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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교류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교류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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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탈핵, 반핵 활동가들은 한국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다. 한국의 원전상황, 원전반대 운동 현황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금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했다. 또 일본이 2020년에 도쿄에 올림픽을 유치한 것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9월 29일 저녁, 후쿠오카에 도착한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 한국 참가자들은 후쿠오카의 한 교회에서 일본 참가자들과 만나 교류회를 진행했다. 교류회에는 한국 참가자를 포함해 50여 명이 참석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교류회는 10시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났지만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결국 12시에야 끝났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일본에서 원전메이커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참석, 원전 메이커 소송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원전 메이커 소송은 원전을 만들고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는 GE, 히타치, 도시바 등을 상대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이들 변호사들은 "원전을 반대해왔지만 직접 나서서 행동을 하는 것을 소극적이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는 것을 보고 (그런 태도를)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규슈지역의 변호사들이 들고 일어나서 겐카이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시키고, 이것을 계기로 전국의 핵발전소를 멈추고자 하고 있다. 100명이 넘는 규슈의 변호사들이 연합해서 일본 원전 메이커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다. 원고를 1만 명을 모을 예정인데, 처음에는 1만 명이 모여질까 반신반의 했다. 실제로 시작을 하고 보니 1년이 안 돼 7천 명이 모였다. 이 움직임이 전국에 퍼져 우리를 지원하는 모임까지 생겼다."

"핵폐기장에 지하수·바닷물이 많이 들어오는 곳은 경주뿐"

이들은 오래된 겐카이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겐카이 원전 앞에서 풍선을 날리는 이벤트를 했는데 550km 떨어진 간사이 지방까지 풍선이 날아갔다"고 밝혔다. 이들 변호사들은 원전 메이커 소송에 대해 "우리는 절대로 질 수 없다,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오야기 유키노부씨는 규슈전력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뒤부터 원전폐쇄를 주장하면서 894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3·11 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을 확실하게 깨달았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 280명이 모여서 단체를 결성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원전이 멈추는 그 날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재성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현재 23기인 원전을 40기까지 늘리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시민사회 진영과 일부 정치가들은 핵이 안전하지 않아 폐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하고 있다"며 "방사능은 국경이 없는 것처럼 탈핵운동도 국경이 없다, 일본의 탈핵 시민단체들과 한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연대해서 핵 없는 세상을 꼭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원전 메이커 소송 안내장
 원전 메이커 소송 안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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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삼척시의원은 "삼척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 기획실장으로 핵발전소 반대투쟁을 하다가 시의원이 되었다"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삼척은 핵 반대 투쟁을 세 번째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척은 1990년대에는 핵발전소 건설반대투쟁을 해서 이겼고, 2000년대에는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해서 이겼다. 그런데 슬프게도 2010년에 김대수 삼척시장이 재선하면서 핵발전소 유치를 추진해, 세 번째로 반대투쟁을 하게 됐다. 당시 지역경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유치찬성 주장이 많았으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삼척시민들은 핵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게 돼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한국의 반핵운동은 한동안 침체되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다시 활발해졌고, 그 역량을 삼척에 전부 집중하고 있다. 삼척에 핵발전소가 절대로 들어서지 않게 끝까지 싸울 것이고,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영진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영광에는 현재 핵발전소 6기가 돌아가고 있다"며 "1980년대에 핵발전소가 들어올 때 열심히 반대 투쟁을 했지만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영광은 3,4호가 들어설 때도, 5,6호기가 들어설 때도 반대투쟁을 했지만 막지 못했다. 1호기와 2호기가 들어온 뒤라 주민들은 핵발전소가 더 들어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저항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처음부터 핵발전소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저준위 핵폐기장 건설은 5년 동안 투쟁해서 결국 막아냈다. 이후 영광군수가 영광에는 어떤 추가 핵시설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원전·방폐장 특위위원장은 "경주에는 6기의 원전 외에도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있는데 완공을 앞두고 있다"며 "지하수가 많이 올라오고 해수가 동굴에 침투되고 있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핵폐기장에 지하수와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은 경주 핵폐기장밖에 없다"며 "정부에서는 건설공학적으로 안전하게 건설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장시원 울진군의원은 "울진은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라며 "현재 6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4기가 건설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10기의 원전이 있는데도 지난 2011년 군수가 4기를 추가로 유치신청을 했다가 선정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진이 원전추가신청이 실패한 것은 당시 울진군의회에서 장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울진은 지역에 핵발전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힘만으로 막을 수 없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도록 싸우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탈핵을 통해 후손들에게 죽음의 땅이 아닌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을 물려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승홍 부산녹색연합 실무자는 "고리 1호기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로 1970년대에 들어온 이후 다른 지역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계속 고리에 핵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다"며 "고리 1호기는 2007년에 수명을 다 채우고도 수명 연장을 해서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고리 1호기를 2천억을 들여 대대적인 수리를 했다. 한수원에서는 일상적인 수리라고 하지만 2차 수명연장 계획으로 보고 있다. 고리에서 부산까지 30km 반경 안에 340만 명이 살고 있다.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 주변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일본 참가자들은 고리와 부산의 반경 30km 안에 340만 명이 밀집해 살고 있다는 김승홍씨의 설명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고리 원전의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사고가 날 위험이 큰 원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측 참가자는 "한국 고리 1호기와 일본의 겐카이 1호기가 굉장히 낡아서 동시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 문제에 대해 연계해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올림픽 때문에 일본 핵문제 전 세계에 보도될 수 있을 것"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교류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탈핵 아시아평화 일본서부지역 원전투어‘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교류회를 열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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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에서 온 나가오씨는 "일본에서는 매스컴들이 원전사고로 인한 오염수 문제와 수산물 오염문제에 대해 별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상황을 물었다. 또한 나가오씨는 "일본이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권을 땄는데 일본은 도저히 올림픽을 개최할 상황이 아닌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답변에 나선 이광우 삼척시의원은 "한국에서도 언론이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지만 일본과 달리 국민들이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은 심각하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재성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며 "일본이 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양 위원장은 "올림픽 때문에 일본의 핵문제가 전 세계에 보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가 후쿠시마 원전이 안전한지, 뒤처리를 잘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안전체크를 요구하면 일본정부가 숨겨왔던 것이 오히려 공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시마루 하츠미 '겐카이 원발 플루서말 재판회' 대표는 "북한은 45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45톤이나 보유하고 있다"며 "6자회담에서 북한의 플루토늄을 문제 삼는데 그렇다면 일본은 6천개국 회담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일본이 위험한 물질을 대량으로 갖고 있으면서 원전을 멈추지 않은 것이 걱정"이라며 "한국이 이 문제를 전 세계에 알려주기 바라며, 한국은 절대로 플루토늄을 확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일본 참가자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한 번도 휴교를 한 적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몇 백 개의 학교가 휴교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광우 삼척시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4월에 춘천에서 방사능비가 내린 적이 있다"며 진보적인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에서 휴교령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장시원 울진군의원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핵발전소를 찬성하면 애국자, 반대하면 매국노라는 인식이 있다"며 "교사들이나 학생들은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 교사들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대답했다.

"탈핵문제는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야 한다"

11월 10일, 후쿠오카에서 반핵시위가 열린다.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는 이대수 아시아평화네트워크 대표
 11월 10일, 후쿠오카에서 반핵시위가 열린다.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는 이대수 아시아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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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자리에서 일본 국영방송인 NHK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보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때 NHK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테라지마 시게히로씨가 "NHK가 BBC보도를 인용해서 오염수 문제를 보도했다"고 밝힌 것.

"NHK 안에는 일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에 관한 보도를 하고 싶어하지만 편집과정에서 다 배제된다. BBC보도를 인용해서 보도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안에서는 작은 성과라고 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승구 NNAA-J(탈핵아시아행동 일본) 사무국장은 "재일한국인은 핵발전소 반대를 못하고 있다"며 "탈핵에 관한 발언을 하면 일본사람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재일한국인들은 생각은 있어도 사회분위기 때문에 내놓고 핵발전소를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저는 탈핵문제는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하고 있다. 재일한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탈핵아시아포럼의 우노다 요코씨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간사이 지방에서 오사카 지방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을 지원하는 캠프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노다씨는 한 달에 한 번씩 후쿠시마 지역을 방문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미나미소마는 인구가 7만 명으로 6만 명이 피난을 가고 1만 명 정도가 남았다. 남은 사람들은 장애인, 고령자들이었는데 피난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전혀 알리고 있지 않은데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원전투어에 참가해 알리고 싶었다."


태그:#탈핵 원전투어, #후쿠시마, #탈핵아시아행동, #핵발전소, #원전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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