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사진은 지난 8월 20일 부분 파업 때의 모습.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사진은 지난 8월 20일 부분 파업 때의 모습.
ⓒ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관련사진보기


추석 연휴 이후 진행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노조)의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통신사, 중앙언론, 지역언론 할 것 없이 일제히 "이번 선거는 3명 후보의 빅매치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현대차노조 사상 처음으로 세 번이나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욱 전 지부장, 소위 실리노선으로 불리며 현대차노조 사상 처음으로 3연속 무파업 임단협을 이끈 이경훈 전 지부장, 그리고 노조와 노동운동 자체를 개혁하자고 주창하고 있는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그들이다.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이후 국내 노동운동의 선두주자로 출발한 현대차노조는 근래 10여년 동안 '귀족노조'로 불리며 대다수 언론은 물론 전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올해 10여 차례 부분파업을 하면서 임단협을 마친 후 '2879만 원 인상 효과'라는 언론보도가 쏟아진 후 인터넷에는 현대차노조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현대차노조를 두고 대다수 국민은 물론 그들의 지지세력이었던 진보진영에서 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현대차노조가 한지붕에서 한솥밥을 먹는 비정규직과 간부노조의 호소를 외면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996년 12월 26일 있었던 김영삼 정부의 노동법개정은 '노개투' 라는 사상 최대의 총파업을 불렀다. 총파업에 굴복한 김영삼 정부는 결국 날치기 통과된 일부 노동법 개악안을 철회하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중심에는 5만여 조합원의 현대차노조가 있었다.

이를 두고 민주진보진영은 "현대차노조의 규모에 의한 총파업이 사회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며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 후에도 쭉 이어진 현대차노조 파업을 두고 진보진영과 시민사회가 보수단체의 반대 집회에 대응하며 현대차노조를 응원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노조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동안 민주진보진영과 시민사회, 그리고 많은 노동계 원로들은 현대차노조의 자성을 촉구해 왔다. 이들은 "현대차노조가 보수언론으로부터  공격받아온 '귀족노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다시 사회개혁에 앞장서는 현대차노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곧 있을 집행부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차노조 집행부 선거의 핵심 포인트는?

2년마다 치러지는 현대차노조 집행부 선거에서는 현대차 현장 내의 각 계파들이 각각 후보를 내면서 대선과 총선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현대차노조 선거에서 그동안 거론된 키워드는 '민주노조' vs. '실리' 다.

민주노조를 내건 계파가 승리하면 그 해는 필수적으로 파업이 있었고, 실리를 내걸고 유일하게 당선된 지난 2009년~2011년에는 파업이 없었다. 하지만 파업을 하든, 실리를 얻든, 현대차 노동자들이 회사측과 임단협 협상을 마친 후 받아든 금액은 비슷비슷 했다. 특히 민주노조를 내건 계파가 당선되어도 민주진보진영이 요구하는 비정규직 끌어안기는 실리 계파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최근 대다수 언론으로부터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상욱 전 지부장. 그는 회사 안팎에서 강성조직으로 분류되는 금속민투위의 대표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상욱 전 위원장은 노동계가 산별로 전환하기 전인 2001년 9대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2005년 11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로 산별 전환된 후인 2007년 2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으로 당선된 저력이 있다.

하지만 민주노조를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실리노선과 견줘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노동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비정규직노조를 끌어안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때문에 '과연 민주노조가 무엇인가'하는 회의론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실리를 내걸고 연임한 이경훈 전 지부장은 현대차 노조 27년 역사상 2009∼2011년 3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단협 타결을 이끈 유일한 인물이다. 하지만 현대차 조합원의 실리를 챙겼는지는 몰라도 시민사회의 마음은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10년 말 비정규직노조가 "대법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25일간 목숨을 건 공장 점거 농성을 벌일 당시 농성장에 제한된 김밥을 제공한 것으로 연대를 마쳐 비정규직노조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 것도 비정규직들에게는 앙금으로 남아 있다.

현대차노조 설립 이후 노조의 막후 브레인 역할을 하며 2대와 6대 집행부 사무국장을 지낸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그는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을 발족해 4년전부터 '조합원 집평수 줄이기, 노동시간 줄이기, 노동운동 개혁' 등 주로 노조의 자성을 촉구해 왔다. 일부로부터 "참모만 하라"는 비아냥을 받아온 그는 지난 수년간 현대차노조 교육위원으로 활동하며 조합원들에게 '노조·노동운동 개혁'을 주창해 왔다.

현대차노조 조합원들이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있을 집행부 선거에서 민주와 실리, 노조의 개혁 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태그:#현대차노조 집행부 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