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 시사회에서 백승우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 시사회에서 백승우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개봉 직전 백승우 감독은 두 가지 큰 난관을 겪어야 했다. 정식 개봉인 9월 5일 전날까지 유족 및 해군 관계자들이 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으로 걱정해야 했고, 개봉을 하니 이젠 멀티플렉스 극장의 '일방적' 상영중단 조처에 또 한 번 가슴을 쳐야했다.

백승우 감독은 그렇게 자신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천안함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갈등에 시달렸다. 그는 영화를 보지 않고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유족들에게 "제발 일단 영화를 보고 말씀하시라"고 했고, 끝내 상영중단 결정 이후에는 "대체 이번 상영중단으로 (영화 상영을 중단시키려는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국방부 발표에 의문 제기하는 목소리 담고 싶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기획과 영화화 과정은 여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년여의 기획 기간, 그리고 그 절반 정도의 후반 작업 기간을 거치고 세상에 나왔다. 백승우 감독에게 궁금함이 드는 지점은 앞서 언급한 여러 난관들, 즉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반발과 압력 등을 예측했을 텐데 끝까지 밀고 나갔던 이유였다. 물론 이 자체가 부끄러운 질문이기도 하다. 창작자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해야 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지영 감독님의 권유가 있었고, 저 또한 재밌겠다 생각했죠. 부담은 사실 있었습니다. 국방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사회가 급격히 경직돼 있는 게 불편했고, 보고서가 그렇게 특정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기도 했죠.

성경도 판본이 여러 개고 불경도 마찬가지잖아요. 하물며 종교도 그런데 국방부 보고서엔 이의를 달면 안 되는 걸까요? 이미 국방부 발표는 충분히 언론을 통해 나왔지만 거기에 의심을 품는 반대쪽 사람들 이야기는 그렇지 못했죠.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 물론 다큐라도 연출자의 의도에서 벗어나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침몰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 이야기가 비이성적, 비합리적이어도 그대로 보여줄 작정"이었다. 백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 아니었다'가 아닌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의문제기를 막는 사회적 분위기는 잘못됐다'였던 것이다.

"좌우 어느 쪽도 아닌, 사회적 약자 위한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한 장면. ⓒ 아우라픽처스


사실 이 영화를 응원했던 쪽에서도 비판은 나왔다. '왜 이렇게 영화가 담담하냐', '더 강하게 지르지 못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미련해 보일 정도로 국방부 발표의 인용이 잦다. 국방부의 결과보고서를 중심으로 하나하나 의문점을 되짚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리 근거는 바로 그 지점에 있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료는 정말 방대했죠. 그걸 넣고 빼는 건 제 선택이었고요. 결국 이건 범인을 찾는 영화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범인을 찾으려한다면 영화는 실패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 '너무 인터뷰이가 적다', 'TOD 영상 등 국방부 주장을 깰 증거가 더 많다'고들 하셨죠.

맞는 말이지만 결국 그 부분은 범인 찾기고, 전문가의 몫이라고 봐요. 영화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축인데 물론 해외 전문가도 만날 수 있었겠지만 그분들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국방부는 제게 왜 과학을 못 믿느냐며 공격하지만, 그건 사회가 좀 더 유연해지면 각 전문가들이 나와서 풀 문제예요. 전 패러다임의 문제로 잡은 것이고요. 어떤 새로운 사실을 주장할 때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된 우리 사회 패러다임이요.

얼마 전 부산에서 어떤 분이 총기를 들고 민주당 당사에 들어간 사건이 있었어요. 그분 말이 "통합진보당인 줄 알고 들어갔다"던데 그 이면엔 '빨갱이를 쏴 죽이겠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잖아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좌우의 문제가 아닌 매카시즘(광적인 반공산주의 열풍) 문제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거예요. 그걸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백승우 감독.

백승우 감독. ⓒ 아우라픽처스


백승우 감독은 그 방대한 자료에서 영화를 통해 표현할 일관된 주제를 잡는 과정 자체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천안함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정리하고 요약하는 작업 역시 녹록치 않았다. 자료 하나에도 주체마다 다른 판단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승우 감독 역시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의 결과 발표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는 쪽이었다. "그 유명한 '1번이 적혀있는 어뢰'의 글씨체조차 왜 검증하지 않는지 궁금했다"는 백 감독은 "이상하다 생각만하고 넘겼었다"고 생각을 되뇌었다. 그의 의심은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들이 제기할 수준의 것이었다. 이런 의심을 객관적으로 영화에 담아내는 게 그의 숙제였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다큐멘터리였던 셈이다.

"저 역시 주로 극영화를 해왔었고 장르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죠.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무슨 사건인지는 모른다는 특징이 있어요. 약간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기사들도 굉장히 많았죠. 이 사건이 지닌 모순점이었습니다. 자료는 많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사안이었죠.

그리고 사실 이 영화가 나오면 두 부류가 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통칭 우익이라고 하는 분들, 그리고 자기의 생각 보다 영화가 약하게 나왔다고 하는 사람들이죠. 근데 이 영화는 그들을 위한 게 아닌 사회 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하필 데뷔작으로 '천안함 프로젝트' 택했냐고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 아우라픽처스


백승우 감독은 영화과가 아닌 철학과를 나왔다. 영화에 어느 순간 꽂혀 독립 단편 영화 등을 만들던 그를 정지영 감독이 선택했다. 영화의 색깔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남영동 1985>로 정신없던 정지영 감독이 백승우 감독에게 제안한 게 <천안함 프로젝트>였다.

"보통 장편 입봉(감독 데뷔)을 하면 주변에서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난리가 나거든요. 전 오히려 그 작품을 왜 하냐는 말을 들었죠. 그런데 어느새 (<천안함 프로젝트>가 데뷔작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데뷔(작품)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사건에 의심을 제기하는 쪽이 다 틀렸다고 해도 왜 의심 자체를 언급하면 안 되는지 그게 답답했다"며 한껏 강조했다. <천안함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겐 분명 불편할 영화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영화의 존재 자체에 대해 부정해버리면 그게 더 무서운 일이 아닐까. 

"어느 감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에 대한 탐구를 해요. 이번엔 그게 사회적으로 나온 거죠. 다큐로 데뷔할지 상상도 못했는데 이번 작업으로 장르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는 게 제겐 수확입니다.

이번 작품은 물론 부담이었지만 시작할 수 있었던 용기가 된 게 기사였어요. 다 기록으로 남잖아요. 시간이 지나도 얼마든지 돌아가서 자신들이 뱉은 말을 다시 볼 수 있어요. 국방부는 이 시점에서 불편해하지만 분명 1년, 2년이 더 지나면 얘기는 또 나오거든요.

전 이 영화에 거짓말을 담지 않았기에 떳떳합니다. 다음 작품도 이런 사회적 영화냐고요? 이러다가 말랑말랑한 영화 나옵니다(웃음).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작품에 거짓을 담지 않는 감독이고 싶어요. 대중들이 얼마나 영리한데요. 거짓말은 곧 들킵니다. 배우나 감독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족해요. 그래도 사람들이 욕을 한다면 전 그냥 먹으면 된다는 생각입니다(웃음)."

천안함 프로젝트 백승우 정지영 메가박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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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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