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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 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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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동생이 지난 7월에 둘째를 출산했다. 그 동생은 요즘 고민이 많다. 첫째 아이를 며칠 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어린이집 차만 보이면 엄마 품으로 파고들어 울면서 가지 않겠다 떼를 쓰곤 하기 때문이다.

이 동생은 첫째를 2012년 1월에 출산했다. 그리고 올 7월 말에 둘째를 출산했다. 결혼 5년차가 되도록 임신이 되지 않아 시험관 시술까지 생각하다가 첫째를 임신했다. 첫 임신이 어렵게 된 터라, 둘째에 대한 별다른 계획을 하지 않고 있다가 임신이 돼 연년생을 낳게 됐다.

터울이 짧기 때문인지 둘째를 출산한 이후 첫째의 투정이 더욱 심해졌단다. 혼자 척척 해내던 것까지 엄마의 손을 빌리려고만 한단다. 이런 상황이라 동생은 육아가 더욱 힘들고 두렵게만 느껴진단다.

"아우를 보면 다들 그런다. 조금만 지나면 괜찮을 것이다.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키웠어도 별일 없이 잘 자랐으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라. 에미 힘들다고 두 돌도 안 되고, 귀저기도 안 뗀 아이를 보내는 것은 너무 빠르지 않니? 걸핏하면 뉴스에 나올 만큼 어린이집에서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데 잘못 보냈다가 공연이 아이 잡지 말아라..."

그런데 집안 어른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못마땅해 한단다. 어른들 말처럼 조금만 지나면 첫째 아이의 투정이 사라질 테니, 두 돌이 지난 후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계속 보내는 것이 좋을까. 어떤 것이 아이에게 좋을까?

매일 아침, 웃고 놀다가도 어린이집 차만 보이면 질색하면서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며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내 보내고 나면, 동생도 하루 종일 우울할 때가 많단다.  아이의 투정이 심한 날이나 아이가 자다가 훌쩍거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제라도 어린이집을 끊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든단다.

이렇게 매일 갈등하면서도 아이를 보내는 이유는 어린이집 원장님 말대로 언젠가는 첫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잘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와 주변 젊은 엄마들의 "오래 끼고 있을수록 엄마에게 의지하는 소심남으로 자라기 쉽고 사회성도 떨어진다"는 귀띔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저귀 갈아 주는 것부터 먹이고 재우는 것까지 모두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 둘을 누구의 도움 없이 제대로 보살피고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째의 몸무게가 늘어가는 만큼 팔목이며 어깨가 저리고 갈수록 기력이 딸린단다.

Q. 요즘 어린이집에 대한 흉흉한 뉴스가 많아서 걱정이에요. 어떤 어린이집을 피해야 하나요?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 먼저 주변에 그 어린이집을 다녔던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교사진이 교체되지 않고 꾸준한 곳이라면 일단 합격! 교사가 자주 바뀌는지, 전반적인 평판은 어떤지에 대해서 귀를 기울입니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이 자주 바뀌는 어린이집은 가장 피해야 할 곳입니다. 담임 교사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아이의 원 생활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교사들의 평판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나 홈페이지가 있어서 아이들의 활동이 꾸준히 공개되고, 인터넷상에서 부모들과의 피드백이 활발한 곳도 믿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거든요. -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 된다>에서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 된다>(포북 펴냄)는 순전히 이 동생의 이런 고민들과 동생에 대한 측은함 때문에, 손에 든 책이다. 내가 먼저 읽어, 동생이 어려움과 고민을 호소하면 조언이나 위로도 해주고, 곁에 두고 볼 만한 책이라면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다.

이번에 느낀 것인데, 임신이나 출산에 관한 책은 참 많다. 하지만 이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래도 몇 권 눈에 띄는 책 중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저자가 얼마 전까지 어린이집 교사로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저자는 10년간의 어린이집 교사 생활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모든 출판사들이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책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시중에는 저자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닌데도 마치 전문가처럼 이런 저런 자료들을 끌어다 정리한 책도 있다. 필자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꾸준히 쓰기 때문인지 '자료 제공해 줄 테니 이런 책을 써보면 어떻겠냐?'와 같은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이 책을 선택하기 전 주제가 같은 책 몇 권을 눈앞에 가져다 두고 가장 먼저 신경을 썼던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경로로 나온 책은 어떻게든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어린이집 관련 좋지 않은 뉴스가 많았던 만큼 주제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자료들을 끌어다 급하게 나온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저런 자료들을 끌어다 정리한 책이 반드시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자료들을 잘 정리한 경우 어떤 면에서 장점이 많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 생각엔 이 저자처럼 '직접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면 내용이 훨씬 현실적일 것이고 그만큼 여러 엄마들의 사정에 많이 맞으리라. 그만큼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민 맘처럼(기자 주: 책 속 사례 엄마) 원을 일일이 돌아보면서 까다롭게 고를 때 체크해야 할 사항들은 어떤 것일까? 우선 원내 프로그램 및 시설, 교재 교구 및 교육비, 급식 및 위생상태, 원의 위치 및 이동거리, 담당 교사의 자질과 성품, 원장의 교육철학 등은 모든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정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데이터 외에도 소소한 내용들이 많다.…교육기관을 결정할 때는 무엇보다 ' 내 아이를 위해 나는 이런 면을 가장 먼저 보겠다'는 부모의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여러 결정 요소 가운데 우리 아이를 위해 무엇을 제일 우선시할 것인가 하는 점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봤자 결정에 혼선만 생길뿐이니까.

교사들과 아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잠깐의 대화로 아이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사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촉은 생각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이어져 있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자신을 충분히 받아줄 선생님인지 아닌지를 꽤 빠르게 인지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와 교사가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 된다>에서

책 표지에 "아이 몰래 몰래카메라 한 대 숨겨서 보내고 싶은 심정이에요"라고 언급되어 있다. 최근 어린이집 관련 흉흉한 뉴스들이 보도되었을 때 TV를 함께 보던 어떤 엄마의 말이기도 하다. 아마도 요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엄마들 대부분의 심정이 이러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런 심정의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 선택부터 어린이집을 결정할 때 신경 써야 할 것, 동생의 첫애 처럼 기저귀를 떼지 못하거나 등원할 때마다 우는 등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 집에서 신경 써야 할 것, 어린이집 교사일 때 부모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과 그에 대한 답, 어린이집 교사 일 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어린이집 보육 관련 진실, CC카메라로도 부모들은 결코 알 수 없을 아이들의 어린이집에서의 생활 속속들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이 신경써야 할 것 등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과 대부분의 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4부로 나눠 조목조목 들려주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내용들이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주제의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한 육아 전문가들의 전문가적 조언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진솔하고 살갑게 와 닿는 것 같다. 이론보다 경험과 실례가 우선인 만큼 우리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들, 우리 사회나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밥 때만 되면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며 연기자가 되는 아이들, 너무 빨리 먹거나 좋아하는 음식만 먹으려 드는 아이들, 어른들이 깜박 속을 정도로 영악하게 거짓말 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등, 아이들 키우면서 부모들이 흔히 겪는 육아 관련 조언도 구할 수 있어서 지금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도 도움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최경애 (지은이) | 포북(for book) | 2013-07-10 |15,000원



아이의 작은 인생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다 - 전직 어린이집 교사가 작정하고 털어놓은 아이들의 숨겨진 사생활

최경애 지음, 포북(for book)(2013)


태그:#어린이집, #유치원, #보육교사, #공공어린이집,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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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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