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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등장인물들은 참으로 한결같은 모습이다. 첫 회부터 이어진 그들의 뒤통수 때리기는 이제 그들 자신도, 시청자들에게도 물릴 만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10일 방송에서는 장태주(고수 분)가 용역깡패를 동원할 것을 지시하며 끝이 났다. 최서윤(이요원 분)이 그의 역린(용의 턱밑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로, 임금 등 권력자의 분노를 비유)이랄 수 있는 아버지를 거론함으로써 촉발된 일이다. 그 자신에게는 최대의 고비이자 시험대라 할 수 있는데, 그의 아버지는 바로 그러한 행위의 희생양이었기 때문이다. 

진흙탕 싸움 관전 즐거웠던 <황금의 제국> 속 '남의 일'

'황금의 제국'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의 탐욕에는 당할 자가 없다. 그들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 '황금의 제국'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의 탐욕에는 당할 자가 없다. 그들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 SBS


<황금의 제국>을 시청하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비록 한정된 공간이 화면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지만, 장대한 스케일, 섬세하면서도 순간순간 허를 찌르는 대사들, 배우들의 명연기 등은 동시대에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때때로 고마움을 느끼게 만든다.

거기에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쥔 인간들의 '쪼잔한' 실체를 지켜보는 일은 속 시원하면서 통쾌한 경험이다. 그것이 현실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가진 것 별로 없어도 일상이 늘 '함평 농장'(등장인물들이 늘 욕심을 내려놓은 뒤 가자고 말하는 곳)인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모르는 그들의 탐욕이 우습고도 가엾은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양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을 마구잡이로 합병하고, 돈과 권력으로 이권을 좌지우지하여 얻은 전리품들로 으스대는 꼬락서니를 마구 비웃어준 장태주가 고마울 지경이다.

그간 황금의 제국에 입성하여 그들의 아성을 위협하는 장태주의 행동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의 대상은 되지 못했을지언정 통쾌함을 전해주는 일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낱 '남의 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 3자의 입장이 된 시청자들은 그들의 진흙탕 싸움을 한껏 비웃으면서 마음 편하게 관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용역깡패 부른 장태주의 행위, 무모함이 안쓰럽고도 두렵다

'황금의 제국' 장태주의 야망과 도전은 과연 무모한 것이었을까?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그의 행보가 위태하기만 하다.

▲ '황금의 제국' 장태주의 야망과 도전은 과연 무모한 것이었을까?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그의 행보가 위태하기만 하다. ⓒ SBS


장태주는 <황금의 제국>에 입성한 이후 이합집산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야망과 배신이 마구 버무려진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그로 인해 이 드라마에는 감정이입할 인물이 거의 없다는 평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사실 <황금의 제국>에서 감정이입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인간의 속성을 그토록 잘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 장태주가 최서윤의 계략에 휘말려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는 것. 물론 그것은 그 자신 탐욕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용역깡패가 다시 등장하고, '없는 자'들과 '있는 자'들의 싸움이 본격 드라마의 전면에 대두되었다. 이제 시청자들은 그저 마음 편히 드라마를 즐길 수가 없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다시 '우리의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에 들어섰으니 저렇게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방심하고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내심으로는 인간의 속성 이전에 뭔가 '우리 편'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은 장태주의 모습이 못내 안쓰럽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경멸의 대상이지만 결국 장태주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최씨 일가에게 이제 대놓고 무시당하는 일도 바라보기 힘들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행위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그것에 가담했던 조필두(류승수 분)를 또 다시 끌어들이는 것도 왠지 분노가 치민다. 

장태주는 성진그룹의 정상에 오르려다 바로 목전에서 좌절을 겪고 있다. 그것은 최서윤과의 이혼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일로, 그로 인해 그는 '지도자'의 자격을 잃었다. 지도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한 집단의 성원이어야 하며, 그 규범을 지키는 것 또한 포함되는데, 그는 스스로 그것을 멀리 차버렸던 것이다.

장태주는 과연 이카루스가 될 것인가? 그의 날개는 결국 자만으로 인해 녹아내릴까, 아니면 또 다른 도전을 위한 불씨가 되어 줄 것인가. <황금의 제국>의 마지막이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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