재 때 담당자는 짜증과 반말 섞인 어투로 인터뷰하는 담대함(?)도 보였다. 두 번째 기사 이후에야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꿀쩍'만 제거한 형식적인 조치였다. 다시 세 번째 기사를 썼다. 그제서야 문제가 된 구명부환이 교체되는 등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졌다. (관련 기사 - 사람 잡는 구명부환, 결국 조치...상시 관리해야)

작년 산바 태풍으로 빅오(BIG-O)해상분수대는 해일피해로 300억여 원의 피해를 봤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은 만조시 태풍이 닥치면 또다시 해일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 그림자가 반사되어 바닷속에 잠긴 빅오의 모습 작년 산바 태풍으로 빅오(BIG-O)해상분수대는 해일피해로 300억여 원의 피해를 봤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은 만조시 태풍이 닥치면 또다시 해일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이뿐이 아니다. 여수박람회장은 작년 태풍에 의한 해일로 약 300억 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박람회가 끝난 지 한 달 보름 만에 시설물이 고스란히 물에 잠겼다. 이후 6개월간의 공사 끝에 재개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나는 박람회 시설물의 근본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 작년 300억 피해본 여수박람회장, 올해는 괜찮을까를 썼다. 재단 측의 비협조로 취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박람회장의 명물 '빅오' 해상분수시설은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 침수 피해를 입은 곳은 타원형의 빅오 '프로젝트실'과 해상분수시설인 '플로팅 플랫폼' 그리고 '에어컴퓨레서 룸'이었다. 작년 태풍 '산바'는 과거 '매미' 때보다 위력이 크지 않았지만, 만조 때 해일이 겹쳐 박람회 시설물은 큰 피해를 입었다. 대안을 마련하겠다던 재단 측은 아직 근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람회장의 여러 시설은 만조 때 태풍이 오면 십중팔구 침수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구고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박람회장 시설물을 보완해야 한다.

산업단지 대형사고...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이 원인

올해 여수산업단지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다. 대림산업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인데, 당시 취재는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당시 사고로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재(人災)였다.

여수산단에서의 사고는 보통 공장 정비기간 중에 일어난다. 일명 '셧다운(Shut down)'이라는 정비보수기간인데, 대개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려다 사고가 난다. 셧다운 기간 단축은 값비싼 석유화학 제품의 조기생산 등 기업의 이윤과 직결된다. 결국 공기 단축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수산단에서 일어나는 대형사고 는 공장 정비기간 중에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셧다운(Shut down)'기간중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공기단축이 그 원인이다.
 여수산단에서 일어나는 대형사고 는 공장 정비기간 중에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셧다운(Shut down)'기간중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공기단축이 그 원인이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연 100조 원 매출을 자랑하는 여수산단이 생긴 지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한심하게도 여수에는 아직 '산재전문병원'이나 '화상전문병원'이 없다. 화상을 당하면 광주나 서울로 달려가야 한다. 화상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 유가족들은 "여수에 화상전문병원 하나만 있었어도 우리 아들, 남편이 고통을 덜 받았을 텐데..."하며 가슴을 치곤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늘 화상전문병원 건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언제나 흐지부지 끝났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진정 여수산업단지 노동자를 위한다면 화상전문병원 하나 쯤은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제와 의미를 담아 쓴 기사 "이놈의 여수는 초상만 치르는 장례식장이냐?"는 내게 의미가 크다.

가슴 아픈 일도 생각난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기사를 쓰면서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는 모양이다. 작년 교사 세 명 해직으로 촉발된 여수보육원 사태를 기사로 다룬 적이 있다. 올 3월 여수보육원 측은 내게 1억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수보육원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 "50년 넘은 보육원에서 운영미숙은 좀..."을 썼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육원 측은 언론사, 기자, 시의원, 도의원, 해직교사, 시민단체대표 등을 무차별 고소해 놓은 상태다. 상당수는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지만, 보육원 측이 항소해 아직도 소송이 진행중이다. 내 바람은 딱 한 가지, 여수보육원이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갈수록 글의 힘을 느낀다. 또 글을 통해 느끼는 즐거움도 크다. 정말 필요할 때 누군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날을 위해 글을 다듬고 다듬으리라.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성경 말씀을 위로 삼으며 오늘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태그:#취재뒷담화, #시민기자, #여수장애인복지관, #여수박람회장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