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봤다. 하늘에 떠 있는 별 말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별. 왜 스타를 'Star'라고 부르는지 알겠다. 별들의 세상에 살고 있는 그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저스틴 비버(Justin Drew Bieber)가 지난 10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작년부터 이어온 세계투어(Believe Tour) 일환이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필자는 광주 사람이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봤다. 기분이 착잡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왜 공연이 끝난 뒤 우울했는지는 시간을 두고 더 찬찬히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짐했다. 후기를 쓰자고. 저스틴의 내한 공연을 보고 난 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밖에는 없다고.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저스틴을 보고 난 후의 이 허망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을 것 같다고.

 저스틴 비버가 내한 공연을 하고 있다.

저스틴 비버가 내한 공연을 하고 있다. ⓒ 신원경


저스틴을 가까이 보기 위한 사투

우선 공연은 좋았다. 매번 영상으로만 접했던 그의 무대를 내 눈앞에서 볼 수 있었으니 당연 좋을밖에. 목소리도 좋았다. 그의 목소리에 빠져 팬이 됐으니까. 라이브도 좋았다. 그는 춤도 추면서 노래도 아주 잘 소화한다.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도 역시 좋았다. 드럼과 피아노 실력도 볼 수 있었다. 특히 'Be Alright' 'Catching Feelings' 등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평소 좋아하던 노래라 넋을 잃고 들었다.

공연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1시간 30분, 온전히 그의 노래에 푹 빠져있는 나를 상상했다. 때문에 표를 예매할 때도 그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스탠딩석을 선택했다. 하지만 스탠딩석은 절대 공연에 완전히 집중할 환경이 못 된다는 사실을 이날 깨달았다. 특히 앞줄, 무대와 가까울수록 더 그랬다.

스탠딩석이 처음이었던 나는 공연이 한참 달아올랐을 때, '힘센 언니'들의 골반·다리·어깨 '3중 어택'에 밀렸다. 뒤에서 욕을 해대는,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소녀 팬들의 '강한 기'에 시달렸다. 뒤에서 오는 파도인지, 앞에서 오는 파도인지 모를 인간파도에 숨이 막혔다. 몸과 몸이 밀착된 상황이 힘들어서 "나가겠다"고 소리치면 무대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여성들을 번쩍번쩍 들어 올려 건져(?)줬다. 건지는(?) 과정에서 무대가 가려지기도 했다.

여기, 저기서 "밀지 말라고!"라며 소리쳤다. 그 소리들 때문에 저스틴의 음성에 집중하지 못한 순간도 몇 번 있었다. 이 모든 순간들이 나는 아까웠다. 왜냐하면, 온전히 공연에 '초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는 내내 내가 집중하지 못했던 저스틴의 노래가 무엇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려 애를 썼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저스틴 비버의 모습.

지난 10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저스틴 비버의 모습. ⓒ 신원경


이건 분명 스탠딩석의 비애다. 대형 공연, 인기 공연일수록 감당해야 하는 장애인 것 같기도 했다. 스탠딩석 관람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리하여 교훈(?)을 미리 채득한 사람은 주위의 소란스런 환경에 아랑곳 않고 공연을 즐겼을 테다. 혹은 몸싸움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미리 채득한 그들은 앞자리를 섭렵해 꽤 만족할만한 공연을 봤을지도. 실제로 공연 시작 전 내 뒤에 있던 한 소녀가 공연이 시작할 때쯤 무대 바로 앞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또 내 앞에 있었던 관객들이 공연이 시작된 이후 어디론가 휩쓸려 사라지고 만 것도 경험했다. 무대 아래의 스탠딩석은 그야말로 저스틴을 보기 위한 사자들의 전쟁통이었다.

공연 40분 늦게 시작돼

본래 오후 8시 공연 시작이었다. 하지만 공연은 오후 8시 40분이 다 되어서야 시작됐다. 8시가 지나도 공연이 시작되지 않자, 팬들은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야"라며 웅성거렸다. 그 때 흘러나온 공지방송. "아티스트의 사정으로 공연 시작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됩니다."

<경향신문>은 '40분 지연'을 두고 저스틴의 첫 내한 공연의 '옥에 티'라고 11일 보도했다. YTN은 12일 방송에서 "공연관계자들이 아티스트에게 시간을 엄수해달라고 강하게 재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연시간은 아티스트와 콘서트를 찾은 팬들 간의 약속이다. 아티스트가 누가 됐건, 공연 시간을 지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임은 분명한 것 같다.

VIP 패키지 가격 145만원

 내한 공연 중인 저스틴 비버.

내한 공연 중인 저스틴 비버. ⓒ 신원경


스탠딩석은 13만2천원이었다. 공연티켓을 비롯해 저스틴 비버를 만나 사진을 찍는 것이 포함된 'VIP 패키지' 가격은 145만원. 역시 별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공연 티켓을 예매할 때도 박탈감을 느꼈다. 비버의 팬클럽 '비버 피버(BIEBER FEVER)' 회원들에게는 공식적인 티켓팅 시작 날의 4일 전부터 예매할 수 있게 했다. 예매 기간 전에 그 사실을 알았지만 팬클럽에 가입하지는 않았다. 팬클럽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지출을 해야 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팬클럽 회원들만을 위한 공연이 아닌데,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티켓 예매를 미리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매는 7월 9일 낮 12시부터였다. 12시 땡 하자마자 예매를 눌렀다. 1시간 전부터 컴퓨터 상태를 점검하고, 대학 수강신청 때도 동원하지 않았던 인력(후배)도 배치했다. 하지만 내 입장번호는 292번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적인 스타,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를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저스틴 비버의 데뷔 이후 첫 내한이었다. 한국은 그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됐을까? 그 전에 한국 팬들은 저스틴을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하게 될까.

공연 이후 저스틴 비버는 클럽파티에 초대됐다. 국내 아이돌 가수들과 클럽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별들이 살짝 부러워지는 이유다.

 저스틴 비버 등장 모습.

저스틴 비버 등장 모습. ⓒ 신원경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 2010년 데뷔앨범부터 지금까지 4년 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트위터 팔로워 수 4천만 명으로 세계적인 '소셜파워'도 자랑하고 있다. 그의 내한 공연장에 대거 나타난 국내 아이돌 스타들만 보더라도 아티스트로서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내한 공연에서 저스틴 비버는 지드래곤을 "My friend"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공연장에서 그의 곡 '크레용'을 불렀다.

그를 좋아하기 시작한 이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 기뻤다. 그를 다시 만날 기회가 또 생기길 바란다. 앞으로도 멋진 음악으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녹일 것을 기대한다.

저스틴 비버 JUSTIN BIEBER 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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