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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와 함께 하룻 밤 농성에 참여했었습니다.
▲ 울산시 교육청 앞 시위 학비노조와 함께 하룻 밤 농성에 참여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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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이라고도 불리우는 직업 공무원. 그 중에도 경쟁율이 높기로 소문난 교육직 공무원. 참 대단한 일자리지요? 하지만 그 좋은 일자리라도 비정규직이라면, 일용직이라면 ,임시직이라면, 파견직이라면, 대체인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말단이라 하더라도 정규직이었다면 꿈의 직장이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수당과 복지혜택, 별도로 가입되고 있는 노후를 대비한 공무원만의 연금제도. 평생직장으로서 손색이 없을 테지요.

저는 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햇수로 3년이 되어 갑니다. 학교에서 일하지만 저에겐 교육공무원이라는 이름표가 아닌, 조무원 대체인력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정규직으로 불리는 교육공무원들은 방학중에도, 국가공휴일이나 명절 휴일에도 월급이 나옵니다. 저도 그동안 명절이나 국가공휴일 정도는 일당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살펴보니 일요일을 주차로 쳐주는 것 외엔 출근한 날만 계산되어 월급으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살펴보지 않은 근로계약서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 일용직 대체인력 채용 공고
 학교 일용직 대체인력 채용 공고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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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그냥 도장 찍고 살펴보지 않은 근로계약서를 다시 꺼내서 보았습니다. 2011년 4월초부터 다니다 2012년 3월 말께 갑자기 제가 일하던 자리에 정규직이 발령 났다면서 출근이 중단되었던 문제의 그 근로계약서를요. 거기엔 '기능직 조무원 대체인력 계약서'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학교장을 갑으로, 저를 을로 표기해 두었습니다.

그때는 격주 휴무제여서 토요일엔 오후 1시까지 일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근무형태는 일용직으로, 일당은 5만3160원 이었네요. 그리고 고용기간은 계약서 체결날로부터 기능직 공무원이 발령나기 전까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보니 단서 조항도 있었더군요. '단, 근로기간 중이라도 정규직원이 인사발령이 있을시는 발령일 전날까지를 근무일로 본다'.

일당은 한 달간 모아 두었다가 주는 것으로, 4대보험을 관계법령에 따라 공제하고 교육청에서 계좌로 월급으로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행정대체인력 근로계약서' 였습니다. 그래서 그랬었나 봅니다. 교육청은 1년도 되기 전에 정규직 공무원을 발령냈었습니다. 저는 자연히 계약해지 되었고, 3일 후면 1년이 지나고 퇴직금 1년치라도 받고 그만둘 수 있었는데 그때는 참 억울했었지요. 그래서 한 교육의원을 찾아가서 민원을 넣었었습니다.

그분은 친절하게 제 의견을 다 듣더니 알아보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저는 다시 다른 학교로 재취업 할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건도 똑같고, 대체인력 일용직 일자리도 같지만 다시 일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그분께 고마웠습니다.

3년전 일당이나 2013년 9월 일당이나 같습니다.
▲ 지난 2011년 학교 대체인력 근로계약서 3년전 일당이나 2013년 9월 일당이나 같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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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받은 월급과 지난 달 받은 월급명세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달라진 것도, 바뀐 것도 없었습니다. 일당이 똑같으니 그러려니 했었는데요. 어느달은 월급이 조금 많았다가 어느날은 더 적어졌다가 했습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몰랐었습니다. 주 5일로 쳐도 23일, 24일 일수가 나오고 주차 4개와 월차 1개 더하면 28일, 29일치 일당은 받아야 하고 그러면 매월 급여가 비슷해야 하는데도 차이가 많은 달은 몇 십 만 원씩 차이가 났었습니다.

2011년 7월 급여명세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출근일수 23일, 주차 4개, 월차는 제가 하루 휴가를 내서 없었습니다. 모두 27일 일수에 5만3160원 일당을 곱해 계산하여 총액이 143만5320원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국민연금으로 6만4580원, 건강보험 4만470원, 고용보험 7890원, 노인장기요양보험 2650원을 공제하고 난 나머지 131만9730원이 제 급여 통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다음엔 2013년 9월 급여명세서를 보았습니다. 출근일수 18일에 주차 5일, 월차 1일 해서 총 일수 24일로 계산되었고 일당 5만3160원을 곱한 금액 127만5840원을 보수총계로 하고 4대보험으로 국민연금 6만2320원, 건강보험 4만1480원, 노인장기요양보험 2710원, 고용보험 9150원을 공제 후 116만180원이 통장으로 지급됐습니다.

12년 8월 급여명세서 입니다.
▲ 급여명세서 공개 1 12년 8월 급여명세서 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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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9월 급여명세서 내역입니다.
▲ 13년 9월 급여명세서 공개 2 13년 9월 급여명세서 내역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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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1년 7월 달력을 찾아 보았습니다. 주 5일로 쳐서 21일이었고 격주 토요일이 2일이었습니다. 반나절 일해도 8시간 일당을 주었나 봅니다. 2013년 9월 달력을 보니 주 5일로 쳐서 21일이어야 했습니다. 토요일은 무급으로 처리하고 주차 5개, 월차 1개를 더하면 27일치를 일당으로 줘야 하는데, 24일로 월급계산이 되어 있었습니다. 행정실에 알아보니 추석 3일을 뺐다고 했습니다. 저는 일용직이라 일요일을 제외한 빨간날은 모두 무급처리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할게 되었던 것 입니다.

어이가 없었고 맥이 빠졌습니다. 휴일인 일요일을 주차로 계산해 주니, 당연히 국가에서 지정한 빨간날인 공휴일도 출근 일수에 넣어 주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외엔 모두 무급이라니 할 말을 잊게 만드네요.

대체인력이란 단어도 학교로 일다니면서 처음 접했습니다. '대체인력 근로계약서'라고 써 있길래 '근로계약서면 그냥 근로계약서지 왜 대체인력 근로계약서라 할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문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니 문구 하나라도 빠짐없이 있어야 하는가 보더군요. 제 생각엔 대체인력이라 함은, 정규직 직원 중에 누군가 몇 개월이나 1년 이상 갑자기 휴직했을 때 임시로 사용하는 노동자를 이르는것 같은데, 학교에서 사용하는 대체인력은 그런건 아닌 거 같았습니다. 교육청에서 정규직을 발령내지 않아서 학교장 직권으로 인력을 충원해 사용하는 거 같았습니다.

학교에서 낸 공고를 보면 지방공무원(정규직)의 '결원'이 발생하여 대체근무자를 뽑는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어디라도 다녀서 단 몇 푼이라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이것 저것 따질 겨를 없이 일부터 시작했었습니다. 몇 개월 출근하다보니 알게 된 사실은 전에 있던 정규직 노동자가 정년퇴직 하는 바람에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교육청에서 당장 발령낼 정규직이 없으니까 학교장 직권으로 대체인력을 뽑은 것이었습니다.

"주사님도 저랑 같은 처지네요. 저는 파견되어 일하고 있어요. 학교와 용역업체간 계약을 체결하고 업체가 저를 채용해 이 학교로 파견 보내는 것이지요. 저는 10개월 계약직이에요. 학교에서 퇴직금 발생 안 되게 하려고 그런다고 해요. 2개월은 방학이라 청소가 필요없으니 그런가봐요. 학교에서 업체에 제 월급으로 105만 원 준다고 들었어요. 4대보험 때고 저에게 주는 돈이 70만 원 정도 되지요."

전에 학교 다닐 때 청소하는 분에게 고용형태에 대해 물어본 일이 있었는데 그렇게 대답한것이 기억납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런 간접고용형태로 청소를 맡아 하는 분이 출근하고 계십니다. 직접고용 하면 좋을 것을요. 왜 그렇게 간접고용 해서 학교에서 필요한 일꾼들을 힘든 생활을 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파견되는 학교 청소 노동자도 1년에 한 번 바뀌는 걸 지켜 보았습니다. 저도 근로계약서에 '정규직이 발령나기 전까지' 출근할 수 있는 일용직이라 언제 다시 계약해지 당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2012년 7월 1일 계약했으니까, 이미 1년이 지났습니다. 울산시 교육청에서 언제든지 지방공무원(정규직)을 발령낼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가족 생계가 달린 문제라 고용불안 속에서 매일 출근 하자니 말못할 스트레스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내일도 제발 무사하기를 바라며...

저도 그냥 학교에서 진득하게 일하고 싶은데 대체인력 근로계약서에 나온대로 조만간 또다시 이력서 써들고 일자리를 찾아 다녀야 할 듯 합니다. 이력서 쓰는 일도 이젠 지겨운데 말입니다. 하루를 다녀도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교육직 공무원이 받는 임금수준과 복지혜택을 받으며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빨간날 만이라도 급여 일수에 포함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대체인력이라도 그렇지 교육청에서 그러면 쓰나 싶습니다. 대체인력이라도 하는 일은 같은데 말입니다. 대체인력을 임시로 쓰더라도 정규직에 지급될 비용과 복지혜택을 모두 노동력의 대가로 지불하고 써야 올바른 노사관계가 아닐런지요.


태그:#학교 일용직, #대체인력, #울산시 교육청,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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