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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더 낳아"
흔히 게시판 댓글에서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단어의 사용이다.

낳다 : 1. 배 속의 아이, 새끼, 알을 몸 밖으로 내놓다 2.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다
낫다 : 1. 보다 더 좋거나 앞서 있다 2.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
                                                                                       -표준국어대사전
'그것보다 더 좋다'는 의미로 말하려면 "그게 더 낫다, 나아"라고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훈민정음 언해본
 훈민정음 언해본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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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은 한글날, 23년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되었다. 지난 1991년 쉬는 날이 많으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으나, 계속되는 한글 파괴현상으로 인해 한글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자 하는 움직임이 계속 되어 왔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 올해 다시 공휴일이 된 것이다.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은 우리말 파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잘못된 문법과 외래어의 남용으로 더욱 심각해져만 가고 있는 한글 파괴현상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0월 8일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예비공무원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유두선 교수를 만났다.

- 소개 부탁 드려요.
"처음 경신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이후에 수능학원 20년, 이제는 공무원학원 10년차 강사 유두선입니다. 예전에는 학원을 운영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강의만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 윤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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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건 알아도 한글이 몇 자로 돼 있는지 몰라

- 선생님은 정통 문법을 연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문법 파괴현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 한글 파괴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훈민정음을 누가 만들었느냐'라고 물으면 누구나 '세종대왕'이라는 것을 알아요. 또 그분이 만원 짜리에 나와 있는 사실까지는 알지만, '세종이 만드신 글자는 몇 자야?'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해요.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이 바로 이렇게 한글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현재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친구들 대부분이 대학까지 나온 우수한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세종이 만드신 글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심각하죠. 한국사교육 문제도 심각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입니다.

영어를 하려면 먼저 옛날 영어 격인 라틴어를 알아야 하는 법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전글자를 읽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ㆍ(아래아) 자를 못 읽는 경우처럼요.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비단 전공자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고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비단 전공자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고
ⓒ 윤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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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옛날 문헌은 점점 사장되어 갈 것입니다. 전공자만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옛글자를 알고, 읽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글자가 제일 우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우수하니?'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또 '자음,모음을 만든 원리는 무엇이냐?' 이렇게 들어가기 시작하면 더 대답하기 힘들어지겠죠.

우리 스스로가 한글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뛰어난 우리나라 글자를 전세계에 파급시킬 수 있을 지가 의문입니다. 더구나 지나친 한자어의 사용과 서양 외래어들의 급격한 유입 등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한글의 우수성을 알아야 전세계로 알릴 수 있어

- 공공기관의 공문서에서부터 문법이 틀리는 경우도 있는데, 예비공무원을 가르치시는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지?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부터가 한글이 좋다는 것, 우수하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글을 지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한글이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겠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이해시켜 주고 그것을 지켜나갈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글자처럼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글자는 없다'라고 끊임없이 알려주고 있죠.

얼마 전 티비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나와 한글을 보고 '이상한 기호 같아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한국의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까 우리말도 배우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외국인에게 먼저 한글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적이 있는가'라는 아쉬움이 남았죠. 외국인들이 한글 백일장을 하는 것을 보며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백일장을 하기 전에 '우리나라 글자가 이렇게 우수해요'라고 어떤 설명이나 가르쳐 주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그저 '이상한 기호 같아요'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것에 대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되어 있다는 말이죠.

외국인에게 한글의 우수성과 재미를 알려준다면 좀 더 한국 문화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외국인에게 한글의 우수성과 재미를 알려준다면 좀 더 한국 문화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 윤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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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자판 같은 경우에도 '천지인 자판', 얼마나 우수해요? 굉장히 빠르게 정보전달이 가능하잖아요? 젊은 친구가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젊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몰라요. 중국·미국 같은 경우에 문자 할 때 얼마나 힘들어요? 제 생각에는 중국어 발음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으니까 중국에 우리 자판을 수출하게 된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될 겁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중국인들을 설득해야만 하는데, 우리말로 한자를 불러오는 방법의 편리함을 알려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이런 꿈이 있습니다. 이뤄내 보고 싶고 꼭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에 우리나라 자판을 옮겨버린다면 그들을 선도하는 것은 수월해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언어가 민족을 지배를 하게 때문이죠. 이런 생각들을 우리 젊은이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공무원들이 나서서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무원시험강의를 하면서 계속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중입니다. '한글이 정말 우수하지 않니? 재미있지 않니? 멋있지 않니?'라고요.

세종대왕이 밤을 새가며, 눈병이 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한글인데 '우리는 그것을 천시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을 하던 사람들이 천시할 때도 그렇지만 지금에 조차도 우리의 소중한 한글을 천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을 누가 할 수 있느냐, 바로 젊은이들이 해나가야 합니다.

저는 저대로 한번 대통령 앞에서 우리말의 제자 원리, 자음·모음의 원리에 대해서 방송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움직이면 뭔가 변화가 생겨나지 않을까요? 한 30분 정도 해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요. 예전에 한번은 우리나라 글자의 제자원리를 유튜브에 올리려고 했었습니다. 제자원리를 알려주면서 K-pop은 이렇게 이해하자라는 취지로 계획을 했었죠. 그런데 영어선생님들이 못 따라오더라고요. (웃음) 영어로 번역해서 나가야 하는데, 영어는 철학적인 부분이 약하다 보니 한계가 있더군요."

- K-pop을 보면 영어도 많이 들어가 있고 또 파괴된 우리말이 많이 들어가 있어, 듣다 보면 어느 나라 말인지 헛갈릴 때도 있는데요.
"그런 문제가 많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면은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준 것이죠. 부정적인 것도 많지만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콜롬비아 등의 먼 타지에서 아이들이 우리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때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J-pop, 일본 문화에 빠져서 일본말을 배웠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K-pop의 공헌도는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래어보다 예쁜 우리말로

- 이렇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네요. 그리고 한글 파괴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구요.
"우리 고유어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죠. 한글 파괴현상은 의미개념 단어를 남용하기 때문에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자라는 뜻 글자에 젖어 들다 보니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개발했어야 했는데, 단순 편하다는 이유로 한자라는 뜻 글자를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프랑스 같은 나라는 외국어가 하나 들어오려면 심의를 거쳐서 들어오게 되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한자를 먼저 받아들여 버리는, 특히나 개화기 당시에 새로운 문명이 들어오게 되면서 거의 모든 게 한자어로 써버리게 된 것이 원인입니다. 또한 일본식 어법이 많이 들어와서 오염이 가중되었고 외국어가 들어오면 외국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핸드폰'을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들은 안 한다는 것이죠. 우리말로 바꾸면 '에이,, 웃겨' 이런 식으로 반응해 버리니까 더 큰 문제입니다.

- 국립국어원에서 하고 있는 우리말다듬기 같은 경우 정말 좋은 시도라고 보는데요, 가령 '홈페이지' 같은 경우에 '누리집'이란 예쁜 표현으로 다듬었는데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좋은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모임의 이름을 우리말로 하려고 하는 일부 젊은이들도 많아 기분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예전에 한글 티셔츠을 만들어서 명동에서 뿌린 적이 있어요.

사실 한글 파괴는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문법파괴에서부터 나오고 있는데, 문법 파괴의 경우에 영어는 완료시제, 사동·피동형 표현이 많은데 그걸 그대로 번역하다 보니까 이상한 말들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무원시험의 경우에 그런 부분들을 '어법에 맞지 않은 표현'이라고 해서 시험에 많이 내고 있어 학생들이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어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공공부분부터 모범이 돼야

- 저희 기자들도 간혹 어법이 틀리고 해서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반성하게 되고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방송국 아나운서실에서들에서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말을 개척하고 우리말 어법을 만들고 또 그들 모임을 통해 그것을 알리고 책을 출판하기도 하면서 우리말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죠. 하지만 아직 대중화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봐요. 대통령이 한마디 해주면 힘이 실리고 좋을 텐데요." (웃음)

- 관공서뿐만 아니라 많은 서비스 업종에서 보게 되는데, 사물 높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되시겠어요'라며 사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돈, 물질을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요.
"자기 딴에는 굉장히 높임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높임말이 아니라 군더더기 표현, 쓸데 없는 표현입니다. 병원에 가도 '누우실게요, 앉으실게요, 이리 오실게요'라는 말들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어법에 맞지 않습니다. '누우십시오, 앉으십시오, 이리 오십시오' 이렇게 간호사분들을 가르쳐 주고 오곤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면 간호사분들이 의식적으로 고쳐서 말하는 것이 보이죠.이것이 시험에도 출제가 되었습니다. '누우실게요'라는 잘못된 표현이 예시문에 나온 것이죠. 누우시기 바랍니다'라는 표현은 있어도 '누우실게요'라는 어법은 없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한번 내주면 응시생들에게 전파가 되고 이렇게 쓰면 안되겠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올바른 표현으로 고쳐주는 것은 나의 사명'

- '~하실게요' 표현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데, 어린 친구들에게 이것이 올바른 표현으로 인식 될까봐 우려도 됩니다. ('~할게요'나 '~하겠습니다'로 쓰는 것이 옳다. 때에 따라서는 '~하세요'로 쓰일 수도 있다. 예: "자, 이리 오실게요."가 아니라 "자, 이리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카톡으로 질문을 받는데 별 친구들이 다 있어요. 간혹 '선생님 화팅!', 사실 외래어표기법상 '화이팅'이 아니라 '파이팅'인데 저는 파이팅도 쓰지 말라고 합니다. '싸우려면 너 혼자 싸워라, 왜 나하고 같이 싸우냐'고 말해 주죠 (웃음) 이런 외래어 보다는 '힘냅시다, 힘낼게요 선생님'으로 쓰라고 항상 고쳐주고 지적을 해주고 합니다. 좋은 말들로 얼마든지 쓸 수 있는데 말이죠.

또 줄임말 표현들, 기호 등이 난무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또 하나하나 지적을 해주고 고쳐줍니다. 인터넷 방송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보면 쓸데 없는 잔소리꾼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저의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 예전에 한 번 쓰러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의 건강 상태는 어떠신지, 그리고 아프신 동안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힘차게 달려오다 보니 그랬었는데 그때가 제게는 휴식기이면서 전환기였어요. 그때 인터넷 방송을 맨 처음으로 만들게 되었죠. 일종의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다행스럽게도 몸은 좀 불편했지만 입은 정확히 발음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쉬면서 강의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글 티셔츠 운동도 그때 시작하게 되었고요."

하나의 문화로 한글 전파해야

- 한글 티셔츠 운동에 대해 설명을?
"매년 한글날 전후로 책을 판매하고 남은 이익금 1년치를 모아 두었다가 티셔츠를 제작해서 아이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어요. 티셔츠에 훈민정음 앞 구절을 새겨 넣었습니다.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한글 창제 의미와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고 그것이 씨앗이 되어 한글사랑 운동이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한글티셔츠을 입고 공연을 하는 모습을 전에 본적이 있는데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계속적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화가, 의상 디자이너 등의 예술가분들이 한글을 이용해 더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의 대부분의 잠옷에는 일본말이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말 문양을 넣어 수출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한자문양이 많이 보이고요. 우리나라도 이처럼 개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크리스마스 전후로 등 많이 달죠? 등을 다는데, 별 모양 대신에 'ㄱㄴㄷㄹ' 글자로 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걸 한번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하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가나다라','ㄱㄴㄷ'로 해서 세종대로를 따라 전부 장식을 하면, 외국인들이 "저거 뭐야, 어떻게 만든 거야?"라고 묻게 될 것이고 그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 글자야, 이렇게 해서 만들었어"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별보다는 상형화된 한글을 가지고 거리를 장식한다면 세종대왕도 빛나고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어 더욱 좋지 않겠나 하고 생각합니다.

또 단순히 글자만 전달하기 보다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의류 등의 다른 작품과 결합되어 하나의 문화로서 만들어가고 전체적으로 힘을 합쳐서 전달한다면 그 파급력은 극대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K-pop을 아직 접하지 못한 외국인들에게 한글의 조합 원리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알려주면 더 재미있게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 사회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돈을 학생들로부터 벌고 있잖아요. 그렇게 때문에 어느 정도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강 같은 것을 하게 되면 불우이웃돕기 강의를 해서, 그 수익금을 서울대학병원, 동작구청 등에 기탁합니다. 불우이웃돕기 특강이라고 하면 그 액수보다도, 강의를 듣는 친구들에게 '아, 불우이웃을 도와야 한다'라는 것을 한번 더 환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특히나 공무원이 될 친구들은 더욱 더 봉사,희생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특강은 주로 설,추석에 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설에는 고전작품 특강을 8시간 해서 수익금을 기탁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성을 다 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

- 하루에 8시간 강의하시고 하면 힘드실 것 같은데 체력관리는 어떻게?
"즐기면서 하면 힘들지 않습니다. 후배 강사들에게도 항상 '강의를 즐겨라'라고 말합니다. 내 자신이 즐겁다고 자기 암시를 계속하면 얼마든지 즐겁게 강의를 할 수 있습니다. '즐겁다, 즐겁다'라고 생각해야지 '괴롭다, 괴롭다'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봅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하면 8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죠. 선생이 강의하기 싫어하면 수강생들도 듣지를 못합니다. 즐기고 웃으면서 강의할 때 수강생들도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고 더불어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봐요.또 문학작품을 가지고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며 공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따로 체력관리는 필요 없어요." (웃음)

- 몇몇 강사들은 학생들을 위하기보다는 돈을 좇는 행태를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후배 강사들에게 항상 이야기합니다 '진짜 대강사가 되고 싶으면 10, 20, 30년 오랫동안 대강사가 되라'라고요. 저는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말할 자격이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덧붙여서 '학생들을 돈으로 보지 말아라'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을 돈으로 보지 않고 열심히 강의하면 돈은 따라서 들어오게 되는데, 그 돈은 '수고한 너에 대한 보상이지 그 어떤 목적으로 삼지 마라'라고도 이야기 해 줍니다. 학생들에게 정성을 다 하는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학생들을 돈으로 안 보고 열심히 하면 학생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 그런 강의에 대한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즐기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제가 열심히 가르쳐서 아이들이 알아가고 문제를 맞춘다는 것은 얼마나 통쾌한 일인지 모릅니다. 마치 백지상태의 친구들에게 제가 그들로 하여금 그림을 그려나가게 하는 것과 같아요. 정말 최고입니다. 그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돈보다는 단 한마디, '합격했어요 선생님' 그 한마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웃음)

"문제아는 없습니다. 문제선생, 문제부모가 있을 뿐이죠."

- 유난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지금은 수양딸처럼 지내는 친구가 있어요. 수능에서부터 논술 지도까지 해주었는데 정말 똑똑하고 착실하게 공부하던 친구였습니다. 열성적으로 공부하고 따르는 모습이 예뻐서 농담조로 그 어머니께 '얘 합격하면 내 딸로 달라'고 했었죠.(웃음) 지금까지도 일년에 한 두 번씩은 만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가정도 꾸리고 잘 살고 있죠. 제가 힘들 때면 여러모로 도와줍니다.

또 한 명은, 경신고에서 교사생활 하기 전에 온양의 아산고등학교에서 1년 있었는데 학교에서 최고 말썽쟁이가 있었어요. 제 반 학생이었는데 깡패 두목이었죠. 그 친구를 졸업 시켰다는 게 기억에 남네요. 그 녀석이 말썽을 부려 퇴학당할 처지에 놓였을 때, '얘를 퇴학시키면 나도 학교를 그만 두겠다, 대신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말하고 그 친구를 마침 다가온 예술제 총감독에 배정했죠. 그런 친구들은 사랑에 굶주리고 관심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영웅심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총감독을 시켜 놓았다니 저보다도 관리를 더 잘하는 거에요.(웃음) 요새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정말 잘하고 있어요. 한번은 찾아와서 아들 때문에 고생·고민이 많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러면 저는 말하죠, '자네는 더 했어' (웃음) 지금까지도 좋은 인연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이 친구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학업능력보다는 사회적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문제아동은 없습니다. 문제선생, 문제부모가 있을 뿐이죠. 아이들은 백지와 같아서 우리가 얼마만큼 색을 잘 입혀 주느냐에 따라 그 아이들은 발전 가능성은 더 다양하고 무궁무진해진다고 봅니다."

자신의 주변에서부터 올바른 한글, 우리말 표현으로 고쳐나가고 있는 유교수의 모습에서 한글에 대한 그의 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처럼 우리말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우리가 먼저 알아야 모처럼 찾아온 K-pop의 열풍을 한글 배우기 열풍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와이즈뉴스(http://www.whys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글,한글날, #유두선 교수, #천지인자판,이상봉 패션디자이너, #와이즈 인터뷰, #와이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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