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멋진 자세로 공을 차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멋진 자세로 공을 차고 있다. ⓒ 소중한


'진짜 사나이'들이 '진짜 족구'를 선보였다.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아래 진짜 사나이)에서도 지금껏 '군대 족구'는 볼 수 없었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20일 추석 특집 방송에서 군대의 상징인 족구 시합 영상을 '식상함' 때문에 편집했다고 밝혔다.

하긴 연예인이 족구를 하며 선보이는 '개발'은 지극히 눈에 익은 장면이다. <진짜 사나이> 출연진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와중에 정식 족구 경기 중계방송은 서태지만큼 보기 어렵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족구는 여러 웃음 코드 중 하나로 전락했다.

하지만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린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에선 텔레비전의 '개발 족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허공을 가르는 발과 세차게 날아가는 공, 그리고 이를 받아내는 머리에는 열정과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서울백호' 팀 선수들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서울백호' 팀 선수들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소중한


특히 현역 군인으로 구성된 '서울백호' 팀은 당당히 우승을 차지해 군대 족구의 저력을 느끼게 했다. 서울백호는 결승에서 '오쿠족구단A' 팀을 세트 점수 2-0(15-9, 15-11)으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서울백호는 <진짜 사나이>에선 볼 수 없었던 진짜 족구를 이번 대회를 통해 몸소 보여줬다.

서울백호의 주장인 김희석(34)씨는 "오랜만에 부대 선후배들과 족구대회에 참가했는데 팀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우승을 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관악천지족구단' 팀이 경기 도중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관악천지족구단' 팀이 경기 도중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소중한


서울백호, 얕은 선수층에도 '군인 체력' 앞세워 우승

이날은 하루 종일 해를 볼 수 없었다. 구름이 '자연 차양막'이 돼 햇빛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했다. 더해 적당한 바람과 선선한 기온은 선수들의 몸을 가볍게 했다.

오후 4시 30분께, 8개의 족구 코트로 가득차 있던 운동장에 결승전을 위한 1개의 코트만이 남았다.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와 서울백호의 서브로 이날 79번째 경기인 결승전이 시작됐다. 

▲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 ⓒ 소중한


서울백호가 결승에서 만난 '오쿠족구단A' 팀은 예선 2경기는 물론, 32강~4강 토너먼트 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강팀이었다. 긴 다리와 유연성을 자랑하는 김현수씨가 돋보이는 공격력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오쿠족구단은 이번 대회에 A, B 두 팀으로 나눠 출전할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웠다. 결승에 진출한 A 팀 뿐만 아니라 '오쿠족구단 B' 팀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A, B 두 팀이 4강에서 만나 승부를 겨룰 정도였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서울백호' 팀 선수들이 결승전 경기의 작전타임 도중 감독의 지시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서울백호' 팀 선수들이 결승전 경기의 작전타임 도중 감독의 지시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소중한


이에 비해 서울백호는 선수층이 얕았다. 서울백호의 출전 선수 명단에는 족구 경기를 할 수 있는 '딱 4명'의 이름만이 올라와 있었다. 이번 대회 48개 출전 팀 중 후보 선수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주장 김희석씨가 우승 소감에서 말한 "어려운 팀 사정"은 얕은 선수층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서울백호는 처음부터 범상치 않았다. 남다른 신체조건 탓에 여러 팀 중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큰 키는 물론, 현역 군인답게 팀원 모두가 단단한 몸을 자랑했다. 대회 시작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여성 직원이 서울백호를 눈여겨 봤다는 후문이다.

팀 스스로도 '체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서울백호의 수비수 강유성(27)씨는 "실력은 다른 팀과 비슷한데 군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체력이 더 좋아 많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기자에게 우승 비결을 귀뜸했다.

결국 체력을 앞세운 서울백호는 결승에서 오쿠족구단A를 가볍게 눌렀다. 주장 김희성씨는 "왼발잡이 공격수가 있던 '청심' 팀과의 16강 경기가 가장 고비였다"며 "같은 부대에서 생활하는 부대원들이라 호흡도 잘 맞고, 모두 열심히 경기에 임해 우승까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오쿠족구단B' 팀의 한 선수가 작전타임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오쿠족구단B' 팀의 한 선수가 작전타임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 소중한


48개 팀 400여 명 참여... "경기 진행 빨라 좋았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생활체육회, 국민생활체육전국족구연합회가 후원한 이날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에는 선수 및 관계자 400여 명이 참여했다.

총 48개 팀이 참석한 이번 대회는 3개 팀씩 16개조로 나뉘어 열띤 예선전을 벌였다. 예선 두 경기로 결정된 각 조 상위 2개 팀이 32강에 진출했으며 이때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됐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경기 중 주심과 부심이 모여 합의판정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경기 중 주심과 부심이 모여 합의판정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점수가 날 때마다 부심은 기록지에 경기기록을 꼼꼼히 적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점수가 날 때마다 부심은 기록지에 경기기록을 꼼꼼히 적었다. ⓒ 소중한


우승을 차지한 서울백호는 트로피와 함께 5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준우승 팀인 오쿠족구단A와 공동 3위를 차지한 오쿠족구단B, 올킬족구단에게는 각각 트로피와 상금 30만 원, 10만 원씩이 주어졌다.

오전 9시에 시작한 대회는 오후 5시께가 돼서야 마무리 됐다. 오전에 예선 경기가 마무리돼 탈락한 팀이 생겼으나 주최 측이 제공한 점심을 모든 팀이 함께 먹으며 친목을 다졌다. <오마이뉴스>는 선수와 함께 운동장을 찾은 어린이에게 소정의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최우수선수 강유성씨는 "사실 <오마이뉴스>를 잘 몰랐다"면서도 "생각보다 대회가 잘 운영됐고 특히 경기 진행이 빨라 좋았다"고 대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참가 선수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음식을 받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참가 선수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음식을 받고 있다. ⓒ 소중한


'동네 족구 에이스' 기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 기자가 마주한 족구대회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결승에 진출한 '서울백호' 팀과 '오쿠족구단A' 팀이 경기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결승에 진출한 '서울백호' 팀과 '오쿠족구단A' 팀이 경기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소중한


기자는 '동네'에서 '족구 좀 하는' 축에 속했다. 이른바 '군대 족구'도 알차게 경험했다. 하지만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를 취재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면과 공중을 쉴새 없이 나는 공과 그 사이를 오가는 선수들의 몸놀림 앞에서 '동네 족구 에이스'는 한없이 작아졌다.

덕분에 이전에 느낄 수 없던 족구의 매력을 몸으로 느꼈다. 이날 경험한 족구의 가장 큰 매력은 '강약의 조화'다. 족구 경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강하게 오는 상대팀의 서브(대회에서 오가는 서브는 우리가 동네에서 하는 느린 서브와는 차원이 다르다)를 수비수가 '리시브' 해 속도를 늦춘다. 이 공을 '세터(공격수에게 공을 전하는 역할)'가 공중에 띄운다. 이때 공의 속도는 한층 더 줄어든다. 공의 높이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공격수는 세차게 공을 찬다. 그 결과 공격에 성공을 해 점수를 얻거나 상대팀 수비수에 의해 공은 또 속도가 느려진다.

이 작업이 수차례 반복되는 게 족구다. 배구의 원리와 비슷하지만 족구는 배구와 다르게 인류 진화의 상징인 '손'을 거부한다. 무릎 아래(가끔 족구를 하며 무릎을 쓰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반칙이다)와 머리 만을 사용해 강약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은 듯하지만 나름의 규칙을 지닌 족구 선수 특유의 몸놀림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공은 족구를 보는 이에게 속도감과 정교함을 함께 제공한다.

다음은 기자가 이날 대회에서 들은 말을 토대로 족구 용어를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킬러'와 하셔야죠." - 우승팀 서울백호의 주장 김희석씨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부끄러워하며

: 킬러는 족구팀의 공격수를 일컫는 말이다. 점수를 얻는 데 공격수의 공격력이 가장 중요하므로 공격수에게 '킬러'라는 별칭이 붙었다. 선수 등 뒤에서 족구 코트를 바라봤을 때 오른발잡이 공격수의 경우 좌측 앞쪽에 위치한다. 세터는 우측 앞쪽, 수비수 두 명은 뒤에 자리한다.

"야, 너 요즘 '넘어차기' 안 한다며!" - 한 수비수가 넘어차기를 하는 상대 공격수에게 농담을 던지며

: 넘어차기는 족구의 공격 기술 중 가장 화려함을 뽐낸다. 세터가 올린 공을 공격수가 축구의 오버헤드킥과 비슷한 자세로 상대 코트를 향해 내려 찍는 기술이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경동나비엔' 팀의 공격수가 넘어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가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경동나비엔' 팀의 공격수가 넘어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 소중한


"있다 있다, 아니 없다" - 경기 중 수도 없이

: 족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은 '있다'와 '없다'라는 말을 쉴새 없이 외친다. 족구는 공이 선 안의 바닥에 '한 번' 접촉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수비 시에 선수가 받은 공이 같은 팀 코트의 선 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면 '있다'를 외치고 그렇지 않으면 '없다'를 외친다. 이 말 앞에는 '구기종목에서 공이 지면에 부딪혀 튀어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바운드(bound)'라는 단어가 생략돼 있다. 즉 '있다'는 수비가 받은 공이 선 안에 바운드가 된다는 의미이고, '없다'는 선 안에 바운드가 되지 않으니 그 전에 공을 받으라는 신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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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제11회 <오마이뉴스> 전국 직장인 족구대회 결과

결승전
서울백호(우승) 대 오쿠족구단A
: 2-0(15-9, 15-11)

4강
▲ 올킬족구단 대 서울백호(승) ▲ 오쿠족구단B 대 오쿠족구단A(승)

8강
▲ 올킬족구단(승) 대 부천건우 ▲ 덕양족구단 대 서울백호(승) ▲ 오쿠족구단B(승) 대 신화 ▲ 먹골마트 대 오쿠족구단A(승)

16강
▲ 은평교회 대 올킬족구단(승) ▲ 마포나루 대 부천건우(승) ▲ 덕양족구단(승) 대 길족구단B ▲ 서울백호(승) 대 서울청심 ▲ 오쿠족구단B(승) 대 경동나비엔 ▲ 신화(승) 대 부천덕유 ▲ 리더스켐 대 먹골마트(승) ▲ 오쿠족구단A(승) 대 종로북악

32강
▲ 은평교회(승) 대 신도리코 ▲ 올킬족구단(승) 대 올포원족구단 ▲ 마포나루(승) 대 M-K족구회 ▲ 파주C3A 대 부천건우(승) ▲ 남양주나이스족구단 대 덕양족구단(승) ▲ 삼일교회B 대 길족구단B(승) ▲ 서울백호(승) 대 굿모닝 ▲ 서울청심(승) 대 원효족구 ▲ 오쿠족구단B(승) 대 관악천지족구단 ▲ 길족구단A 대 경동나비엔(승) ▲ 신화(승) 대 까치소리 ▲ 부천덕유(승) 대 서울메트로라온족구회A ▲ 리더스켐(승) 대 삼일교회A ▲ 먹골마트(승) 대 송파삼전족구 ▲ 오쿠족구단A(승) 대 그린족구단 ▲ 종로북악(승) 대 강서건우

조별 예선
▲ 1조 청학족구회B 종로북악 관악천지족구단 ▲ 2조 성산족구단(백) 올킬족구단 삼일교회A ▲ 3조 서울메트로라온족구회B 한백플러스 먹골마트 ▲ 4조 강서건우 서울청심 의목연 ▲ 5조 경동나비엔 오쿠족구단B 강동건우 ▲ 6조 송파삼전족구 노브레인 리더스켐 ▲ 7조 까치소리 파주C3A 바람개비 ▲ 8조 서울메트로라온족구회A 그린족구단 은평교회 ▲ 9조 도봉해커스 굿모닝 서울백호 ▲ 10조 M-K족구회 마포나루 성산족구단(홍) ▲ 11조 한송 길족구단B 부천덕유 ▲ 12조 신화 올포원족구단 이펜족구회 ▲ 13조 삼일교회B 성산족구단(청) 원효족구 ▲ 14조 부천건우 남양주나이스족구단 별빛족구 ▲ 15조 오쿠족구단A 덕양족구단 청학족구회A ▲ 16조 길족구회A 신도리코 파주C3B
오마이뉴스 직장인 족구대회 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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