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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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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26일 기초연금 축소 등 복지 공약 후퇴에 대해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받은 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기초연금 등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을 써 사실상 공약 후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정부안 마련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한 세수부족이 예상보다 심각했다는 것이다.

고개 숙인 박 대통령... "공약 포기는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은 "당선 후 각계각층 전문가와 대표들이 참여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등에서 많은 논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현재 재정여건도 좋지 않지만 모든 어르신들께 20만 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 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해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넘기는 문제가 지적됐고, 국민연금과 별도로 기초연금제도를 설계하게 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 포기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결코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며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을 겨냥해서는 "2008년에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은 급여액이 9만6000원으로 너무 적어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당시 민주당)의 반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게 됐다", "기초연금은 역대 정권에서도 공약을 했었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쳐서 시행조차 못했던 제도다. 하지만 저는 경제를 살려서 기초연금을 비롯한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 등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공약 이행 의지도 밝혀... "국민대타협위 만들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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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복지 확대 약속 이행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복지를 비롯한 정부 공약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복지 확충을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기초연금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민대타협위를 만들어서 정부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께 알리고, 조세 수준과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최적의 조합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임기 첫해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공약 후퇴 논란을 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과의 대상이 전체 국민인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소득상위 30% 노인층인지 불명확한데다, 취임 후 '공약 수정은 없다'던 입장을 불과 몇 달 만에 뒤집게 한 재정 상황에 대한 오판이나 준비 부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또 임기 내 기초연금 수혜 대상 확대 로드맵 등 구체적인 이행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야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복지 공약 후퇴 논란이 잦아들지 확산될지는 복지 확대 계획 축소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 중산층의 여론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에게 진심과 진정성을 담아 이해를 구했다"는 청와대의 의도대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중산층의 반발을 달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례 없는 세수 부족"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약 번복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원칙과 신뢰 이미지에 상처가 불가피해진 점은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줄줄이 후퇴한 복지 공약

특히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반값등록금, 고교무상교육, 고령층 임플란트 비용 지원 등 다른 대선 공약들도 모두 줄줄이 후퇴했다. 무상보육예산 지원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계속되고 있어, 만약 일부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으로 보육료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 신뢰 저하는 더 심각한 상황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약파기·거짓말정권 규탄대회'를 여는 등 대정부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재정은 공약을 호언장담하던 작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오직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재정을 핑계로 삼는 것은 더 큰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국무회의에서 입장 표명이 아니라 대국민 사과 담화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박근혜,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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