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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카셰어링 전기차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카셰어링 전기차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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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차량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운행하는 카셰어링(car sharing)이 운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도 카세어링을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 중이거나 추진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지난 4월에는 협동조합기본법에 준해 설립된 한국카셰어링소비자협동조합(아래 카셰어링조합)이 본격 가동에 나서는 등 카셰어링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카세어링 개척자들은 주장한다. "이제, 차는 개인의 부나 지위를 대변하는 상징물이 아닌, 그저 함께 나눠 탈 수 있는 공유의 대상"이라고.

카셰어링, 막상 문 열었지만

"약 20~30년 전부터 카셰어링이 자리를 잡은 유럽이나 미국·일본 등에 비해 후발 주자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약 5년 전부터 대안교통으로서 카셰어링에 대한 연구가 교통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일 만난 배상연 카셰어링조합 대표의 얘기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제, 어떻게 도입할 것이냐' 등 방법론적 연구에 그쳤고, 카셰어링이 실생활에 실제로 적용된 것은 약 2년 전부터다. 당시 예약→배차→차량수령→주행→모니터링→차량반납(주차관리)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운영관제시스템이 개발됐다.

정부 과제로 이 시스템이 개발되자, 가장 먼저 서울시가 지난해 7월(전기차)과 10월(일반차)에 카셰어링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전기차 부문에는 LG CNS 컨소시엄·코레일 네트웍스 컨소시엄·KT렌탈·한카 컨소시엄이, 일반차 부문에는 그린카·쏘카 등 모두 6개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각 지자체의 카셰어링 사업자 모집이 이어졌다. 동시에 대기업의 사업 선점이 빠르게 진행됐다.

"나눌수록 좋다는 점 널리 알릴 것"

카셰어링을 통해 공동체 결성이 목표라는 배상연 한국카셰어링소비자협동조합 대표
 카셰어링을 통해 공동체 결성이 목표라는 배상연 한국카셰어링소비자협동조합 대표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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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는 카셰어링의 빠른 확산을 위해 대기업 위주로 사업자를 선정했했습니다. 향후에도 그렇게 선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업의 이미지와 마케팅이 카셰어링에 대한 일반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데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죠. 국내 카셰어링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 시점에는 아마도 아파트나 골목 주차장 곳곳에서 대기업 카셰어링 브랜드를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배 대표는 대기업 위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지자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카셰어링조합의 설립 배경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실제로 대기업은 거대자본과 마케팅을 등에 업고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200여 명에도 못 미치는 조합원을 둔, 그것도 자발적인 참여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카셰어링조합으로서는 사업 시작부터 높은 장벽을 만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배 대표는 "비록 대기업이 공익적 성격이 강한 카셰어링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지만,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며 "일례로 한 시간 운행 기준 요금이 3000원인데, 대기업 브랜드는 6000~7000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조합은 조합의 뜻을 살려, '그저 싸고 좋으니까 사용해보세요'가 아니라 '함께 나눌수록 좋으니까 참여하세요'라는 마음으로 운전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카셰어링조합은 서울 시내 주요 주차시설 14곳에 모두 20대의 전기차를 배차해 운행 중이다. 차량은 서울시 카셰어링 전기차 부문 사업자로 선정된 한카와 MOU 체결을 통해 확보했다. 한카는 고장 시 차량 수리까지 해주기로 약속했다. 조합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배 대표는 향후 독자생존을 위해서도 차량 확보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배 대표는 "본인 차량을 주차장에 놀리고 있는데, 위탁할 테니 조합에서 대신 관리해달라는 조합원도 있다"며 "하지만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자가용의 영업 행위 방지를 위해 특정 단체에 위탁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 "현행법 하에선 명의 이전밖에 없는데, 이는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며 "공익적 성향이 강한 카셰어링처럼 특정한 경우에 이를 한시적으로 위탁할 수 있는 길을 정부나 정치권에서 터준다면 유휴 자가용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의 목표는 카셰어링으로 공동체 결성하는 것"

카셰어링조합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카셰어링을 통해 각 지역별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규모 공동체가 모여 중간 규모의 공동체를 만들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을 전국적인 단위로 묶는 연합체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세계 최대의 카셰어링 공동체인 모빌리티에 버금가는 규모의 단체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배 대표의 복안이다.

이와 관련해 배 대표는 "1987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시작된 카셰어링은 차가 꼭 필요하지만 돈이 부족했던 58명이 함께 돈을 모아 차량 여섯 대를 구입한 뒤 이를 예약제로 이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시작 4년 만에 인원이 30배로 늘자, 스위스 정부는 교통정책의 하나로 인식해 지원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996년에는 스위스 곳곳에 산재해 있던 카셰어링 회사들이 모빌리티라는 한 회사로 합병해 지금은 세계 최대의 카셰어링 회사로 거듭났다"라고 덧붙였다. 모빌리티는 2007년 현재 스위스 인구 1%인 약 7만4000명이 참여 중이며, 약 2000대의 차량이 운행되는 새로운 공동 대안교통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카셰어링조합은 사업 확대를 위해 타 조합과의 협업이나 아파트 단지 운영위원과의 만남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카셰어링조합은 사설 주차장을 활용한 배차공간의 확대를 위해 한국주차협동조합과 10월 중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또 서울 성동구와 성북구 소재의 아파트 단지 내 주차시설를 활용한 배차공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올해 초 인가를 받은 한국주차협동조합은 이번 MOU를 통해 주차시설 내 일정 공간을 출자하고, 카셰어링조합은 이 공간에 주차공간과 전기충전시설을 올해 말까지 완공시킨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운영위 측에서도 카셰어링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상태이며, 특히 성동구청에서는 사업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배 대표는 "주차장 내 충전시설은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될 경우 충전사업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아파트 주차공간을 활용한 카셰어링이 자리를 잡을 경우, 조합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소상공인신문> 31호 게재예정 기사입니다.



태그:#한국카셰어링협동조합, #한카, # LG CNS, #코레일 네트웍스, #KT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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