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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어 역, 소프라노 fulvia
 플로어 역, 소프라노 fulvia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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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반영한 사실주의 오페라, '한국적 시대 오페라'가 관람 포인트입니다. 정통 오페라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깼어요. 파격적이지요. 한국 가요 '서른 즈음에'가 나오고 북한 혁명가요 삽입곡인 '사랑하는 오빠와 우리 삼형제'가 나옵니다. 일제시대 대한국민의 희망을 노래한 현제명 작곡의 '조선의 노래'가 테마곡이고요. 기존 정통 오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요."

정전 60주년 기념 오페라인, 강찬영 <오페라 JSA> 예술 감독이 말한 오페라 관람 포인트다. <오페라 JSA>는 세계 오페라를 주도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세리아 형식에 반(反)해서 나온, 영국의 '거지오페라'(향후 독일로 건너가서 ZEITOPER라는 시대오페라로 발전-서푼짜리오페라)와 일맥상통하는 장르로 볼 수 있으나 JSA라는 현실사회를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한국적 시대 오페라'라 할 수 있다고 강 감독은 말했다.

'한국적 시대 오페라'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강 감독은 큰 산을 넘어야 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었다.

"그거(우리나라와 북한 가요) 넣으려고 머리가 하얗게 세었어요. 작곡가가 안 받아들여서... 작곡가는 이태리 정통 오페라 작곡가입니다. 또, 연출가도 안 받아들이고. '서른 즈음에'는 3일 전에야 겨우 합의를 봤어요. 정통 성악을 고집하는 분들이다 보니... 작곡가가 '양복입고 운동화 신은 격'이라고 하하하...결국은 잘 합의 했어요."

배우 이영애 열연 소피 소령, 남자 배우가 맡아

강찬영 예술감독
 강찬영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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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 과 이영애가 열연, 화제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가 오페라 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7일부터 3일 동안 이탈리아 라 스칼라 출연진을 포함한 이태리 오리지널 오페라 팀들의 내한으로 국내 초연된다.

<오페라 JSA>는 원작 DMZ(비무장지대) 의도에 가까운 '증오의 조건 반사'를 주제로 하고 있어, 영화 <JSA>와 다르다고  강찬영 감독은 말한다. 영화 <JSA>는  '남북한의 동포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영화에서 이영애가 열연한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피 소령 역을 오페라에서는 남자 배우(베르나르드 소령)가 맡았다. 또한 영화에 나오지 않는 중립국 수사관의 아버지와 삼촌의 살인사건도 오페라에 등장한다.

<오페라 JSA>는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탈리아 로마를 충격에 빠뜨렸던 작품이다. 당시, 오페라를 관람한 관객들은 "한국이 분단국가인지 몰랐다", "오페라의 소재로써 충격적이다", "오페라에 영상이 도입되는 것은 새로운 형식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강 감독은 전한다.

공연 4일 전인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강찬호 예술감독과 이탈리아에서 온 오페라 단원들을 만났다. 

다음은 강 감독, 단원들과 나눈 일문일답.

- 영화 <JSA>에서 배우 이영애가 맡았던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령 역을 남자배우에게 맡긴 이유가 무엇인가? JSA 하면 이영애가 사실 공식처럼 돼 있는데.
"원작(소설 <DMZ>)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원작에는 분명 남자 베르나르드 소령이다. 베르나르드 아버지가 6.25 때 북한 군 병사로 참전 했다가 포로로 잡혔고, 포로 교환 때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인 인도를 선택했다. 소설에 나오는 베르나르드 아버지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다. 포로 교환 때 3명이 인도를 선택했다. 베르나르드 아버지는 그 중 한명이다."

- 특이하게도 오페라에 영상이 등장 한다고 들었다. 어떤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영상을 도입했나?
"(영상을 등장 시킨 게) JSA가 새로운 이유 중 하나다. 베르나르드 아버지 이연우가 영상에 등장한다. 포로수용소가 배경이다. 이연우는 수용소에서 동생과 만난다. 그러니까, 둘 다 북한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것이다. 잘 알다시피, (그 당시에)수용소에서 이념분쟁이 나서 포로들끼리 서로 죽이고 죽고 그랬다. 그런 와중에 이연우가 실수로, 아니 돌발적으로 서로 엉켜 싸우는 와중에 동생을 죽인다. 이 장면을 태권 무용으로 표현했다. 한국계 이태리 태권도 선수 강현우가 열연했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3위를 한 유명한 선수다. 이연우 동생역은 강현우 동생이 맡았다. 이태리에서 온 형제가 실제 이연우 형제로 출연한 것이다."

영상으로 표현되는 포로수용소

연습장면
 연습장면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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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가 표현 하는 게 JSA인만큼 민족적 문제의식이나 비판의식이 녹아 있을 것 같다. 어느 정도 표현 했나?
"비판까지는 아닌 것 같고, 남북분단에 대한 문제제기가 끝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비판이라 할 수도 있다. 이연우가 부지불식간에 동생을 찔러 죽인 것도 따지고 보면 오랜 사상 학습의 결과라 볼 수 있다. 또한, 마지막에 남한과 북한 병사 네 명이 잘 놀다가 서로의 가슴에 총을 쏜 것은 '증오의 조건 반사' 다. 그런 면에서 보면 분단 상황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고 들었다. 소개해 줄 수 있는지.
"아~이거 지금 말하면... 이거 미리 얘기하면 안 되는데, 이거 아무도 모른다. 이거 알면 동료들이 날 죽이려 할 거다. 비밀로 해 줘라(고개를 끄덕였더니), 이 오페라에는 유머가 있다. 솔직히 관객들 잠은 가끔 깨워야 하는 거 아닌가? 하하하, 이거 넣는다고 했더니 이태리 제작자들이 결사 반대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게는 넣지 못하고 영상에 자막으로 넣었다. 한국 사람들은 이 자막을 보고 다 웃을 것이다. 이태리에서 온 단원들은 영문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할 것이고. 이 사람들(이태리 단원들)이 알면(유머의 내용) 큰일 난다. 어쨌든 재미있을 것 같다."

강찬영 예술 감독 인터뷰가 끝난 후 단원 몇 명에게 JSA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단원들은 '남북한이 갈라진 곳, 북한과 남한의 경계선, 이곳이 시초가 돼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대답을 했다. 유머러스한 자막 내용을 강 감독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연장에 와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오페라 JSA>에는 ▲오페라 지휘자 Daniele Cristiano Lafrate ▲오페라가수 Fabio Serani(TENORE)-김수혁 역 ▲Carlo Di Cristiforo(BASSO)-오경필 역 ▲Mauro Utzeri(BARITONE)-남성식 역 ▲Daniele penco, Fulvia Mastrobuono(SOPRANO)-플로워(FLOWER) 역 ▲Andrea Cionci(BARITONE)-한국장교 역 ▲Guido vernoni(TENORE)-북한대표 역 등이 출연한다.

VOICE GROUP 'ZEITOPER'가 주최하고 JTBC가 후원했다. IBK기업은행과 'KOREAN AIR' 가 협찬했다.


태그:#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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