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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김앤장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특허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움'에서 국내 특허 소송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상욱 김앤장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특허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움'에서 국내 특허 소송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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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조 원, 한국은 1억 원, 누가 한국 법원에 소송 걸겠나."

지난해 8월 삼성-애플 특허 소송에서 양국 법원의 상반된 손해배상 규모가 화제가 됐다. 실제 한국 법원은 특허침해소송 평균 손해배상액이 미국의 1/130에 불과하고 승소율도 미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들이 삼성, LG 같은 글로벌기업 본사가 있는 한국에서 특허 소송을 꺼리는 이유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해법 찾기에 나섰다. 특허 소송 활성화를 가로막는 법적 제도적 걸림돌을 없애 한국을 미국이나 독일 법원 같은 세계 특허 분쟁 해결 중심지로 만들자는 것이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원회'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특허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움'을 연 까닭이다.

한국 특허 승소율, 미국 절반... "법관 전문성, 손해배상액 현실화 필요"

한상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외국 기업이 삼성전자 같은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때 (삼성 본사가 있어) 유리한 한국을 피하고 외국 법원에만 소송을 거는 건 한국법원 특허 승소율이 낮고 무효율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안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대만이나 미국에서 방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법원에서 특허권자 승소율(1997년~2005년)은 26%로 미국(59%), 스위스(85%), 네덜란드(51%)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미국과 일본의 특허 무효율은 50% 수준인 반면 한국은 71.6%에 달했다.

특허손해배상액도 미국 법원은 3년 평균(2009년-2011년) 102억 원에 달했지만 한국 법원 7800만 원으로 1/130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특허침해소송 건수 역시 미국은 연간 약 3000건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35건으로 1/100에 그쳤다.(통계 출처: 박성준, '지식재산 생태계의 현황과 문제점') 

한 변호사는 "한국이 특허 허브 국가가 되려면 특허 소송이 절차적으로 투명하고 실체 판단이 정확하고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특허 분야 전문 법관제를 도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3배 배상, 징벌적 손해배상처럼 손해배상액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세계 특허 소송이 집중되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의 경우, 판사의 전문성을 높여 보통 3~4년 걸리는 재판을 1년 내외로 신속하게 끝내고 승소율이 88%에 달하는 등 특허권자에 우호적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침해소송은 재판 빠르고 전문적인 법원 선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원회'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특허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움'을 열였다. 이자리에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삼성전자 부회장 출신인 윤종웅 국가지식재산위원장도 참석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원회'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 특허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움'을 열였다. 이자리에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삼성전자 부회장 출신인 윤종웅 국가지식재산위원장도 참석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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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고등법원 지식재산 전문재판부에 근무하는 백강진 판사는 "삼성-애플 소송에서 한국 법원 손해배상액이 1억 원이었던 건 원고가 1억 원만 청구한 탓"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시장 규모 차이가 크고 매출이 다른 탓"이라고 밝혔다.

백 판사는 "승소율과 배상액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법관이 특허법상 손해배상 규정을 지키면 손해배상액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손해 입증을 완화하라고 만든 법이 오히려 손해배상액을 더 낮추고 있다"면서 법률 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제임스 스페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부학장 역시 "특허 승소율이 높은 게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경우 배심원들이 원고에 유리한 판단을 많이 내려, 원고들이 배심원 재판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법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허 허브 국가를 만들려면 신속한 재판과 법관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타 부학장은 "재판이 지연되면 시장에서 특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원고들은 신속한 재판을 가장 선호하고 승소를 확신하는 원고일수록 전문적인 법관이 있는 법원을 선택한다"면서 "소송이 신속하면 소송이 몰리고 소송 경험이 상승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텍사스 동부법원은 판사 8명이 특허소송 250건을 진행하며 전문성을 키워왔고 캘리포니아 법원도 특허 소송을 많이 다루면서 전문성이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법원은 보통 2~3년 주기 법관 순환 근무제로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백강진 판사는 "전문성이 높은 판사 판결이 옳다는 보장은 없지만 특허소송을 오랫동안 많이 진행한 판사일수록 판결이 정확하고 빠르다는 하바드대 조사 결과가 있다"면서 "한국은 판사가 전문성이 부족해 기술 해석을 못하고 권한도 없어 기업에서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증거 협조를 잘 안 해 지식재산 소송 무용론이 제기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광형 KAIST 미래전략대학원장은 "최근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국가 법원을 찾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특허 법률 소송 같은 부가가치 높은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특허소송, #특허허브, #KAIST, #삼성애플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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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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