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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사진은 지난 9월 28일 베를린 테겔공항서 귀국길에 오르는 모습.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사진은 지난 9월 28일 베를린 테겔공항서 귀국길에 오르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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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재보궐 선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정치자금 위반 등으로 두 차례 옥살이를 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로 결정하자 민주당이 당장 급해졌다. '서청원 대항마'를 세우는 일이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서 전 대표 공천 직후 당 내에서 힘을 받고 있는 건 '손학규 출마설'이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을 구원투수로 등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선거인만큼 '정권 심판론'에 집중해 승리를 이끌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손 상임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4일 기자들과 오찬에서 "손학규 대표가 (재보궐 선거에) 나서야 한다"며 "손 대표는 경기지사를 해서 '경기도 사람'이라는 게 있다,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당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손 대표는 (당에서 출마) 하라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손 상임고문의 출마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도 기자와 만나 "서청원 전 대표가 출마하는 순간 화성 갑 보궐선거는 '정치 선거'가 됐다"며 "이에 맞붙을 인물로는 손학규 상임고문이 적격"이라고 밝혔다.

숙고에 들어간 민주당 지도부... 주말께 결론날 듯

민주당 지도부도 숙고에 들어갔다. 손 고문과 가까운 양승조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내에서 서청원 대표가 나오니 대항마다운 대항마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지도부 내에서도 이런 의견이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원식 최고위원 역시 "이제 결정해야 할 때다, 오일용 예비후보의 의중은 물론 손학규 대표 쪽 의사도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의견이 공유되며, 빠른 시일 내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함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오는 10월 6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화성 갑 공천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전해진다.

중요한 건 당사자인 손 고문의 의중이다. 당 지도부도 손 고문 뜻 살피기에 나선 상황.

앞서, 손 고문은 귀국 일성으로 "당과 민주 정치가 저를 필요로 할 때 제 몸을 사리지 않고 던졌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며 "그러나 과연 지금이 그 때인지 의문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화성 갑 출마·불출마 가능성을 모두 내포한 것으로 풀이됐다.

손 대표 측근들도 귀국 당시만 해도 출마·불출마 의견이 5-5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 전 대표 공천으로 분위기는 차츰 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손 고문의 출마를 반대해온 재선 의원은 "너무 쉽게 손 대표가 수면위로 올라오는 거 같다, 독배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언론이나 당 안팎의 분위기가 출마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손 고문 측 관계자도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초 손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던 의원들도 '나가지 마시라'고 강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6일 손 고문은 '손학규계' 전현직 의원 20여 명과 만나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손 고문 측은 "다음 주 초, 손 고문이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손 고문은 오는 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산하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 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손 고문 측은 "8일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 "압도적으로 이긴다"... 야 "상황 좋지 않다"

당 지도부도, 손 고문도 선뜻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것은 상황적 요인 때문이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나가서 이긴다고 해도, 진다고 해도 득이 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매번 '구원투수'로 입길에 올랐고, 그 같은 부름에 응해 전면에 나섰지만 결국 손 고문에게 돌아온 것 없었다는 '지난 경험'에서 비롯된 비관적 전망이다.

승리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신도시가 밀집된 화성 을에 비해 화성 갑은 대부분 '토박이'들이 자리 잡고 있고, 농사지대도 넓어 '여권 밭'으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 당 핵심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여론 조사 등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1년 4·27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쥔 '분당'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는 분석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를 많이 했는데, 압도적으로 (서청원 전 대표가) 이기는 걸로 나왔다"며 "(손학규 대표가 나와서 박근혜 심판 성격으로 선거가 치러지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다 이리 모이게 돼 있다, 우리에게는 더 좋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재보궐 선거는 매일 언론에 다뤄주니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게 돼있다"며 "분당 때도 그랬다"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했다. 그는 "이번에도 손학규 고문이 나서서 당선되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며 "설사 낙선하더라도 당원이나 지지자층에게 '희생해 주는 사람'이라 인식 돼 대권 후보 반열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손학규, #화성 갑, #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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