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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방송된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 SBS


파일럿 방송 후 그다지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SBS <심장이 뛴다>가 <화신>의 자리에 정규 편성되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새 프로그램의 긍정성보다도, 폐지를 할 수 밖에 없는 <화신>의 부정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사실 이젠 연예인들을 몇 명 불러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집단 토크쇼 자체가 한계점에 봉착해 있기도 하다. 때문에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소방서 버전'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패를 다하지 않은 리얼리티 예능을 편성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방서로 간 연예인들의 예능'은 의문부호를 넘어서기 힘들다. 8일 방영된 <심장이 뛴다>에서는 최우식이 맞닥뜨린 고독사를 다뤘다. 응급 환자가 있다는 호출을 받고 간 그 곳에는 이미 죽은 지 시간이 꽤 흘러, 부패가 시작된 시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파일럿 방송에서 주사 바늘이나 피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드러냈던 최우식은 그 상황에 눌려 버린다. 선배 소방대원들은 그런 최우식을 배려하느라, 현장에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고, 최우식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이날 <심장이 뛴다>은 최우식이라는 초보 소방대원이 이 같은 상황을 겪으며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 가는 성장통을 다루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8일 방송은 일면 성공적이었다. 고독사한 시신의 현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최우식은 다음에 출동한 뇌종양 환자를 도와 병원까지 수송하는 과정에서는 그의 몫을 십분 해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선배로부터 '함께 하고 있는 연예인들 중 가장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일을 해낸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고독사'마저 예능의 소재가 되는 세상이 가혹하다

 8일 방송된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SBS <심장이 뛴다>의 한 장면 ⓒ SBS


그런데 <심장이 뛴다>는 예능이다. 최우식은 잠시 '소방대원 코스프레'를 하는 연예인이다. 그의 마음이 진짜고, 그의 자세가 진정성을 지녔더라도, 결국 <심장이 뛴다>는 '연예인이 소방대원 체험을 한다'는 내용으로 만들어낸 상황이다. 이 예능을 위해 소비된 진짜 상황들, 사람들, 그리고 시신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앞서 파일럿 방송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자가 등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홀로 죽은 채 냄새를 풍기며 부패되어 가는 시신이 등장했다. 그 다음엔 뇌종양 환자다. 비록 화면을 뿌옇게 뭉개버리기는 했지만, <심장이 뛴다>는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방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시신과 변기를 붙잡고 토하는 환자에 카메라를 맞췄다. 제 아무리 자막으로 그들의 죽음과 아픔을 애도한다 하더라도, 이건 예능의 몫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진짜'로 주어지는 상황이 급박하거나 절박하다 보니 <심장이 뛴다>에서 소방대원으로서의 연예인들의 몫은 애매해 진다. 방치된 시신을 거둬야 하는데 연예인을 투입할 수는 없는 것이고, 그나마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에만 들어가야 하다 보니 그들의 몫이 적어지는 것이다. 결국 <심장이 뛴다>는 '후일담'을 전하는 식의 에피소드밖에는 보여주지 못한다. 응급 상황의 연속인 소방서에서, 정말 연예인 소방대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현장에 뛰어드는 날이 올까? 죽음의 위험조차 감내하며? 그리고 예능에서 정말 그럴 만한 의미가 있을까?

피만 봐도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최우식은 이날 시신이 있는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 모습에서 얼마 전 폐지된 MBC <스타 다이빙쇼-스플래시>에서 어찌어찌 하다가 다이빙대 위로 내몰린 씨스타의 소유가 그 위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물론 소유는 다이빙대에서 뛰어 내렸다. 최우식도 그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 했다. 방송은 그런 그들의 성장담을 그려냈지만, 나무의 나이테 위에 남겨진 태풍의 상흔처럼 혹시나 그들의 정신에 남겨질 수도 있을 상흔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과연 이들은 트라우마가 될 지도 모를 일까지 겪으며 예능을 해야만 하는 걸까?

죽음마저 홀로 감내해야 했던 한 사람의 '고독사'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뇌종양 환자조차 예능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 두렵다. '성장통' 혹은 '자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트라우마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을 들이대는 방송은 가혹하다. '리얼리티'라는 이름의 거침없는 질주는 어디까지가 그 한계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심장이 뛴다 최우식 진짜 사나이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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