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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의 내분이 시작됐다."

미디어 분야 담당인 한 취재기자는 1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종편 관련 기사를 보고 자신의 SNS 계정에 이같은 소감을 남겼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아래 미방위) 소속 한 관계자 역시 이날 기자와 만나 "오늘자 '조중동' 보도를 봤느냐"고 물으면서, "그동안 방송시장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똘똘 뭉쳐왔던 종편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판단의 근거를 16일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이례적인 보도에 두었다. 각각 TV조선과 JTBC의 최대주주인 이 신문사들은 이날 다른 종편 사업자의 문제점을 짚는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조선일보>, 채널A '우회투자' 의혹 집중... "MBN 주주 자료 공개해야"

16일자 <조선일보>
 16일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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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날자 신문 5면의 대부분을 할애해 하루 전날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종편 주주구성 관련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특히 편법 출자 의혹에 휩싸인 채널A와 더불어 주주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MBN을 향해 펜대를 세웠다.

이들은 "종편 4사 주주구성 때 무슨 일이… 모두 다 검증해야"라는 기사에서 지난 15일 국회 미방위 소속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동아일보>의 채널A 우회투자 의혹을 전했다. 이 기사는 "(언론학자들은) 일부 종편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우회투자(출자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기업을 통해 투자하는 행위), 일부 부도덕한 저축은행들의 편법 투자 의혹 등의 사실 여부도 가려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1년 종편 주주 구성 과정에서 일부 종편은 투자자를 제때 유치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자본금 납입 시기를 연장했던 채널A와 MBN을 겨냥한 지적이다.

언론학자들의 말을 빌려, 채널A뿐 아니라 다른 종편 방송사들의 주주 구성에 대해서도 공개와 검증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주주 구성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MBN 역시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MBN의 주주 목록 비공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또 한 번 지적했다. 방통위는 지난 대법원 판결에 따라 7월 TV조선·JTBC·채널A 등 종편 사업자 선정 심사 자료를 일체 공개했다. 주주 구성 관련 내용도 여기에 포함됐다. 다만, 행정소송을 제기한 MBN 관련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MBN만 왜… 株主 현황 공개 거부하나'라는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MBN이 대법원 판결까지 난 마당에 주주 구성 등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고 전했다. 또한 종편 승인 백서에 나온 내용에 근거해 MBN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방송법을 위반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는 방통위가 채널A와 MBN을 둘러싼 의혹의 사실 여부를 가려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 "JTBC 빼고 보도 편성 비율 높아"... 차별성 강조

16일자 <중앙일보>
 16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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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도 방통위 국감 내용을 이날 4면 머리기사로 싣고 채널A 우회투자 의혹을 소개했다. "사실로 확인되면 그에 따른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해 내년에 있을 재승인에 감안하겠다"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답변도 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여야 모두 지적한 TV조선과 채널A의 과도한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TV조선과 채널A는 프로그램 기준으로 보도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TV조선과 채널A는) 종편이 아니라 보도채널이다"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날선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요구한 종편 평가와 관련해 이 위원장이 "일부 종편이 값싼 토론만 편성해 보도채널에 가깝게 기운 건 문제다, 재승인 과정에서 공공성과 편성 부문에서 50% 이상 (점수를) 받지 못하면 탈락할 수 있다"고 말한 내용도 기사에 실었다.

그러면서 "올 상반기 종편사의 보도 비율은 JTBC(14.1%)를 제외하곤 모두 40%를 넘겼다"고 말했다. 보도 비중이 높은 종편 사업자를 향해 칼날을 겨누면서 JTBC만의 차별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방통위 국감 기사를 보도했지만 채널A 관련 의혹과 문제제기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매일경제>는 방통위 국감 소식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다.

"종편 '분열 현상', 방통위원장 입장 때문일 수도"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국감에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감에서 답변하는 이경재 위원장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국감에서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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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최대주주인 신문사들이 돌연 타사 종편을 겨냥하고 나선 이유는 최근 이경재 위원장이 내놓은 입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많다. 종편 재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방통위의 수장이 '탈락 가능성'을 예고하자, 일부 종편이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다른 사업자와 일종의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애초 종편 1, 2곳만 사업 승인하는 게 적정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세미나에서 "종편 채널 네 개 중 두 개는 재승인이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 한두 군데는 떨어뜨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동안 '한 몸'으로 움직였던 종편 4사가 이같은 분열 현상을 나타내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가 채널A처럼 문제가 연이어 터진 종편 사업자와 선을 긋는 것은 나름 생존전략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이들의 본심은 내년 재승인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종편, #채널A, #TV조선,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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