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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협동조합〉
▲ 책겉그림 〈지금 여기 협동조합〉
ⓒ 어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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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원전 사고에 이어 납품 비리까지, 연이어 터지는 원전 사건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원전 부품 납품업체와 성능 시험기관의 성적 위조까지 그 모든 과정에서 끈끈한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소식엔 할 말을 잃었다."

이는 이현정의 <지금 여기 협동조합>에 나오는 이야기다. 3.11 도쿄전력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원전 대안으로 생각했던 게 바로 '햇빛발전소협동조합'이었단다. 이른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태양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세우는 게 그것이다. 그것으로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수익모델까지 제시할 수 있단다.

어떤가? 그 얼마나 좋은 모델인가? 2012년 12월 15일에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현재까지 조합원수가 225명이란다. 5구좌 이상을 출자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의 삼각산고등학교에 햇빛발전소 준공식을 마쳤는데, 초기조합원으로 참여한 충남 서산의 도상록씨도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런 햇빛발전소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정말로 다양한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먹거리 중심의 '한살림생협'이라든지, 육아고민을 함께 풀어가고 있는 '해와달어린이집공동육아협동조합', 신뢰와 참여를 통해 함께 건강을 지켜나가는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고 상조 서비스의 폐해를 협동조합으로 해결하고 있는 '한겨례두레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단기간 안에 콩나물 키우듯이 되는 게 아닙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가능한 것이죠. 기간 안에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행정편의적인 발상도 있는 것 같아요."(117쪽)

이는 서울의료생협의 신민욱 상임이사가 한 말이다. 그만큼 조합원들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어느 협동조합이든지 든든하게 세워갈 수 있다는 뜻이다. 특별히 의료생협의 조합원이 되면 뭐가 좋을까? 예약진료와 비보험 비용에 대해 10퍼센트 할인혜택을 받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좋은 게 있다. 병원의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지연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 바로 그것이다. 그야말로 과잉 진료가 아닌 양심적인 소신진료를 실현하는 곳 말이다.

"한겨례두레협동조합은 매장과 화장납골당, 장례식장, 음식, 그리고 염습과 수의, 관 등 장례식 전체 진행에 들어가는 장례용품을 직거래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 그대로 조합원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수의의 경우, 대략 5만 원에서 7만 원 정도하는 도매가로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례업체의 수의 가격이 50만 원에서 몇 백만원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다."(158쪽)

이는 일반 상조회사와 달리 그야말로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직거래의 원가 그대로 제공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다. 뒷돈과 폭리 구조를 근절한 장례용품과 상조 서비스의 직거래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한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조합운영비를 포함해도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 이상의 장례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2010년 10월에 설립한 이후 현재 서울과 부산과 광주 등 전국적으로 3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설립 후 지금까지 리영희 선생, 허병섭 목사, 김근태 장관, 장준하 선생 겨레장 등 170여 건의 장례식을 맡아 진행했단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아주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협동조합들을 엿볼 수 있다. 그 태동기에서 성장기까지, 그리고 지금은 뿌리를 내리는 시기의 모습까지 그 면면들을 살펴볼 수 있다. 5인 이상만 되면 어느 단체라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 꼼꼼히 살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여기 협동조합 - 우리 협동조합의 오늘을 말하다

이현정 지음, 어젠다(2013)


태그:#원전사고, #햇빛발전소협동조합, #의료생협, #한살림생협, #한겨례두레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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